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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원더풀 사이언스 - 과학적으로 생각하기

by 강대원 2024. 7. 21.

원 제목은 The Canon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부제로 A wirling Tour of the Beautiful Basics of Science 라는 타이틀이 있으며 나탈리 엔지어(Natalie Angier)는 '뉴욕타임즈'에 생물학 기사를 쓰고 있으며 퓰리처상, 미국 과학벌전협회 언론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 작가이다. 

 

과학적으로 생각하기 : 유체 이탈 실험 (Thinking Scientifically : An Out-of-Body Experience)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가장 정교한 발톱으로 문제를 공격해 느낄 수 있고 음미할 수 있는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는 기술이다. 

 

농부들은 타고난 과학자다

 

   미시건 대학의 이론물리학자 마이클 터프는 "과학은 경직된 교리를 모아놓은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말하는 과학적 진리란 계속해서 수정되고, 도전받고, 개선될 수 있는 무언가를 뜻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정반대인데도 사람들이 근본주의자들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여 과학은 딱딱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짜증이 나죠. 과학자들은 누구나 운이 좋아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면 그 사실을 발견한 순간부터 처음보다 더 많은 의문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물어보며, 내 지식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죠. 과학은 아주 겸손하고 겸허한 분야입니다."

  과학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험실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느끼지는 못할 뿐 사람들은 누구나 매순간 과학을 하면서 살아간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발생생물학자 폴 스턴버그는 "DVD 플레이어를 고치는 것도 일종의 실험이며 대조군과 비교해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첫 단계는 관찰이죠. 왜 화면이 저렇지? 무슨 문제가 있나? DVD 플레이어가 문제일까 텔레비전이 문제일까? 이런 생각이 들면 DVD 플레이어의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직접 실험해보게 됩니다. 이웃집에서 DVD  플레이어를 빌려와 설치해보고 텔레비전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면 이번에는 DVD 전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선은 제대로 설치됐는지를 점검해 볼겁니다. DVD 플레이어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결국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농부들 역시 타고난 과학자들이다. 농부들은 계절과 기후, 식물 생장에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며 기생충과 숙주가 벌이는 격렬한 한판 춤의 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다. 과학적 호기심으로 충만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토머스 제퍼슨은 아탈리아에서 온 호박과 브로콜리, 프랑스에서 수입한 무화과, 멕시코에서 들여온 후추, 미국 서부 개척의 선구자인 루이스와 클락이 수집한 콩 등을 실험해보면서, 체계적인 방식으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과일과 야채를 찾아내고 다른 작물들은 퇴출시키려 했다. 조지 워싱턴은 새로운 비료법과 윤작을 고민했으며, 말이 들어가 이제 갓 추수한 밀 위를 빠르게 걸으면서 이삭을 효과적으로 탈곡하는 16면 외양간도 만들었다.

 

달은 날마다 떠오른다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진실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간명한 과학의 아름다운 진리로, 그 아름다움의 깊이는 거의 한량할 수가 없다. 우리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우주가 있다는 사실, 평년으로 측ㄱ정하는 바깥의 거대한 우주와 원자 세계의 단위인 옹스트롬으로 측정하는 내부의 소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한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아주 좁은 한계와 요구를 반영하는 수준으로만 일상의 실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주체였던 우리는 객체가 되었고, 달이 야간 근무를 하려 날마다 하늘 위로 떠오른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달이 하늘의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던 단서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돼버렸다. 우리들은 별의 부스러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어째서 고개 들어 저 하늘에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쳐다볼 시간을 불과 몇 분도 내려 하지 않을까? 갈텍의 행성과학자 마이클 브라운은 말한다. "밖에 나가 하늘에 떠 있는 크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별들을 한번 봐보세요. 대부분의 경우에 지금 보고 있는 별들의 모습은 앞으로 1년 안에는 다시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 겁니다."

 

과학과 세상의 아름다운 마법들

 

   과학자들은 지식의 추구가 인생의 신비나 아름다움, 혹은 '신성함'을 해친다는 케케묵은 주장에 성을 낸다.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듯, 당신은 아름다운 장미를 보면서 그 사랑스러운 붉은 꽃잎에 숨어 잇는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붉은 색이 빛의 특정한 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빛은 광자라고 하는 작은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이 보내는 광자에는 우리가 무지개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색깔이 다 있지만, 빛이 장미에 닿았을 때 장미꽃 색솓르은 붉은색 광자는 튕겨내고 다른 빛깔의 광자는 흡수한다. 튕겨 나온 붉은색 광자는 우리 눈 속으로 들어오고, 그래서 우리는 장미 꽃잎이 붉다고 느끼게 된다. 

   우주의 '마법'을 잃지 않은 채로 우주를 탐험하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마법'이 눈에 보이는 질서 아래 숨어 있는 진실일지도 모르며 언젠가 현실은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언덕 위에 있는 호그와트로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우주는 여전히 풀지 못한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과학자들은 우주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확신하며 쌓여가는 지식 속에서 우주에 대한 물음표는 마침표로 바뀌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우주가 일정한 법칙이 없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아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이제까지의 생각처럼 너무나도 신비해서 이해할 수 없는 곳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곳이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스티븐 와인버그는 말한다. "또 인류의 운명이 행성의 배열에 따라 결정되는 세상도 아닙니다. 때로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심령술사를 부르기도 하고, 텔레비젼에서 심령술에 대한 찬반 토론이 진행되기도 합니다만, 그런 문제들은 진짜 미해결 문제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아니지요."

   역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를 결국 이해하게 된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MIT 의 물리학자 로버트 제프는 첨탑과 천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기독교의 크고 작은 교회들은 전통적으로 하늘에 좀더 가까워지고 이웃 마을에 자랑하기 위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은 높은 첨탑을 세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무로 만들어 높게 세운 이런 첨탑은 이웃들의 시기심보다는 자연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 번번이 벼락에 맞아 불타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죄악과 신의 분노를 샀는지를 밝히느라 큰 소등이 일어났씁니다." 그러나 18세기에 벤저민 프랭클린이 번개가 종교적인 힘이 아니라 전기 현상임을 밝혀냈다. 프랭클린이 첨탑이나 지붕에 피뢰침을 설치하라고 조언한 이후 번개를 종교적 상징으로 해석하는 전통은 사라졌다. 

 

과학에는 수학이 필요할까

 

   과학자들은 우주의 모든 것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게 끊임없이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임마누엘 칸트는 '우주에 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천체물리학자 존 바콜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바다에서 기어 올라왔으며,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땅덩어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이고, 태양 역시 은하의 팔 부분에 위한 중간 크기에 중간 나이에 중간보다 어두운 희미한 빛을 내는 별에 불과하며, 우주에는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수백만 개의 은하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수백만 개의 은하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작은 소립자에서 거대한 우주의 끝까지, 거대하고 오래된 우주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이것은 정말 경이롭고도 정말 특별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될 필연적 이유도 없었습니다."라고 바콜은 말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별들을 셀 수 있는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우주가 전체 모습을 볼 수도, 분석해 낼 수도 없는 아주 복잡한 곳이라고 생각하고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그렇게 복잡한 곳이 아닙니다. 이런 사실이 저로서는 정말 기쁩니다."라고 브라이언 그린은 말한다. 우주는 말도 못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곳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질서가 잡힌 곳이다. 과학자들은 수학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수천년 후에 있을 일식을 예측할 수도 있고, 오늘 쏘아올린 우주선이 언제 해왕성과 만날지 알 수 있으며, 먼 곳에 있는 항성의 수명과 고통스러운 죽음을 예측할 수 있다. 수학이 현실을 파헤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이 입증되었으며, 그래서 과학자들은 수학이 현미경이나 컴퓨터 같은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 아니라 우주의 구조와 운동 방정식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우주의 본질적인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학이 본질(reality)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신성하고 비할 데 없이 고귀한 무엇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현상을 수학 기호를 사용해 설명한 방식이 수학 기호를 사용하지 않은 설명에 비해 '더' 진실한 것은 아니다. '네 개의 다리 위에 매끄럽고 평평한 것이 올려져 있는 가구'를 '탁자'라고 부르는 것이 메사(mesa), 타블로(tavolo), 리에스트(lijst)라는 낱말(모두 탁자를 가리키는 말)로 부르는 것 보다 더 진실인 것은 아니듯 말이다. 수학은 한 언어일 뿐 유일한 언어는 아니며, 수학의 기호가 나타내는 내용은 다른 언어로, 쉽고 간단한 말로도 설명될 수 있다. 수학적 정리와 '현실의 우리들' 사이의 두 점을 잇는 데 관심이 거의 없는, 순수 수학자라고 하는 소규모 집단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수학은 하나의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결과는 단순히 원주율 파이를 숭고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수학은 우리에게 다시 현실성을 돌려줘야 하며, 이번에는 장 제목, 주석과 보충 설명, 신중한 동사들을 적절하게 갖추어 필연적인 결론과 남는 의문점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수학을 통달하는 일이 과학의 핵심을 파악하고 심지어 직접 수행하는 데도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 하더라도, 광활한 과학의 장을 누비는 동안 거대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수학 가문의 일원들과 부딪히는 일은 피할 수 없다. 그중에 하나가 정량적 사고(quantitative thinking)이다. 정량적 사고란 확률과 무직위라는 개념에 익숙해지고, 어려운 문제를 좀더 다루기 쉬운 요소로 분해해서 도저히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양을 작은 메모지에다 힘들게 계산해내는 기술을 배우는 일이다. 예컨데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통학 버스 수'라든가 '사람들이 손을 잡고 일렬로 늘어선다면 몇 명이 있어야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을까', '손을 잡고 둘러쌀 때 일부는 바다에 잠길테니 만약을 대비해 일단 치아 기록을 제출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상어 퇴치 약을 가져가야 할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같은 문제들 말이다. 과학자들은 과학이 그저 단순한 사실과 법칙의 나열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으로 여겨지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이 확률, 평균, 표본 크기, 데이터 세트 같은 통계적 지식을 잘 알아서 숫자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시도를 정당한 근거로 비웃어주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큰 수의 법칙(the law of large number)'이라는 작은 법칙이 있다. 아주, 아주 큰 집단을 고려하며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한된 규모 안에서는 드물게 벌어지는 일이 큰 집단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일어날 뿐 아니라 당연히 일어나야만 한다.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큰 액수의 복권에 계속 당첨되어 뭇 사람들의 경탄과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적 같은 경우도 확율로 생각해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텍사스 대학교 경제학 교수 조너선 쾰러는 "정말로 놀라야 할 때는 두 번 당첨된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이죠"라고 말한다. 

 

과학은 의견이 아니라고요

 

   칼텍의 생물학자 엘리엇 메이어로위츠는 말한다. "사실 과학에서는 어떤 것이 자신이 생각대로 된다면 실험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더 철저하게 되짚어서, 자신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그렇듯이 과학자들도 편견에, 특히 개인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어쨋든 우리는 우개골 안에 붙들려 있는 존재다. 우리는 뇌를 뛰어넘을 수도 마음을 교환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저 그 안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 이런 자기자만은 사실 자신의 비범한 가치를 내세워 잠재적인 고용주나 연인을 설득할 때는 아주 유용한 도구로 쓰이지만 MIT 의 분자생물학자 제럴드 핑크의 말처럼 '과학의 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나치게 철학적이지 않은 우리들은 보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우리의 편견에 좌우되지 않는 자연의 진리가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메이어로위치는 말한다. "과학자들이 학부 생활, 대학원 생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그 모든 시간 동안 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개인의 편견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이죠." 훌륭한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대하는,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유죄인, 속죄를 구하는 참회자들이다. MIT 의 화학자 다니엘 노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연구에 물두하는 시간 대부분을 자기 자신의 오류를 입증하며 지내야 합니다." 연구를 하는 동안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피펫을 사용하거나 해파리에서 추출한 녹색 형광 물질을 쥐의 배아에 이식하기 전에 어떤 가설을 세웠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끝나는 순간까지 순수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노세라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과학 보고서의 결론 부분은 그 사람이 훌륭한 과학자인지 아닌지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그 사람이 제대로 실험을 했고, 자료를 정확하게 수집했고, 그 자료가 옳다는 사실이 나와 있ㄴ은 곳이죠. 논의 부분에서는 똑똑해 보일 수도 있고, 멍청해 보일 수도 있으며, 흥미로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라나 저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지요. '과학자들은 똑똑해 보일 때도 있고 멍청해 보일 때도 있는 법이니 그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 보고서의 결론은 언제나 정당한 것만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 컬럼비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다시 켈리도 비슷한 충고를 합니다. "설령 당신의 이야기는 틀렸다 할지라도 자료는 진실해야 합니다."

 

 개구리 알은 뱀이 다가올 때 부화한다

 

   보스톤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빨간눈청개구리의 알은 알 가까이에 뱀이 접근하면 잡아먹히는 걸 피하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부화해서 올챙이가 안전한 물속으로 뛰어든다는 가설을 밝혀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미숙란이 예정보다 일찍 깨어난 이유가 알얼 먹기 위해 다가오는 뱀 때문임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알이 예정보다 일찍 깨어나는 이유가 다른 환경 요인 때문이 아니라 다가오는 뱀 때문이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과학자들은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뱀의 접근을 비롯해 사람의 발자국이나 빗방울 등 강도가 같은 다양한 진동을 알에다 가해보았다. 개구리 알은 뱀이 다가올 때만 부화했다. 

   매력적인 대조 실험은 보통 대조군을 숨긴 채로 진행된다. 이런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집단이 대조군이고 어떤 집단이 진짜 실험 대상이 된 실험군인지 알지 못해야 하며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비밀이 밝혀진다. 제대로 된 대조군을 계획하는 일이 실험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경우도 많다.

   자료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또 다른 방법은.... 또 다른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언제나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과학자들은 증거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빈약한 자료를 파워포인트에 실어 발표하는 성의 없는 연구자들엑는 자비를 보이지 않는다. "정말 공격적이고도 대립이 심한 과정이죠. 서로 충돌하고 싸우는 건 과학자들에는 일상생활이에요" 루시 존스의 말이다. 과학계의 혹독한 신고식은 안정적인 현 상태를 뒤짚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참신한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는 독단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위대한 과학 혁명이란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의 위대한 과학 이론은 기존 이론들을 통합하고 완벽히 흡수해 더 큰 진보를 이룩해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입증한 것은 아이작 뉴턴이 틀렸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보다 그는 운동과 만유인력에 관한 뉴턴의 이론이 완벽하지는 않으며, 아주 작은 소립자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물체의 행동을 설명할 새로운 방정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은 기존 지식을 좀더 폭넓고 분명하게 만들었으며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렇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 때나 야구 방망이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올 때, 새로 산 값비싼 귀걸이가 배수구로 떨어질 때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여전히 그대로 적용된다.

   "과학의 법칙은 아주 확고합니다." 버클리 대학교의 천문학자 알렉스 필립펜코는 말한다. "저는 매일매일 정말 흥미롭기는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불완전한 아이디어들을 담은 메시지를 받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죠. '보세요, 당신의 생각은 좀더 일관성 있게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내용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기존의 학문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라구요. 어떠한 종류의 새롭고 혁명적인 생각일지라도 해도 그 생각은 과학자들이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 다시 말해 기존 지식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회의적인 시각이 견고하더라도 설득력 있고 포괄적이며 완전히 무르익은 혁신적인 시각이 견고하더라도 설득력 있고 포괄적이며 완전히 무르익은 혁신적인 생각이라면 과학계는 결국 받아들인다. 1953년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발표한 '네이처'에 실린 짧은 논문이 좋은 예이다. 이 유명한 논문은 DNA, 즉 디옥시리보헥산(Deoxyribonucleic acid)의 유례없이 정교한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전 세계 유수의 유전학자들은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은 핵산이 아니라 단백질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단백질은 복잡하다. 단백질은 세포 속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질보다도 복잡하다. 유전정보도 마찬가지로 아주 복잡해 보인다. 그러니 복잡한 유전정보는 당연히 복잡한 단백질이 전달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중나선 구조의 우아함과 사다리처럼 한 쌍씩 맞물려 있는 네 염기의 영리함, 한가닥만 있으면 자신과 똑같은 가닥을 만들어 딸세포를 만들어내는 편리함을 목격하게 되면서 유전학자들은 이 과묵한 암호가 어떻게 모든 생명의 이야기를 만들어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새로운 불확실성을 찾아서

 

   과학의 힘은 바로 커다란 문제를 작은 여러 조각의 문제로 바꾸어 공략하려는 데 있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한 조각 한 조각씩 해결해가는 접근법에서는 지루할 정도로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길 원하는 대학 홍보부나 필사적인 언론의 요구가 아무리 거세더라도 자료를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참는 것이 필요하다. 훌륭한 과학자들은 적어도 은퇴해서 명예 교수라는 안락의자에 앉아 편히 쉬며 사변적인 논의를 하는 시기 전까지는, 지나치게 확대 해석을 하거나 화려한 결과를 추구하지 않는다.

  과학은 태성적으로 불확실한 과업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과학의 힘이 나오는 또 다른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새로운 패턴, 새로운 법칙, 새로운 기본 원리, 새로운 불확실성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라고 칼텍의 앤디 잉거솔은 말한다. "우리들은 새로운 것을 찾고 발견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은 견해를 표현하고 종종 너무나도 강하게 의견이 부딪히다보니 일반인들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과학자들이 과연 아는 게 있기는 한건가'하고 의문이 들기도 할 거고요. 뭐 결국 우리들은 다음 불확실성으로, 다음 미지의 영역으로 옮겨가지요. 꾸물거릴 여유가 없거든요." 무지는 기쁨이며 언제나 새로운 이유가 된다. "과학자들은 정보의 존재가 아닌 정보의 부재에 더 큰 자극을 받습니다."라고 스코트 스트로벨은 말한다.

  과학은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정말로 어떤 것을 완전히 반박할 수 없게, 중성미자만큼의 의심도 남지 않게 증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 과학자들은 그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 대신에 과학자들은 틀린 부분이 아주 아주 적은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찾을 때까지, 경쟁한느 가설들을 제거해나간다. 되도록이면 틀린 부분이 가장 적은, 가장 좋은 가설을 찾을 때까지, 다시 켈리는 "현직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과학이 진리라고 믿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단지 과학은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죠."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과학의 본질이 잠정적이고 근시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할 여지를 남겨둔다. 물론 과학자들의 업그레이드 방식은 기존 모델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지니며 등장하는 컴퓨터 운용 체계의 업그레이와는 사뭇 다르지만, 예컨데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을 운반하는 주요 운반체가 단백질이 아닌 DNA라는 사실을 밝혀낸 후에도 DNA가 유일한 운반체는 아닐 것이며 최초의 운반체도 아닐 것이라고 의심했다. 과학자들은 한때 시키는 대로 일하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했던 RNA 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RNA는 DNA 와 단백질 사이에서 일하며 제왕인 DNA 가 내리는 명령을 받아 쉬지 않고 세포 내 작업을 수행하는 일꾼인 단백질에게 전달한다. 과학자들은 RNA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으며, RNA가 DNA 의 조상일지 모른다고, 생명이 처음 탄생했을 때 연속성 유지와 유전을 담당한 운반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RNA는 더 든든한 DNA에게 복제와 생식이라는 역할을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고 해서 왓슨과 크릭의 첫 발견에 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 볼트모어는 말한다. "RNA와 단백질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일 때뿐이죠. 그러니 유전자를 운반하는 핵심 운반체로서 DNA 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들의 개념이 분명해지고 정교해질수록 절대적이었던 것이 그 절대성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뿐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은 결코 진리를 알 수 없으며 그저 전리에 접근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과학자들은 진리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만성적인 불확실성이 강장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임페투스 이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막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 특히 자라오면서 초등학교 때 간단한 내용들은 모두 배웠다는 믿음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딱히 특별한 과학적 지식을 접하진는 못했어도, 성장하는 동안 실제로 일어나는 물리 현상에 대한 직관이 생겼기에 가령 여름이 더운 이유나 겨울이 추운 이유, 공울 위로 던졌을 때 벌어지는 일들이 왜 생기는지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때로 이런 직관은 우리 뇌에 너무 편안하게 박혀 있어서 우리는 잘못된 인식을 갖기고 한다. 

  공이 위로 올라가고 있는 동안에는 힘이 위를 향해 있고 공이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에는 힘이 땅을 향해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믿어왔던 힘과 운동의 형태였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은 무렟가 운동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는 이런 생각은 임페투스 이론(The impetus theory)이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다. 전혀 틀린 것 없는 이성적인 생각처럼 보이는 이런 임페투스 이론은 안타깝게도 잘못된 이론이다. 공울 위로 던지는 바로 그 첫 순간에는 던지는 사람이 가한 힘으로 인해 공에 작용하는 힘이 위로 향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공을 일단 던지고 공이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동안에는 더 이상 공에는 위로 향하는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공중에 뜨는 순간 공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뿐이다. 따라서 힘을 나타내는 화살표는 모두 아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중력이 귀찮게 굴지 않는다면 위로 던진 공은 더 힘을 가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위로 솟구쳐 오를 것이다. 이것이 뉴턴이 밝혀낸 여러 뛰어난 법칙 가운데 하나인 관성의 법칙이다. 

   "과학을 배우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이전에 알고 있던 지식에 껴 맞춰서 생각하곤 합니다. 그 결과는 대게 임페투스 이론의 한 변형이죠." 캐리 교수의 말이다. "그래서 뉴턴의 법칙이라거나 힘, 운동량, 관성, 압력 같은 것을 배울 때도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에 동화시켜버립니다." , "아직 개념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전에 형성된 직관에 지배받고 있는 겁니다."

   때때로 어렸을 때 강한 인상을 준 단편적인 지식이 뿌리박힌 직관이 되어 그 지식을 이용해 다른 부분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에게 왜 어름은 따뜻하고 화창하며 겨울은 춥고 음산한지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신감 있게 지구의 공전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니라 타원이기 때문이라고 초등학교나 고등학교의 어느 땐가 배운 지식을 근거로 든다. 타원형 궤도를 돌기 때문에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면 지구는 여름이 되고 멀어지면 거리에 눈이 쌓이는 시기가 된다고.

   사실 7월보다 12월일 때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약간 더 멀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지구에 계절 변화가 생기는 까닭은 공전 궤도의 모양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기얼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축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만드는 공전 궤도면과 23도 이상 어긋나 있다. 그 때문에 북반구가 오랫동안 태양 쪽을 향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강한 빛과 열을 받는 시기가 계속되면 적도 이북에 사는 사람들은 선크림을 바르고,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챙 넓은 펠트 모자를 쓰고, 햇빛 가리개를 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 이번에는 지구가 회전판의 끝으로 가면서 북반구가 태양빛을 비스듬히 받게 되고 남반구가 태양의 열기에 서서히 익어간다. 

   유아들이 반짝이는 구슬 같은 것을 삼켜서 숨이 막히게 되는 위험을 겪어선 안 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에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여서 거기에 매달리게 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참신한 생각을 접하게 되면 커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넓혀감에도, 우리는 그것이 준 매력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 근사하고 감미롭게 들려서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각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기 어렵다.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바보가 된 것처럼 느껴져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체 그런 걸 왜 알아야 하죠.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안녕히 계시죠'라고 말하며 회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발 그러지 말자. 위로 올라가는 공에 작용하는 힘을 모두 위를 향한 화살표로 그려 넣었다거나, 계절이 왜 변하는지 잘 알지 못하겠다거나, 달의 위상 변화가 달 위로 드리우는 지구의 그림자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해도 (사실은 달의 절반은 언제나 태양빛을 받아 빛나고 나머지 반은 언제나 어둡지만 달이 한 달간 지구를 한 바퀴 돌 때 우리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서로 다른 비율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뭇엇이건 보고 들은 것은 잘못된 정보라도 논리적인 것인 양 차곡차곡 쌓아놓는 탐욕스러운 뇌라는 녀석의 탓이다. 그러니 진리를 향해, 자명한 이치를 향해 가는 중이라면 기꺼이 잘못을 저질러야 한다. 오해의 근원을 세밀하게 조사해가는 과정이 그리 즐겁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해서 실수는 멍청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오해와 실수에도 분명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논리적이지는 않다고면 적어도 우쓰광스러운 이유가 있다. 더구나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각이 형성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필요할 때마다 그 생각을 수정하고 개선하고 재가공할 수 있으며 기존 생각을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에 가까운 생각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찍어낸 동전처럼 반짝반짝 빛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