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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법의 정신(De L'esprit des Lois) (2부)- 몽테스키외

by 강대원 2022. 8. 20.

9편 법과 방어력의 관계

1. 공화국의 안전 대비책

  공화국이 작으면 외세에 의해 피괴된다. 그리고 크면 내부적 결함에 의해 멸망한다. 이 이중의 결함은 민주정체와 귀족정체 모두에 해를 끼친다.

   그러므로 만약 공화정체의 대내적 장점과 군주정체의 대외적 세력을 모두 갖는 국가조직의 한 방식을 상상해내지 않았더라면 결국 영원히 1인 정체 아래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연방 형태의 공화정)

   이 정체 형태(연방 형태의 공화정)은 하나의 협정으로서, 많은 정치단체가 이 협정을 통해 그들이 형상하고자 하는 좀 더 큰 국가의 시민이 되는 데 동의한다. 이것은 사회들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회들은 이 사회를 새로운 사회로 만들며, 이 새로운 사회는 새롭게 연합해 확대할 수 있다.

   그리스인 집단으로 하여금 그토록 오랫동안 번영하게 한 것도 바로 이런 연합체였다. 로마인은 그것으로 세계를 공격했고, 전 세계는 오직 그것만으로 로마인을 막아냈다. 그리고 로마가 최고로 번성했을 때 야만인들은 도나우 강과 라인 강 건너편의 연합, 즉 공포가 만들어낸 연합으로 로마에 저항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네덜란드(서로 다른 50여 개 공화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와 독일, 스위스 연방이 영구적 공화국으로 간주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도시 연합은 지금보다 옛날에 더 필요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정복당한 도시국가는 집행권과 입법권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시민의 자유와 재산, 여자들, 사원, 심지어 묘지까지)을 잃어버렸다.

   가맹국 중 어느 한 나라에서 반란이 일어날 경우 다른 가맹국이 진압할 수 있다. 어떤 악폐가 어디선가 생기더라도 건전한 부분에 의해 교정된다. 이런 국가는 한쪽이 멸망하더라도 다른 쪽은 멸망하지 않을 수 있다. 동맹은 해체될 수 있지만, 가맹국은 여전히 독립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2. 연방 조직은 같은 성격의 국가, 특히 공화국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군주정체 정신은 전쟁과 영토 확장이며, 공화정체 정신은 평화와 절제다. 이 두 종류의 정체는 오직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 연방공화국 안에 있을 수 있다.

   독일연방공화국은 자유도시와 군주에게 복종하는 소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성로마제죽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네덜란드나 스위스 연방 등보다 더 불완전하다.

   여러 군주와 자유도시로 이뤄진 독일연방공화국이 존속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연방 관리이고 또 어떻게 보면 군주인 한 명의 우두머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6. 국가의 방어력 일반

   어떤 나라가 방위를 할 만한 상태가 되려면, 적국이 이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속도와 이 나라가 그 공격을 헛수고로 만들기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신속함이 균형을 이룰 정도로 국토가 넓어야 한다. 즉 공격하는 쪽이 우선 어디서든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방어하는 쪽도 역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토 크기는 인간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갈 수 있도록 자연이 그들에게 준 속도에 상응하게 중간 정도여야 한다. 

   군주의 진짜 힘은 쉽게 정복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좀처럼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김히 말한다면, 그의 지위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국가가 확장되면 외적은 이 국가를 어떻게 다시 공격할 수 있응ㄹ지 그 방법을 알게 된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의 힘을 증대시키기 위해 현명함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그 힘을 억제하기 위한 신중함 역시 갖춰야 한다. 약소(弱小)에 따르는 불편을 없애는 동시에 강대(强大)에 따르는 불편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 성찰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린 어느 위대한 군주(루이 14세)의 적들은 이 군주가 세계 군주국을 이룩할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려 했다 해서 여러 차례 비난했는데, 이 같은 비난은 이성보다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 만약 그 계획이 성공을 거두었다면 유럽은, 그 군주의 오랫된 신하들은, 그 자신은, 그리고 그의 가족은 엄청난 파멸을 맞았을 것이다. 진짜 이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하늘은 그 군주에게 승리보다 패배로 더 큰 도움을 주었다. 그를 유럽 유일의 왕으로 만드는 대신 모든 왕 중에서 가장 강력한 왕으로 만듦으로서 더 우대했던 것이다.

 

10편 법과 공권력의 관계

2. 전쟁

  국가의 생명은 인간의 생명과 같다. 인간은 자연적 방위(정당방위)의 경우에는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으며, 국가도 자기 보존을 위해 전쟁을 할 권리가 있다.

   자연적 방위의 경우 나는 죽일 권리를 갖는다. 왜냐하면 나를 곡격하는 자의 생명이 그의 것이든 내 생명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전쟁을 한다. 국가 보존도 다른 모든 모존과 마찬가지로 정당하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연적 방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꼭 공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은 공격하는 대신 재판소에 가서 제소만 하면 된다. 따라서 그들은 이 방위권을 단지 법이 구원해주기를 기다리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들 간에는 자연적 방위권이 이따금 공격을 필요로 하는데, 국민이 그 이상의 평화는 다른 민족이 자신들을 멸망시키게 만들고 그 순간 공격 밖에는 그것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전쟁 권리는 필요성과 속박에서 비롯된다. 군주의 양심이나 그의 고문 회의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정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모든 일은 끝난 셈이다. 따라서 영광과 예의, 실리 같은 자의적 원칙에 근거한다면 이 땅에 유혈이 낭자할 것이다.

   특히 군주의 영광 따위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군주의 영광은 곧 그의 오만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념이지 정당한 권리가 아니다.

   군주의 힘에 대한 평판이 그 나라의 힘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정의롭다는 평판도 그 힘을 증대시킬 것이다.

3. 정복권

  정복권은 교전권에서 파생하며 그 결과이다. 그러므로 정복권은 교전권 정신을 따라야 한다.

  정복자가 정복당한 국민에게 갖는 권리는 다음 네 가지 법을 따른다.

   첫째는 자연법인데, 만물이 종(種)을 보존하게 한다. 둘째는 자연적 진리의 법으로서, 남이 자기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자기가 남에게 해주라는 것이다. 셋째는 정치사회를 형성하는 법으로서, 자연은 정치 사회의 지속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다. 넷째는 사물 자체에서 유래하는 법이다.

   정복이란 곧 획득이다. 획득 정신은 유지와 이용 정신을 수반하지 파괴 정신을 수반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를 정복한 나라는 피정복국을 다음 네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로 다룬다. 피정복국 법률로 계속 그 나라를 통치하되 정치 통치권과 시민 통치권만 행사하든가, 피정복국에 새로운 정치 통치권과 시민 통치권을 부여하든가. 사회를 파괴해 다른 사회에 분산시키든가. 모든 시민을 죽이든가 하는 것이다.

    첫 번재 방법은 오늘날 우리가 따르고 잇는 만민법과 일치하고, 네 번째 방법은 로마인의 만민법에 좀 더 가깝다.

    사회는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결합을 가리키낟. 그러므로 시민은 죽을지 몰라도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람이 피정복자를 노예로 만들 권리를 갖는 것은 그 같은 노예 상태가 정복 유지에 필요할 때뿐이다. 정복의 목적은 유지다. 노예 상태는 결코 정복의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유지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일 수는 있다.

4. 피정복 민족이 얻는 몇 가지 이익

  정복당한 국가는 대게 그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신 부패가 시작되고, 법이 더는 집행되지 않으며, 정부는 압제적으로 변한다. 정복이 파괴적이지 않은 이상, 과연 누가 그런 국가가 전쟁을 이겨 정복에서 약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이미 스스로는 개혁할 수 없는 상태까지 되어버린 정부가 다른 나라에 병합된다 해서 또 무엇을 잃어버리겠는가?

  정복자는 자기가 저지른 악행의 일부를 시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나는 정복자의 권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즉 그것인 필요하고 합법적이지만 불행한 권리로서, 인간 본성에 대해 빚을 갚고자 항상 막대한 채무를 치를 여지를 남겨놓는다.

6, 7, 8 정복하는 공화국

  만약 민주국가가 어떤 국민을 신민으로 지배하려고 정복한다면 이 국가의 자유는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민주국가가는 정복된 나라에 파견해야 할 집정관에 지나치게 큰 권력을 맡길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 의해 이뤄지는 정복에는 또 다른 불편이 있다. 피정복 국가는 그런 나라의 통치를 항상 지긋지긋하게 여긴다. 그 정체는 가상의 군주정체다. 그러나 사실 그 같은 정체는 모든 시대와 모든 나라의 경험이 보여주듯 군주정체보다 더 가혹하다. 그래서 정복당한 국민은 비참한 상태에 놓인다. 그들은 공화정체의 이익도, 군주정체의 이익도 누리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공화국이 어떤 국민을 지배할 때는 훌륭한 정치법과 훌륭한 민법을 주어 사물의 본성 때문에 생기는 불편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한 공화국은 수많은 섬사람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그들과 관련한 이 공화국의 정치법과 민법은 결함이 있었다. 앞으로는 총독의 확신에 따라 그들에게 체형을 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정해 놓은 저 대사령(大赦令)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국민이 이런 저런 특권을 청원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그 경우 주권자는 모든 국민에게 공통된 권리만 허용한다.

9. 주변을 정복하는 군주정체

  군주정체가 주변의 몇몇 지방을 정복해 그 경계를 넓혔을 때는 그 지방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오랫동안 정복에 힘을 쏟아온 군주정체에서는 그것의 옛 영토에 속한 지방들이 대게는 심하게 억압당한다. 이 지방들은 새로운 악폐와 낡은 악폐로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드넓은 수도가 모든 것을 삼켜 버리기 때문에 이 지방의 인구가 줄어든다. 국경에 머무르며 작적을 펼쳐야 하는 군대에 식량을 보급하는 일은 더욱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다른 나라를 정복한 군주국의 필연적 상태다ㅑ. 수도의 어마어마한 사치, 기거서 멀리 떨어진 여러 지방의 궁핍, 변경 지대의 풍요. 이것은 꼭 우리 지구랑 비슷하다. 즉 중심에 불이 있고, 표면에는 초목이 있으며, 이 둘 사이에는 황량하고 차디찬 불모의 땅이 있다.

11. 정복당한 민족의 풍습

  이런 정복에서는 정복당한 국민의 법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쩌면 그들의 풍속을 그대로 남겨주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항상 자신들의 법보다는 풍속을 더 잘 알고, 더 사랑하고, 더 잘 지키기 때문이다. 

12. 칼 12세 (스웨덴 국왕)

(스웨덴 제국의 마지막 불꽃이자 명장. 비록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나, 취미는 늑대 사냥과 곰 사냥일 정도로 강인한 면모를 보이던 왕이었다. 또한 전술적인 감각에서는 당대 최고 수준이었으나 판세를 움직이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약점을 보이며 전세계를 적으로 돌려 몰락의 길을 걸은 인물이다.;나무위키에서 인용)

태어나서 말을 이해할때부터 승마와 검술을 배우고 전략과 전술을 공부한 뒤 15살때 즉위하여 대북방전쟁을 치르다 36세에 요절하였으니 평생 싸우다 죽은 셈이지만 대부분 승리하여 총에 맞아 다리가 작살나기 전까진 인생에 있어서 기분 나쁜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오직 자신의 힘만을 사용했던 이 군주는 오랜 전쟁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움으로써 결정적으로 몰락했다.

  그가 전복하고자 했던 것은 무너져가는 국가가 아니라 탄생하고 있는 제국(러시아)이었다. 러시아인은 그가 자기들과 벌이는 전쟁을 학교처럼 이용했다. 패배할 때마다 승리를 향해 접근해간 것이다. 그 결과 밖에서는 패배했지만 안에ㅐ서는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칼 12세는 폴란드를 황야로 만들어 헤매며 자기가 세계의 지배자라고 믿었다. 그동안 그의 주적은 방어 태세를 갖추고 그를 압박했으며, 발트 해에 진을 치고 리보니아를 파괴하거나 점령했다. 스웨덴은 마치 물줄기가 바뀌면서 수원에서 물이 안 나오는 강과 같았다.

   칼 12세를 파멸시킨 것은 결코 폴타바 (우크라아니의 도시, 칼 12세는 1705년 이곳에서 결정적으로 패배했다.) 가 아니었다. 그는 설사 여기서 패하지 않았다 해도 또 다른 곳에서 패했을 것이다. 운명에 따른 우연한 사건들은 쉽게 회복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물의 본질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사건들에 대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자연이나 운명 그 자신만큼 그를 강하게 거스러지는 않았다. 

14. 알렉산더

    이수스 전투 후에 그는 다리우스가 도망치도록 내버려둔 채 점령지를 공고히 하고 통제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는 그리스인을 주인으로 대우하고 페르사이인을 노예로 취급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충고에 따라) 그는 두 국민을 결합시키고 정복 민족과 피정복 민족의 차별을 없애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정복 이후에 그는 정복하는데 필요했던 모든 편견을 버렸다. 그는 페르시아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 풍속을 따르게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슴 아파하지 않도록 자기는 그들의 풍속을 따랐다. 그래서 그는 다리우스의 아내와 어머니를 매우 정중하게 대했으며, 크나큰 절제심을 발휘했다.

   정복을 공고히 하려 할 때 결혼을 통한 두 민족의 결합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알렉산더는 그가 정복한 민족의 여성들 가운데 몇 사람을 아내로 맞아들였으며, 신하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다른 마케도니아 사람들도 이 예를 따랐다. 프랑크족과 부르고뉴족은 이런 식의 결혼을 허용했다. 서고트 사람들은 스페인에서 그것을 금지했다가 나중에는 허용했다. 롬바르디아 사람들은 그것을 허용했을 뿐ㅁ반 아니라 장려하기까지 했다. 마케도니아를 약화시켜 했을 때 로마인은 마케도니아 각 지방에 사는 민족들이 서로 결혼해서 결합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두 민족을 결합시키려고 애썼던 알렉산더는 페르시아 안에 많은 그리스 식민지를 만들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수많은 도시를 건설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제국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덕분에, 그가 죽고 나서 그리스는 무시무시한 내란의 요소와 혼란 속에서 자멸했지만 페르시아는 단 한 지방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가 정복당한 민족으로 하여금 간직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그들의 풍습뿐만이 아니었따. 그는 그들의 민법도, 심지어 왕과 총독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또한 군대 수뇌에는 마케도니아 사람을 임명했지만 정부의 높은 자리에는 그 나라 사람을 앉혔다. 개별적인 불충이 일반적인 반란의 위험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전통과 여러 민족의 긍지와 허영심이 만들어낸 기념물을 모두 존중했다. 그는 자신에 복종한 모든 국민의 재단에 재물을 바치는 일도 꺼려하지 않다. 그는 오직 각 국민의 개별적 군주가 되고 도시의 최고 시민이 되려고 정복에 정복을 거듭했던 것처럼 보일 정도다. 로마인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모든 것을 정복했지만, 그는 모든 것을 보존하고자 모든 것을 정복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떤 나라를 돌아다니건 그는 항상 그 나라를 더 번영시키고 그 나라의 힘을 더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할지, 어떤 계획을 세울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의 손은 사적 지출에 닫혀 있었으나 공적 지출에는 열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안을 다스를 때는 일개 마케도니아 사람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이 진 빚을 갚아주고, 자신의 정복을 그리스 사람들에게 알리고, 병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성공시킬 때는 알렉산더였다.

   그는 두 가지 악행을 저질렀다. 페르세폴리스를 불태우고 클리투스를 죽인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을 후회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이제 그를 카이사르와 비교해보자. 카이사르가 아시아 왕들을 모방하려 하자 로마 사람들은 그가 순전한 허영심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며 절망스러워했다. 그러나 알렉산더가 아시아 왕들을 모방하려 했을 때 그는 정복 계획의 범위 내에서 그렇게 했다.

15. 정복을 보전하는 새로운 방법

    군주가 대국을 정복할 경우 전제정체를 완화하는 동시에 정복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놀라운 방법이 있다. 바로 중국의 정복자들이 사용한 방법이다.

    정복당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고, 정복자를 오만하게 만들지 않고, 정체가 군국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두 민족이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타타르 왕조는 두 민족이 서로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의무에 얽매이도록 하려고 각 지방 군대를 중국 사람 반, 타나르 사람 반으로 구성했다. 재판소도 중국 사람 반, 타타르 사람 반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다. 먼저 두 민족은 서로를 견제한다. 두 번째로 문무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한쪽이 다른 쪽에 의해 멸망하지 않는다. 세 번째로 정복한 국민이 약해지거나 멸망하지 않고 어느 곳으로든지 퍼져나갈 수 있다. 즉 정복한 국민은 내전이나 외적과의 전쟁에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복자들이 대부분 멸망한 것을 바로 이 이치에 맞는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11편 국가조직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

1. 일반적 개념

  나는 국가조직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과, 시민의 관계에서 그것을 형성하는 법을 구별한다.

3. 자유란 무엇인가

  민주정체에서는 국민이 자기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자유란 결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즉 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유란 원하는 일을 행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자유란 법이 허용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래서 만약 어떤 시민이 법으로 금하는 일을 한다면 더는 자율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른 시민도 역시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본성으로 볼 때 민주정체와 귀족정체는 결코 자유스러운 국가가 아니다. 정치적 자유는 중도정체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중도정체에 항상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자유는 오직 권력이 남용되지 않을 때만 존재한다. 그러나 경험에 따르면 권력을 쥔 자는 예외 없이 권력을 남용한다. 권력 남용은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그 누가 알겠는가? 덕성조차 한계를 필요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5. 다양한 국가의 목적

  모든 국가는 일반적으로 자신을 유지한다는 똑같은 목표를 갖지만, 또 그 고유의 목표도 갖고 있다. 로마의 목적은 영토 확장이었고, 스파르타의 목적은 전쟁이었다. 유대 법의 목적은 종교였고, 마르세유의 목적은 상업이었다. 중국 법의 목적은 공공의 안녕이었으며, 로도스 사람들의 목적은 항해였다. 자연적 자유는 야만인이 정한 규약의 목적이며, 군주의 쾌락은 전제국가의 목적이고, 군주의 영광과 국가의 양광은 군주국가의 목적이다. 각 개인의 독립은 폴란드 법의 목적이었으나. 그에 따른 결과는 모든 사람의 억압이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정치적 자유를 국가조직의 직접적 목적으로 삼는 국민도 있다.

 

6. 영국의 국가조직

  각 국가에는 세 종류의 권력이 있다. 입법권, 만민법에 속하는 것들의 집행권, 그리고 민법에 속하는 것들의 집행권이다.

   첫 번재 권력(입법권)을 통해 군주나 행정관은 일시적이거나 항구적인 법률을 제정하고, 또 이미 정해진 법률을 수정하거나 폐지한다. 두 번 째 권력(만민법을 통한 집행)을 통해 그는 평화를 이룩하거나 전쟁을 하고, 대사(大使)를 교환하고, 안전을 보장하고 침략을 예방한다. 세 번재 권력을 통해 그는 죄를 처벌하고, 개인들의 분징을 심판한다. 세 번째 것을 재판권이라고 부르고, 다른 하나는 그냥 국가 집행권이라 부른다.

   한 시민의 정치적 자유란 각자가 자신의 안전에 대해 갖는 의견에서 유래하는 정신적 평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자유를 가지라면 한 시민이 다른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정체여야 한다.

   동일한 인간이나 동일한 행정관 단체의 수중에 입법권과 집행권이 결합되어 있을 때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같은 군주나 같은 상원이 전제적 법률을 만들어 전제적으로 집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권이 입법권과 집행권에 분리되어 있지 않을 때도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재판권이 입법권에 결함되어 있다면 시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권력은 자의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재판관이 곧 입법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권이 집행권에 결합되어 있다면 재판관은 압제자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재판관이 상설인 상원에 부여되어서는 안 되고,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법률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필요한 기간 동안만 법원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선출된 사람들을 통해 행사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몹시 두려워하는 재판권은 특정한 신분이나 특정한 직업이 독점하지 않기 때문에 요컨에 눈에 보이지 않아 실재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의 눈앞에 계속 재판관이 있을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판관 직은 무서워해도 재판관은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큰 재판에서 범죄인은 법을 잘 이용해 스스로 재판관을 선출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만은 재판관을 기피할 수 있어서 남은 재판관들이 그가 선택한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어야 한다. (재판관 기피 제도는 18세기부터 영국 법에 존재했다. 프랑스에서는 이 제도가 20세기 초에야 도입되었다.)

   다른 두 가지 권력(집행권)은 어떤 개인에게도 행사되지 않으므로 오히려 상설 기구나 행정관에게 주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한쪽은 국가의 일반적 의사이고, 다른 쪽은 그 일반적 의사의 실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소는 고정되면 안 되지만, 판결은 법의 명문(明文)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정적이야 한다. 만약 그것이 한 재판관의 개인적 견해라고 가정한다면 사람들은 자기가 맺는 계약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재판관은 피고와 같은 신분이거나 동등한 위치에 잇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피고가 혹시 자기를 해치려는 사람들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유국가에서는 자유스러운 영혼을 가졌다고 간주되는 모든 인간이 스스로에 의해 통치되어야 하므로 집단을 이룬 국민이 입법권을 소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큰 나라에서는 아예 불가능하고 작은 나라에서도 상당한 불편을 일으키므로 국민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대표자를 통해서 해야만 한다. (대의 체제의 필요성)

   사람들은 자기 도시가 필요로 하는 것을 다른 도시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웃에 사는 사람들의 능력을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능력보다 더 잘 판단한다. 그러므로 입법기관의 구성원은 국민 집단에서 일반적으로 선출하면 안 되고 각 주요 장소에서 주민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모든 시민은 각자 자신의 선거구에서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자기 자신의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여겨질 만큼 지위가 낮은 사람은 제외한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19세기까지 지속되었다.)

   국민은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출할 때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데, 국민은 이 일을 아주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기가 선택하는 사람이 다른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는 없는지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집행권은 군주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통치의 이 부분은 거의 항상 순간적 행동을 필요로 해서 여러 사람보다는 한 사람에 의해 더 잘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입법권에 속하는 일이 흔히 한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에 의해 더 잘 처리되는 것과는 반대다.

   만약 군주가 존재하지 않고 집행권이 입법부에서 선출된 많은 사람에게 맡겨진다면 더는 자유가 없을 것이다. 두 가지 권력이 결합될 것이고, 같은 사람이 언제든 이 두 가지 권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부가 오랫동안 회의를 열지 않는다면,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두 가지 일 중 어느 하나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입법부 의결이 없어 나라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거나, 아니면 의결이 집행권에 의해 이루어져 집행권이 절대화할 것이다.

   입법부가 항상 모여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게 하면 대표자들이 불편하고, 또 집행권이 이 일에만 몰두해 집행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특권과 집행권을 지켜내는 일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집행권이 입법부가 하려고 하는 일을 저지할 권리를 가지 않을 경우, 입법부는 전제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입법부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다 갖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권력을 억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입법권이 집행권으로 저지하는 기능을 가져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집행은 그 본질상 한계를 가지므로 제한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집행권은 항상 일시적인 것들에 대해 행사된다. 따라서 로마 호민관들의 권력은 입법뿐만 아닐 집행까지도 저지했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피해가 야기되었다.

   한편 자유국가에서 입법권은 집행권을 저지하는 기능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법이 어떤 방법으로 집행되고 있는지를 심의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또 이 같은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심의에서든 입법부는 집행자의 일신을, 따라서 그의 행위를 재판하는 권리를 가져서는 안된다. 집행자의 일신은 신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입법부가 국가에서 전제적으로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존재여서, 그가 고발당하거나 재판받는 바로 그 순간부터 더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정체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입법부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부분은 서로를 저지할 수 있는 기능을 발휘해 상대를 속박한다. 그것은 둘 다 집행권에 의해 묶이고, 집행권 자체도 입법권에 의해 묶인다.

   이 세 가지 권력은 정지나 부동 상태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권력들은 사물의 필연적 운동에 의해 진행되어야만 하므로 일치 협력해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집행권은 저지하는 기능을 통해서만 입법권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무 토론에는 참여할 수가 없다. 집행권은 제안조차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제든지 의결에 반대할 수 있어서 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제안에 대한 결정은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집행권이 동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조세 징수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면 더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집행권이 입법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입법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입법권이 1년 마다가 아니라 항구적으로 조세 징수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 스스로 자유를 잃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집행권은 더는 입법권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권리를 항구적으로 보유하면 그 권리가 자신에게 유래하는지, 아니면 타인에게서 유래하는지 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입법권이 집행권에 맡겨야 할 육군과 해군에 관한 결정을 1년마다가 아니라 항구적으로 내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군대는 일단 조직되면 즉시 입법권이 아닌 집행권에 속해야 한다. 사물의 본질상 군대의 임무는 심의보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유부단함보다는 용기를, 신중함보다는 행동을, 충고보다는 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사고방식이다. 군대는 항상 원로원을 경멸하고 장교들을 존경할 것이다. 군대는 우유부단하다고, 그렇게 때문에 자기들에게 명령을 내릴 자격이 없다고 간주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가 내린 명령 따위는 결코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르므로 군대가 오직 입법부에만 종속된다면 정체는 곧 군사적인 것이 된다. 그런데 만약 반대 경우가 생긴다면 그것은 어떤 특이한 상황의 결과다.

  만일 군대가 입법부의 지배를 받는 경우, 어떤 특수한 상황에 따라 정체가 군사적으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 다른 불편이 따를 것이다.  즉 군대가 정부를 마치든가, 정부가 군대를 약화시키든가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이 같은 약화는 분명 치명ㅇ적 원인을 갖는데, 그것은 정체의 약화 자체에서 비롯된다.

   모든 인간사에 종말이 있듯 우리가 말하는 국가도 결국은 자유를 잃고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로마도, 스파르타도, 카르타고도 종국에는 망했다. 국가는 입법권이 집행권보다 더 부패할 때 멸망하고 말 것이다.

 

12편 시민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

1. 개념

  국가조직은 자유로운데 시민은 전혀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시민은 자유롭지만 국가조직은 안 그럴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국가조직은 법률상 자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것이고, 시민은 실제로 자유롭지만 법률상으로 그렇지 않은 것이다. 

  국가조직과의 관계에서 자유를 형성하는 것은 오직 법 규정, 특히 기본법 규정뿐이다. 그러나 시민과의 관계에서는 풍속과 생활양식, 판례 등이 자유를 탄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민법이 그것을 조장할 수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유가 그 국가의 헌법이 요구하는 이상으로 제약과 충격을 받고 약화되므로, 각 헌법에서 각국이 저마다 인정할 수 있는 자유 원리를 조장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개개의 법에 대해 논하는 것이 좋다.

2. 시민의 자유

  철학적 자유는 자기 '의지'의 발휘에, 또는 최소한 자기 의지를 발휘한다는 의견에 있다. 반면에 정치적 자유는 '안전'에, 또는 자기 안전에 대해 갖는 의견에 있다. 공적이거나 사적인 고발 이상으로 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시민의 자유는 주로 형법의 양호함에 달려 있다. 

  형법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유를 가장 열렬히 추구했던 곳이라고 해서 항상 자유가 발견된 것은 아니었다.

   형사재판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관례에 관해 몇몇 나라에서 얻었고 다른 나라에서 얻게 될 지식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보다 더 인류의 관심을 끝다. 이런 지식을 실천에 옮김으로써만 자유는 확립될 수 있다.

   한 명뿐인 증인의 진술을 믿고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법은 자유에 치명적이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증인 두 명을 요구한다. 한 증인은 긍정하고 또 다른 증인이 부정하면 피고로서는 가부가 같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 3의 증인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4. 자유는 형벌의 성질과 그 비율에 의해 조장된다.

  형법이 범죄의 고유한 성격에서 하나하나의 형벌을 끌어낼 경우에는 자유가 승리한다. 모든 자의(恣意)는 중단된다. 형벌은 입법자의 변덕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에서 생겨난다.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결코 인간이 아니다.

  범죄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종교'를 해치는 죄, 두 번재는 '풍속'을 해치는 죄, 세 번째는 '평온'을 해치는 죄, 네 번째는 '시민 안전'을 해치는 죄다. 과해지는 형벌은 이 네 가지기 범죄의 본성에서 파생되어야 한다.

  국가의 평온이나 안전을 해체는 일에서는 비밀스러운 행위도 인간의 재판 관할에 속한다. 그러나 신을 모독하는 일에서는 공공연한 행위가 없는 경우 범죄 사실도 없다. 여시는 모든 일이 인간과 신 사이에서 이뤄지며, 신은 복수의 정도와 때를 알고 있다. 만일 법관이 일을 혼동해서 숨겨진 독성까지 찾는다면 필요하지도 않는 종류의 행위까지 수사하게 된다. 또 그는 소심한 양심을 가진 자들과 대담한 양심을 가진 자들이 시민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시민의 자유를 파괴하게 된다.

   두 번째는 풍속을 해치는 죄다. 공격적이거나 개별적인 절제를, 다시 말해 감각 사용 및 육체 결합과 결부된 쾌락을 누릴 방법에 관한 규율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들 죄에 대한 형벌도 사물의 본질에서 이끌어내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악의에서 비롯되기보다 자기 자신을 잊거나 가볍게 여겨서 일어난다. 여기서는 오직 풍속에 관계되는 죄가 문제되며, 네 번째 범죄에 해당하는 유괴나 성폭행처럼 공공 안전을 해치는 죄는 문제 되지 않는다.

   세 번째 범죄는 시민의 평온을 해체는 죄를 말한다. 투옥과 국외 추방, 징계, 그리고 정신이 불안한 자들을 회복시켜 기존 질서로 돌려보내는 형벌이 그것이다. 

5. 특히 절제와 신중을 필요로 하는 탄핵

  마술이나 이단을 기소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다. 이 두 가지 범죄에 대한 기소는 만일 입법자가 그것을 제한할 줄 모른다면 자유를 크게 침범하고 무한한 폭정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시민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시민의 성격에 관해 품고 있는 관념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의 무지에 비례해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13편 조세 징수와 공공 수입의 규모가 자유와 맺는 관계

1. 국가수입

  국가 수입이란 각 시민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거나 자신의 안전을 쾌적하게 누리고자 제공하는 재산의 일부이다.

  이 수입을 정확히 정하려면 '국가의 필요'와 '시민의 필요'를 똑같이 고려해야 한다. 국가의 '상상적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국민에게서 현실적 필요를 빼앗아서는 안된다.

  '상상적 필요'란 어떤 특별한 계획이 갖는 매혹과 허망한 영광에 대한 병적 갈망, 색다른 것에 대한 정신의 무력함 등 통치하는 사람들의 '정념'과 '약점'이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군주 밑에서 정무를 주ㅐㅈ하는 불안정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야비한 영혼이 요구하는 것이 곧 국가의 필요라고 생각했다.

   신민에게서 무엇을 거둬들이고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지를 결정하려면 더 지혜롭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공공수입은 국민이 얼마나 제공할 수가 있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얼마나 제공해야 하는지에 따라' 그 규모를 정해야 한다. 만약 국민이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한다면, 최소한 국민이 그것을 항상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 조세가 많은 것은 그 자체로 좋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잘못된 추리인가

  어떤 군주국에서는 조세가 면제되는 작은 지방인데도 조세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인 다른 지방과 다를 바 없이 가난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주변을 둘러싼 큰 나라에게서 갖가지 방법으로 방해받는 바람에 공업이나 수공업, 제조공업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작은 지방을 둘러싼 큰 나라는 공업과 수공업, 제조공업을 가진다. 큰 나라는 공업과 제조공업, 수공업에서 나오는 모든 이익을 얻게 해주는 규칙을 만든다. 따라서 작은 나라는 아무리 조세를 적게 내도 결국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작은 나라들은 가난하므로 국민을 근면하게 만들려면 세금을 무겁게 매겨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실은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거둬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은 편이 더 나았으리라. 아무 일도 안 하고 살고자 그런 지방에 모여드는 것은 주변의 가난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과중한 노동에 지친 나머지 모든 행복을 나태에서 구한다.

   한 나라의 부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야심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빈곤은 그들의 마음속에 절망을 안겨주는 효과를 낳는다. 야심은 노동으로 자극받고, 절망은 나태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자연은 인간에 대해 공정하다. 또 인간의 노고에 대해 보상한다. 더 큰 노동에는 더 큰 보상을 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근면해지게 만든다. 그렇지만 만일 어떤 자의적 권력이 자연의 보상을 빼앗는다면, 사람들은 또다시 노동에 싫증을 느끼고 무위를 유일한 선으로 간주할 것이다. 

7. 농노제가 없는 나라의 조세

  토지에 과세할 때는 납세 장부를 만들의 토지의 여러 등급을 기록한다. 그러나 그 차이를 알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그 차이를 구별하는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두 가지 불공평이 존재하는데, 인간의 불공평함과 사물의 불공평함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과세가 과중하지 않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넉넉히 남겨준다면, 이런 개별적 불공평은 그다지 신경 쓸게 못 된다. 반대로 국민에게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정도만 겨우 남겨준다면, 비록 아주 작은 불공평이라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상품에 대한 과세는 국민이 부담을 가장 덜 느낀다. 왜냐하면 상품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금은 매우 교모하게 과세되므로 국민은 자기가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자차 잘 모른다. 그러려면 상품을 파는 자가 이 세금을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상인은 자기가 자기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구매자는 그것을 가격과 혼동한다. 

8. 어떻게 착각이 유지되도록 하는가?

  물건을 사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물건 값과 세금이 혼동되게 하려면 상품과 세금 사이에 어떤 비율이 있어 가격이 낮아는 상품에 너무 많은 세금을 매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군주가 물건 값에 비례하지 않는 세금을 징수하려면, 군주가 직접 그 물건을 팔아야 하고 국민이 다른 곳에서는 그것을 살 수 없어야 한다. 안 그러면 수많은 문제가 생겨난다. 

   그럴 경우 부정행위를 하면 이득이  꽤 많이 남으므로 이성이 요구하는 자연적 형벌, 즉 상품 몰수만으로는 그 같은 행위를 막아낼 수 없다. 그 상품이 정상적인 것이라면 값이 매우 쌀 테니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보통이 넘는 형벌, 중범죄에 내리는 형벌에 맞먹을 만큰 과한 형벌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15. 자유 남용

  이처럼 자유가 제공하는 큰 이익은 자유 남용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중도정체가 훌륭한 성과를 거두자 사람들이 그 같은 절도를 버리고 말았다. 많은 세금을 거두게 되자 더욱더 많이 거두려고 했다. 사람들은 자유의 손이 그것을 선물해주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모든 것을 거부하는 예속상태를 지향했다.

   그 결과 자유는 과도한 조세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도한 조세의 결과는 예속 상태로 이어졌고, 예속 상태는 다시 조세 감소로 이어졌다.

20. 징세 청부인

  징세 청부인이라는 영리적 직업이 그 재산 때문에 존경된다면 만사는 끝이다. 전제국가에서는 그렇게 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는데, 흔히 그들이 하는 일은 지방 총독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국에서는 그것이 좋지 않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로마 공화국을 멸망시켰다. 군주정체에서도 역시 좋지 않다. 이 정체의 정신에 그보다 더 위배되는 것은 없다. 다른 모든 신분의 사람들이 혐오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명예는 명예가 받는 경의를 상실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완만하고도 자연적인 여러 방법은 사람의 마음을 더는 움직일 수 없으며, 정체 원리는 타격을 받게 된다.

  각각의 직업에는 각각의 몫이 있다. 세금을 거두는 사람의 몫은 부이며, 그 부에 대한 보수는 부 자체다. 영광과 명예는 그것 말고는 참다운 선을 알지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느 귀족을 위한 것이다. 존경과 경의는 항상 일에 쫓기며 밤낮없이 제국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대신이나 행정관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