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Chap 8)

강대원 2025. 5. 1. 09:07

8. 마지막 시련.... 독일과 미국은 어떤 스토리를 만들었는가

 

딥 스토리(Deep Stroy)와 무한한 허구의 나라

 

  사회학자 앨리 러셀 훅실드(Arlie Russel Hochschild) 는 '딥 스토리(Deep Stroy)'라는 개념을 개발했다. 한 국가 자체에 대한 사회문화적 서사인 딥 스토리는 사회의 역사적 스토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공유되는 내러티브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문화적 정체성, 근본 가치, 한 사회 혹은 민족의 집단적 희망이나 불안에 대한 일련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훅실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딥 스토리는 어떤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감정이 상징의 언어를 사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판단도, 사실도 제거하며, 어떤 느낌인지를 이야기해줄 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발 물러서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딜이 어떤 주관적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탐구하게 한다. 

    내러티브의 공통분모는 한 나라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정치를 수행하기 위해 이해해야 하는 그 나라의 딥 스토리로 이어진다. 딥 스토리는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성장한 어른 동화이며,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동의하는 스토리다. 이러한 스토리는 일종의 자기 확인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설계된 유토피아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에 대한 이상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딥스토리는 그 나라 자체의 광고 슬로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개척 대륙의 경우 많은 신규 이민자는 정신적 진보를 한 걸음 더 이루었다. 말하자면 영국 출신의 개신교 이민자들과 청교들은 자신들의 신앙이 유럽에서 위협받는다고 여겼기 때문에 구대륙을 떠났다. 그들은 미국에서 기독교 유토피아를 세울 수 있기를 기대했다. 개척민들은 오늘날까지 미국 내러티브의 명성과 미학, 역동성을 특징짓는 일련의 내적 서사를 함께 가지고 왔다. 여기에는 엄청난 낙관주의와 경제적 번영에 기여한 개신교의 직업윤리와 기업윤리가 포함되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순례를 막강한 유럽 교회로부터의 전향으로 인정하는 청렴의식, 마지막으로 과학적 입증을 거부하는 세계 인식과 함께 나타나는 과종교심 (Hyperreligiosity)도 이러한 서사에 해당되었다. 

   미국은 역사가 아주 짧기에 자국에 대해 특히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은 기존의 자기 서사를 더 발전시키거나 수정할 필요 없이 완전히 재창조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미국은 신화와 전설을 특히 잘 받아들였다. 그 안에서 모르몬교와 같은 새로운 종교가 발명되었다. 그리고 1969년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착륙하여 미국의 기술과 과학에 대한 성공 스토리를 이루어냈음에도 오늘날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달 착륙을 믿지 않는다. 

   우리가 스토리로 구성된 한 나라의 모든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순간을 수용하고 현대의 도핑, 즉 인터넷을 덧붙인다면 기라성 같은 동화, 말하자면 내러티브의 빅뱅이라는 최종 결과를 얻게 된다.

 

   정체성, 특히 집단적이고 민족적인 정체성은 언제나 일종의 구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딥 스토리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이야기, 그것도 아주 강력한 이야기와 다름없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존재가 결정되며,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기대가 달라졌다. 예부터 계속되는 인습적인 문화적 클리셰는 과거에는 들어맞았더라도 지금은 점점 더 들어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들어맞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 중 많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