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법 일반
1. 법과 다양한 존재들의 관계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은 사물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다. 그리고 이 같은 의미에서 모든 존재는 그들의 법을 갖는다. 신들도 그들의 법을 갖고 있다. 물질세계에도 그것의 법이 있다. 인간보다 우월한 영적 존재들도 그들의 법이 있다. 짐승들에게도 그들만의 법이 있다. 인간들도 그들의 법이 있다.
법은 그것과 상이한 존재들 간 관계이자 이 여러 존재들 상호간 관계다. 창조자나 보존인과 마찬가지로 신은 우주와 관계를 맺는다. 즉 신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법은 곧 신이 천지를 보존한다는 법에 다름 아니다. 신은 이 법칙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안다. 신은 이 법칙이 자신의 지혜나 힘과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행했다.
이전의 형평 관계를 수립하는 성문법에 대해 그 같은 관계를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들의 사회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의 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다른 존재에게 어떤 혜택을 받은 지적 존재들이 있다고 할 때 그들이 그 혜택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일 지능을 갖춘 어떤 존재가 지능을 가진 또 어떤 존재를 창조했을 때 창조된 존재는 태성적으로 갖는 의존과계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지적 존재에게 해악을 저지른 어떤 지적 존재는 자기가 저지른 것과 똑같은 악행을 다른 존재에게 당해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적 세계가 물질세계처럼 지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적 세계는 비록 그 성격상 불변일 수 밖에 없는 법을 갖기는 하지만 물질세계가 그 자체의 법을 따르듯 지속적으로 자신의 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능을 갖춘 개별 존대들이 그들의 성격에 의해 한적되고, 그 결과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한편으로 그들은 성격상 그들 스스로 행동한다. 그래서 그들은 원래 갖고 있던 법을 꾸준히 따르지는 않는다.
물질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다른 물체들처럼 변함없는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또한 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신이 만들어둔 법칙을 끊임없이 위반하고, 자기 스스로 정해놓은 법칙을 바꾼다. 그는 스스로를 인도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는 한정된 존재다. 그는 지능을 가진 모든 유한한 존재처럼 무지나 오류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빈약한 지식마저 끊임없이 잊어버린다. 지각 능력을 갖춘 피조물로서의 인간은 무수한 정념에 사로잡힌다. 이런 존재는 언제 어느 때라도 자신의 창조조를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신은 종교 규범을 통해 그 점을 상기시켰다. 이런 존재는 언제 어느 때라도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철학자들은 도덕규범을 통해 그 점을 알려다. 또한 그는 사회생활을 하도록 만들어졌는데도 거기서 다른 사람들을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입법자는 정치법과 국민법을 통해 인간으로서 그가 지켜야 할 의무를 상기시켰던 것이다.
2. 자연법
이런 모든 법 이전에 자연의 법이 있는데,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법이 우리 존재의 구조에서만 유래하기 때문이다. 자연법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사회가 성립되기 이전의 인간을 고찰해야 하는데, 자연법이란 그런 상태에서 그가 받아들이게 될 법이다.
인간은 자기 존재의 기원을 찾기 전에 그 보존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인간은 우선 자기가 나약하다고만 느껴 극도로 소심해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각자는 자기가 열등하다고 느낄 뿐 다른 사람들과 평등하다고는 잘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서로를 공격하려 하지 않을테니 평화가 제 1의 자연법이 된다.
인간은 동물이 자기 종에 속하는 다른 동물에 접근할 때 느껴지는 쾌감으로 서로 접근하게 된다. 또한 영성이 그 차이로 서로에게 불러일으키는 매혹이 이 쾌감을 증대한다. 따라서 그들의 서로 대한 자연스러원 소원이 제 3의 자연법이 된다.
인간은 맨 처음 갖는 감정 외에 지식을 갖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다른 종류의 동물이 맺지 않은 두 번째 유대를 맺고, 결합 동기를 새로이 갖게 된다. 그리하여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제 4의 자연법이 된다.
3. 실정법
각 사회는 자신의 힘을 자각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민족 간 전쟁상태가 시작된다. 각 사회에서 개개인은 자신의 힘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그 사회의 주된 이익을 차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 사이에 전쟁 상태가 조성된다.
이 두 가지 전쟁 상태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 법률이 제정된다. 서로 다른 민족의 존재가 필연적일 만큼 아주 큰 행성의 주민으로 고찰되는 인간은 이들 민족 상호간 관계 속에서 법을 갖는다. 그것이 바로 '만민법'이다. 유지되어야 할 사회에서 살아가는 자로서 고찰되는 인간은 통치하는 자들이 통치받는 자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법을 갖는다. 그것이 바로 '정치법'이다. 또 그들은 모든 국민이 자기들끼리 맺는 관계 속에서도 법을 갖는다. 그것이 바로 '국민법'이다.
자연에 가장 적합한 정체란, ,그것의 특별한 조항들이 국민의 성향에 더 잘 어울리는 정체라고 말할 수 있다.
법이란 일반적으로 인간 이성이다. 그리고 각 국민의 정치법 및 국민법은 오직 이 인간 이성이 적용되는 특수한 경우여야만 한다.
각 나라의 국민법과 정치법은 춥거나 덥거나 온화한 풍토라든지 토질, 나라의 위치와 크기, 농민이나 사냥꾼이나 목자 같은 국민의 생활 양식 등 그 나라의 물질적인 것과 관련되어야 한다. 도 이들 법은 자유 정도와 국민의 종교, 그들의 성향, 그들의 부, 그들의 수, 그들의 상업, 그들의 풍습, 그들의 예의범절과도 관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법들은 그 것들끼리 관계를 맺는다. 그 자체의 기원과 입법자의 의도, 긜고 그 제정 기초가 되는 사물의 질서 등과도 관계를 맺는다. 그러므로 법은 이런 모든 관점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2편 정체의 성격에서 직접 유래하는 법들
1. 세 가지 정체의 성격
정체에는 세 종류가 있다. 공화정체와 군주정체, 전제정체가 그것이다. 공화정체는 집단을 이룬 국민이나 단지 일부 국민이 주권을 갖는 정체다. 군주정체는 단 한 사람이, 그러나 제정된 불변의 법에 의거하여 다스리는 정체다. 반면에 전제정체에서는 통치자가 법이나 규칙 없이 의지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끌고 간다.
2. 공화정체 및 민주정체에 관한 법
공화국에서 집단을 이룬 국민이 주권을 가지면 '민주정체', 주권이 일부 국민의 손 안에 있으면 '귀족정체'라고 불린다.
민주 정체에서 국민은 어떤 점에서는 군주이고, 다른 어떤 점에서는 신하다.
국민은 그들의 의사인 투표를 통해서만 군주가 될 수 있다. 주권자의 의사는 주권자 자체다. 따라서 투표권을 정하는 법이 이 정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투표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누구에 대해, 무엇에 대해 행해져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은, 군주정체에서 누구 군주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다스려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주권을 가진 국민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자기가 해야하고, 잘할 수 없는 일은 장관들이 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만일 국민이 장관들을 임명하지 않으면 그들은 국민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이 자신의 장관들, 즉 행정관들을 임명하는 것은 이 정체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추첨에 의한 투표는 민주정체의 성격에 속한다. 또 선택에 의한 투표는 귀족정체의 성격에 속한다.
추첨은 그 누구도 괴롭히지 않는 선거 방법이며, 조국에 볼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불어넣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체로 결함이 있으므로, 위대한 입법자들은 그것을 규제하고 바로잡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투표 방법을 정하는 법도 민주정체에서는 매우 중요한 법이다. 투표가 비밀리에 행해져야 하는가, 아니면 공개리에 행해져야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키케로는 로마 공화정 말기에 투표를 비밀로 하도록 규정한 법이 로마를 몰락시킨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고 쓴다. 이것은 여러 공화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행해지고 있으므로 내가 보기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국민이 공개 투표를 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민주정체의 기본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하층민은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계발되고, 몇몇 주요 인사들의 사료로써 제어되어야 한다.
공화국의 불행은 정치적 음모가 더는 일어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국민이 돈에 매수당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국민은 냉혈한이 되어 돈에는 환장하지만 공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정부나 정부 제안에는 아무 관심 없이 그저 대가만을 얌전히 기다리는 것이다.
오직 국민만이 법률을 만든다는 것 역시 민주정체의 가장 중요한 법칙이다. 그렇지만 상원이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 수많은 상황이 있다. 로마와 아테네의 기본법은 아주 현명했다. 원로원 결정은 1년 동안 법으로서 힘을 발휘했다. 그라나 국민의 뜻에 의하지 않고는 항구적인 법이 되지 못했다.
4. 군주정체의 성격에 관한 법
종속적이며 의존적인 중간 권력은 군주정체, 즉 오직 한 사람이 기본법에 따라 지배하는 정체의 성격을 이룬다.
가장 자연스러운 종속적 중간 권련은 귀족의 권력이다. 귀족 신분은 어떻게 보면 군주정체의 성격에 속하며, 그 기본 원칙은 "군주가 없으면 귀족이 없고, 귀족이 없으면 군주가 없다."는 것이다. 귀족이 없으면 오직 전제군주만 있을 뿐이다.
군주정체에서는 중간계급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법의 수탁 기관 (법이 준수도록 보장하는 기관;의회) 이 또 필요하다가. 이 수탁 기관은 법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알리고 사람들이 법을 잊어버리면 그것을 다시 상기시키는 일을 하는 정치단쳬 (예를 들면 의회)에만 속할 수 있다. 귀족들은 원래 무지하고 부주의하며 민간 정부를 무시하기 때문에 그것이 묻혀 있는 먼지 구덩이에서 계속 끄집어내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 국정자문회의는 적당한 법 수탁 기관이 아니다. 국정자문회의는 그 성격상 기본적인 법 수탁 기관이 아니라, 법을 시행하는 군주의 일시적 의사를 수탁하는 기관이다. 게다가 국정자문회는 계속해서 바뀐다. 즉 국정자문회는 항구적이지도 않고, 숫자가 많지도 않으며,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도 못한다. 그래서 국정자문회는 험난한 시대에 국민의 앞길을 환희 밝혀줄 수도 없고, 그들을 복종시킬 수도 없다.
기본법이 없는 전제국가에는 법 수탁소도 없다. 그래서 이런 국가에서는 보통 종교가 강력한 힘을 갖는다. 종교가 일종의 상시적 수탁 기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종교 아니면 관습을 법 대신 떠받든다.
5. 귀족정체의 성격에 관한 법
귀족정체(이 장의 '귀족정체'란 주로 베네치의 경우를 말한다) 에서 주권은 일정 수의 사람들 수중에 있다. 바로 그들이 법을 만들고 집행한다. 그리고 나머지 국민은 그들에게, 군주정체에서 군주의 신하들 같은 존재일 따름이다.
이 귀족정체에서는 추첨에 의한 투표를 실시하면 안 된다. 불편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할 만큼 이미 확연한 구분이 이루어진 정체에서는 설사 추첨으로 선출된다고 해서 덜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시기하는 것은 행정관이 아니라 귀족이다.
귀족 숫자가 많을 때는 귀족 집단이 결정할 수 없는 정무를 처리하고 그들이 결정하는 정무를 준비할 원로원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 귀족 정체는 어떻게 보면 원로원 안에 잇고 민주정체는 귀족 집단 안에 있으므로 국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공화정체에서 갑자기 한 국민에게 과도한 권위가 주어지면 군주정체나 군주정체 이상의 것이 형성된다. 군주정체에서 법은 국가 구조를 형성하거나 그것에 적응했다. 정체의 원리가 군주를 제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국민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공ㅎ화정체에서는 그 권력의 폐해가 더 크다. 법이 그 점을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그것을 제약할 어떤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정무 관직은 짧은 임기로 그 권력의 강대함을 상쇄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입법자는 임기를 1년으로 정했다. 그보다 긴 기간은 위험하고, 그보다 짧은 기간은 일의 성격에 어긋난다.
권력에 참가하지 않는 국민 일부가 매우 가난하고 그 수도 너무 적어서 지배층이 그들을 억압할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는 귀족정체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귀족정체다.
6. 전제정체의 성격에 관한 법
전제 권력의 성격에 따라, 그 권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인간은 또한 단 한 사람이 그것을 행사하도록 만든다. 오감을 통해 자기만 잘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인식하는 인간은 본래 게으로고 무식하며 향략적이다. 그래서 그는 일을 하다 말고 그만둔다. 만약 그가 그 일을 여러 사람에게 맡긴다면 그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제 1의 노예가 되려고 암투를 벌일 것이며, 군주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정무를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와 동등한 권력을 갖는 재상에게 권력을 일임하는 편이 더 간단하다. 이런 나라에서는 재상을 두는 것이 기본법이다.
제국이 광활할수록 하렘은 더욱더 커지고, 그 결과 군주는 더한층 쾌락을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이런 나리에서 군주는 통치해야 할 국민 수가 많을수록 통치에 대한 생각을 덜 하게 된다. 처리해야 할 국사가 많을수록 덜 숙고하게 되는 것이다.
3편 세 가지 정체의 원리
1. 정체의 본질과 그 원리의 차이
각 정체의 '성격'과 '원리'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즉 '성격'은 정체가 그런 식으로 존재하게끔 만드는 것이고, '원리'는 그 정체가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자는 그것의 '고유한 구조'이고, 후자는 그것을 움직이는 인간의 '정념'이다.
앞에서 말했듯 공화정체의 성격은 국민 전체 또는 어떤 몇몇 가족이 '주권'을 갖는 것이고, 군주정체의 성격은 군주가 주권을 갖되 그 주권을 정해진 법에 따라 행사하는 것이다. 또 전제정체의 성격은 오직 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다.
2. 민주정체의 원리
군주정체나 전제정체가 꼭 올바르게 이뤄져야만 오랫동안 유지되거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군주정체에서는 '법의 함이, 전제 정체에서는 항상 높이 들어 올린 '군주의 팔'이 모든 것을 처리하거나 억제한다. 그러나 민중 국가에서는 앞의 두 정체와 달리 '덕성'이라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민주정체하의 그리스 정치가들은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힘으로 오직 '덕성'만을 인정했다. 오늘날 정치가들은 우리에게 제조업과 상업, 금융, 부, 그리고 사치 그 자체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다.
이 덕성이 소멸되면 야심은 받아들일만한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탐욕은 모든 마음속에 들어간다. 욕망은 대상을 바꾼다. 그래서 인간은 사랑하던 것을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다. 그전에는 법에 의해 자유로웠으나, 이제는 법에 대해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모든 국민은 마치 주인집에서 도망쳐 나온 노예같다.' 규범이라는 것을 이제는 가혹함이라 부르고, 규칙이라는 것을 이제는 제약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배려이던 것을 이제는 위협이라 부른다. 오늘날 인색함이라 부르는 것은 소유욕이 아니라 검소함이다. 옛날에는 개개인의 재산이 국고를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에는 국고가 개개인의 자산이 된다. 공화국은 빈껍데기다. '그것의 힘은 이제 몇몇 국민의 권력과 만인의 방종에 지나지 않는다.'
4. 귀족정체의 원리
민주정체서의 덕성이 필요하듯 귀족정체서도 덕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후자에서는 사실 덕성이 그처럼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는 않다.
국민은 귀족에 대해 신하의 군주에 대한 관계에 있으므로 귀족의 법에 의해 억제당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민주정체의 국민만큼 덕성이 필요하지는 않다. 동료에 대해 법을 집행해야 할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해 행동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것이다. 따라 그 구조의 성질상 귀족 집단에서 덕성이 필요하다.
귀족정체는 민주정체가 갖지 못한 힘을 갖고 있다. 귀족은 하나의 단체로서는 남을 억압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자기 자신을 억제하기가 어렵다. 귀족정체 구조의 성질이 이와 같으므로, 같은 사람들을 법 지배 밑에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법 지배에서 해방시키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단체가 자신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로 국한된다. 어떤 의미에서 귀족을 국민과 '평등' 하게 만드는 위대한 덕성에 의해서든가, 아니면 귀족을 국민과 최소한으로 '동등'하게 하는 일종의 '절도', 즉 좀 더 작은 덕성에 의해서든가. 전자는 위대한 공화국을 형성할 수 있고, 후자는 귀족의 보전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 정체의 정신은 '절도'다. 내가 말하는 절도는 덕성에 의거하는 것으로, 무기력이나 정신의 나태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다.
5. 덕성은 군주정체의 원리가 아니다.
군주정체에서 정치는 되도록 최소한의 덕성을 갖고 큰일을 하게 만든다. 흠 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기계가 동력과 힘, 바퀴를 되도록 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가는 조국애와 참다운 영광에 대한 욕망, 자기 이익 포기, 가장 귀중한 이익의 희생, 그리고 우리는 말로만 들었을 뿐인 고대인의 그 모든 영웅적 덕성 등에서 독립되어 존속한다.
군주정체에서는 법이 이 모든 덕성을 대신하므로 덕성이 필요하지 않다. 이 정체에서는 은밀하게 이뤄진 행위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모든 범죄는 원래 공적인 성격을 띠지만, 진짜로 공적인 범죄와 사적인 범죄는 구별된다.
그런데 공화국에서는 사적인 범죄가 오히려 더 공적이다. 다시 말해 개인보다 국가 구조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준다. 반면에 군주국에서는 공적인 범죄가 오히려 더 사적이다. 즉 국가 구조 자체보다 개인 운명에 더 큰 타격을 준다.
6. 군주정체에서는 어떻게 덕성의 결여를 보완하는가
군주정체에서 '명예'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뛰어난 행위를 하도록 이끌 수가 있다. 덕성과 마찬가지로 명예도 법의 힘과 결합해 통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통제되는 군주정체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고만고만하게 선량한 국민이 되지만, 덕을 갖춘 사람을 찾아내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덕을 갖춘 사람이 되려면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의도록 가져야 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보다는 국가 자체를 위해서 국가를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7. 군주정체의 원리
군주정체는 높은 신분과 지위, 그리고 세습 귀족계급을 전제로 한다. 명예의 성격이란 곧 편애와 특전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예는 그 자체로 자연히 이 정체에 놓이게 된다.
야심은 공화정체에서 유해하다. 그러나 군주정체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야심은 이 정체에 생명을 불어넣고, 위험하지 않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정체에서는 그것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예는 정치집단의 모든 부분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작용으로 정치집단의 모든 부분을 결합한다. 그러다 보면 각 부분이 각자 자신의 개별적 이익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결국 공동 이익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11. 이 모든 것에 관한 고찰
세 가지 정체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즉 어떤 공화국에서 사람들에게 '덕' 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덕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또 어떤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명예를 갖거나 어떤 전제국가에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라 '며예나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그런 것들이 없으면 그 정체는 완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편 교육법은 정체 원리와 관련되어야 한다.
1. 교육에 관한 법
교육에 관한 법은 우리가 처음으로 받는 법이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국민이 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므로 각 가족은 그들 모두를 포함하는 대가족 차원에서 다스러져야 한다.
국민 전체가 하나의 원리를 가졌다면 그 구성 부분들, 즉 가족들도 그것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에 관한 법은 각 정체마다 서로 다를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법은 군주정체에서는 '명예'를, 공화정체에서는 '덕성'을, 전제정체에서는 '두려움'을 그 목표로 삼는다.
2. 군주정체의 교육
군주정체에서의 사람들이 주로 교육을 받는 곳은 결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공립학교가 아니다. 세상에 나가는 순간 교육이 시작된다. 세상은 이른바 명예, 곧 어디서나 우리를 인도해야 할 그 보편적 스승이 가르치는 학교다.
여기서 우리는 항상 다음 세 가지를 듣게 된다. "덕성에는 어느 정도의 품위가, 풍속에는 어느 정도의 솔직함이, 행동에는 어느 정도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보여주는 덕성이란 항상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라기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에 가깝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와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다가가도록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과 구분 지어준다.
군주정체에서 풍속에 관해 교육할 대는 상당히 솔직해야 한다. 사람들은 교육하는 사람의 말에 진실이 담겨 있기를 원한다. 진실을 말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대담하고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군주정체에서 교육할 때는 예의를 갖춰 정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인간은 함께 살도록,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들도록 태어났다. 따라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비위를 건드리고 결국에는 모두에게서 신뢰를 잃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것이다.
그러나 예의의 근본이 이처름 늘 순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의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이다.
교육은 이 정체가 요구하는 모든 덕성과 자질을 갖춘 사람, 곧 신사라고 불리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명예가 도처에서 개입해 모든 사고와 감각 방식 속으로 들어가고 원리를 인도한다.
이 기묘한 명예는 덕성도 원하는 대로만 만들고, 우리가 명령받는 것에 대한 규칙도 독자적으로 정한다. 우리 의무의 원천이 종교에 있든 정치에 있든, 아니면 도덕에 있든 상관없이 명예는 그것을 제멋대로 확대하거나 제한한다.
군주정체에서 법과 종교, 명예가 내리는 명령 가운데 군주의 뜻에 복종하라는 명령보다 큰 명령은 없다. 그러나 군주라 해도 우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군주에게 봉사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그 같은 행위를 우리에게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명예는 모든 직업을 귀천 없이 원하거나 거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 같은 자유를 입신출세보다 우선시한다.
명예는 이렇게 최고 준칙들을 가지며, 교육은 이 준칙들에 부합해야 한다. 그 주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재산을 지키는 것은 허용되나 그것을 위해 생명을 버리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일단 어떤 지위에 오르면 스스로를 그 지위보다 낮게 보이게 만드는 행위를 하면 안되고, 남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묵인해서도 안 된다.
셋째, 명예가 금지하는 것을 법이 금지하지 않으면 명예가 금지하는 것은 더욱더 엄격히 금지되고, 명예가 욕하는 것을 법이 요구하지 않으면 명예가 요구하는 것은 더욱더 강하게 요구된다.
3. 전체정체의 교육
군주정체에서의 교육이 오로지 정신 수준을 높이려고만 애쓴는 것처럼 전제정체에서는 교육이 오리지 정신 수준을 낮추려고만 애쓴다. 전체정체에서는 교육이 노예적이어야 한다.
전제정체에서는 각 가정이 하나의 독립된 제국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주요ㅋ한 목표인 교육은 이 정체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정체에서 안다는 것은 위험하고 경쟁은 해롭다.
따라서 전제정체에서는 교육을 시켜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4. 고대인과 지금 사람들의 교육이 낳는 효과의 차이
대부분의 고대 민족은 덕성을 원리로 내세우는 정체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들의 덕성이 이 정체에서 힘을 발휘하면 보잘것없는 우리 영혼에 놀람움을 안겨주는 일들이 행해지곤 했다.
오늘날 우리는 부모의 교육과 스승의 교육, 사회의 교육 등 서로 다르거나 반대되는 세 가지의 교육을 받는다. 사회의 교육은 우리가 부모의 교육이나 스승의 교육에 대해 갖는 모든 생각을 뒤엎는다. 그것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종교적 의무와 사회적 의무의 대립에 어느 정도 기인하는데, 고대인은 거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5. 공화정체의 교육
공화정체에서는 교육이 갖는 힘을 전부 다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전제국가에 대한 두려움은 위협과 징벌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난다. 군주국가가 중요시하는 명예는 정념으로 증대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정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적 덕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이며,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은 항상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는 이 덕성을 법과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사랑은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함으로써 모든 개인의 덕성이 발휘되도록 한다.
그래서 공화정체에서는 모든 것이 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느냐 못 불러일으키느냐에 좌우되며, 교육은 이 사랑의 감정을 고취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이 사랑의 감정을 푸게 하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부모들 자신이 이 사랑의 감정을 갖는 것이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자신의 지식을 자녀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으며, 자신의 정념은 더더욱 잘 물려줄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모의 가정에서 형상된 것이 가정 밖에서 받은 인상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타락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른들이 이미 부패해 있을 때 갈피를 잡지 못한다.
6. 그리스인의 몇 가지 제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플라톤의 '국가'에 등장하는 재산 공유재와 신 숭배, 풍속 유지를 위한 외국인과 자국민의 분리, 시민이 아니라 도시국가에 의한 무역 등을 확립할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우리에게 수공을 주되 사치를 금하고, 우리에게 생필품을 주되 우리 욕망을 금하는 것이다.
그들은 화폐 유통도 금할 것이다. 화폐 효용이란 결국 자연이 정해 놓은 경계 넘어서까지 재산을 불리게 하고, 아무 쓸모도 없는데 모아놓은 것을 아무 쓸모도 없이 간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욕망을 한없이 증가시키고, 우리 정념을 자극하는 매우 제한된 방법을 제공하는 자연을 대체하고, 우리를 서로 타락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7. 그런 독특한 제도는 어느 경우에 좋은가.
미노스오 리쿠르고스, 플라톤 등의 법은 모든 시민이 서로에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수가 많은 국민의 혼란스러움과 태만함, 일의 엄청난 규모 속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런 제도에서는 화폐를 추방해야 한다. 그러나 규모가 큰 사회에서는 숫자와 다양성, 곤란함, 사업의 중요성, 매매 행의의 손쉬움, 교환의 느린 속도 등이 공통된 척도를 요구한다. 이 공통된 척도의 힘이 어디에나 미치도록 하거나 그 힘을 지키려면 사람들이 어디서나 힘을 부여하는 것을 가져야 한다.
5편 입법자가 제정하는 법은 반드시 정체 원리와 관련되어야 한다.
2. 정치적 국가의 덕성
공화국에서의 덕성은 매우 단순하다. 그것은 공화국에 대한 사랑이며, 또한 인식의 결과가 아닌 감정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이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조국애는 풍속의 선량함으로 이어지고, 풍속의 선량함은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개인의 정념이 충족되지 않을수록 보편적 정념에 더 깊이 빠져든다.
3. 민주정체에서 국가에 대한 사랑은 무엇인가
민주정체에서 공화국에 대한 사랑이란 곧 민주정체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민주정체에 대한 사랑은 곧 '평등에 대한 사랑'인 동시에 '검소함에 대한 사랑'이다. 이 정체에서는 각자가 똑같은 행복을 느끼고 똑같은 이익을 누려야 하므로 똑같은 즐거움을 맛보고 똑같은 희망을 품어야 한다.
민주정체에서 '평등에 대한 사랑'은 야심을 다른 시민들보다 조국에 더 많이 봉사한다는 오직 하나의 욕망과 오직 하나의 행복으로 한정한다. 시민들이 조국에 똑같이 봉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모두가 평등하게는 봉사해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조국에 큰 빚을 지게 되며, 그 빚을 다 갚기란 불가능하다. 비록 행복한 봉사나 우수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 의해 평등 원칙이 깨진다 하더라도 차별은 평등 원칙에서 비롯된다.
'검약에 대한 사랑'은 소유욕을 가기 가족을 위한 필수품과 자기 조국을 위한 잉여본이 요구하는 주의력으로 제한한다. 부는 권력을 부여하지만, 시민은 자신을 위해 그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평등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수한 민주정체는 가정에서 검소함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아테네와 로마에서처럼 공공 지출로 이어지는 문을 개방했다. 개인들의 양식과 행복은 대체로 그들이 가진 재능과 자신의 범용에서 많이 얻어진다. 법이 수많은 범인을 만들어낸 공화국이 현명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현명하게 통치될 것이며, 행복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아주 행복하게 통치될 것이다.
4. 평등과 검약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고취되는가
사람들이 이미 법으로 평등과 검약이 모두 확립된 사회에 살고 있을 때, 이 두 가지에 대한 사랑은 평등과 검약 그 자체에 의해 엄청나게 고양된다.
검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검약을 사랑하려면 그것을 누려야 한다. 검약을 사랑하려는 사람이 남의 사치를 부러워하거나 감탄해서는 안될 일이다.
따라서 공화국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평등과 검약을 사랑하도록 하려면 법을 두 가지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운 규범이다.
5. 법은 민주정체에서 어떻게 평등을 수립하는가
리쿠르고스나 로물로스 같은 고대의 몇몇 입법자들은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했다. 이런 일은 새로운 공화국이 수립될 때, 또는 오래된 법이나 정신이 너무 부패해서 가난한 자는 그런 해결책을 찾지 않을 수 없다고, 부유한 자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될 때에만 행해졌다.
입법자가 이 같은 균분제를 시행할 때 만약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일시적 국가조직을 만든 데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쪽으로 불평등이 침입할 테고 공화정체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균분제를 유지하려면 여성의 지참금과 증여, 상속, 유언 등 모든 계약 방식을 정해놓아야만 한다. 왜나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재산을 원하는 자에게 원하는 방법으로 주도록 허용할 경우 각 개인의 의사가 기초법 규정을 혼란을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정체 정신은 실제적 평등이지만, 그 같은 평등을 이루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어서 거기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엄격하게 구는 것이 언제나 적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격차를 줄이거나 어느 선에서 멈추게 하는 호구조사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다음 부자에게는 세금을 무겁게,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볍게 물려 불평등을 해소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오직 중간층 사람들만이 이런 종류의 균등책을 제시하거나 받아들일 수 잇다. 큰 부자는 누가 자기에게 권력과 명예를 안겨주지 않ㄴ으면 그것을 일종의 모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민주정체에서 모든 불평등은 민주정체의 본성과 평등 원리 자체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공직을 맡고 너무 가난해지지는 않을까, 그 때문에 직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 까, 수공업자가 거만해지지는 않을까, 해방 노예 수가 너무 많아져 시민보다 세력이 더 강해지지는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시민 간 평등이 민주정체의 효용을 위해 폐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폐지되는 것은 외관상 평등일 뿐이다. 공직을 수행하다가 파산한 사람은 다른 시민보다 더 열악한 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무를 태만하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바로 그 사람은 다른 시민을 자기보다 더 열악한 상태에 빠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런 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6. 민주정체에서 법은 어떻게 검약을 유지해야 하는가
재산이 똑같아지면 검약함이 유지되듯이 검약하면 재산도 똑같아진다. 이 둘을 서로 다르긴 하지만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존재하지 못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잇다. 말하자면 서로 인과 과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 민주정체에서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그 뒤를 따른다.
민주정체가 상업을 기반으로 하면 간혹 개인들이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어도 풍속이 문란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업 정신이 절약과 절제, 중용, 노동, 지혜, 평화, 질서, 규율 들의 정신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정신이 존속되기만 한다면 축적된 부가 절대 나쁜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의 과잉이 이 상업 정신을 훼손하면 악이 발생한다.
상업 공화국에서 아버지가 유산을 상속할 때 모든 자녀에게 똑같은 몫을 나누어주도록 정한 법은 매우 훌륭한 법이다. 이 법 덕분에 자식들은 아버지가 아무리 어머어마한 부를 쌓았다 해도 분명 아버지보다는 부자가 못 될 테니 사치를 부리지 않고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7. 민주정체 원리에 적합한 방법들
어떤 민주정체에서 풍속을 유지해야 하는 이 토지 균분재가 그 나라에 맞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른 방법에 의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자체로 풍속의 척도가 될 만한 상설 단체, 즉 고령과 덕행, 위엄 봉사 등의 미덕을 갖춰야만 들어갈 수 있는 원로원 같은 단체를 세운다 치자. 그러면 원로원 의원들은 국민의 눈에 신처럼 보여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킬 테고, 이 감정들은 모든 가정에 영향을 줄 것이다. 원로원은 특히 옛 제도를 보존하도록 애쓰면서 국민과 행정관이 그것을 버리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9. 법은 군주정체 원리와 어떻게 관련되는가
명예가 이 정체의 원리이므로 법은 명에와 관련되어야 한다. 법은 말하자면 명예의 아버지인 동시에 아들인 이 귀족 신분을 유지하도록 애써야 한다.
법은 군주의 권력과 국민의 무력(無力) 사이 중간 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맺어주는 끊이 되게끔 귀족 신분이 세습되게 만들어야 한다.
재산을 가족 가족 내에서 유지하는 제도인 대습상속인 지정 제도는, 다른 정체에서 적당하지 않지만 이 정체에서는 매우 유용할 것이다. 친족의 재산 환수권은 낭비벽 심한 친족이 팔아넘긴 땅을 귀족의 집에 되돌려줄 것이다. 귀족의 토지는 귀족 자신과 마찬가지로 특권을 부여받는다. 군주의 위엄은 왕국의 위엄과 분리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귀족의 위엄도 봉토의 위엄과 분리될 수 없다.
군주정체에서는 자식들 중 한 명에게 재산 대부분을 상속할 수 있다. 오직 군주 정체만이 이렇게 하도록 허용하기에 적당하다. 법인 신민들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군주와 궁정의 욕구를 별 문제 없이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이 정체 구조에 맞는 모든 사업븡ㄹ 장려해야 한다. 세금을 거두는 방법이 세금 자체보다 더 부담되지 않도록 법은 이 방법에 어느 정도 질서를 부여해야 하낟. 과세 부담은 무엇보다 노동으로 이어진다. 또한 노동은 쇠약으로 이러지고, 쇠약은 나태로 이어진다.
10. 군주정체에서 집행권의 신속함
군주정체는 공화정체에 비해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가 단 한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법 집행이 매우 신속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면 퇴폐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법 집행을 다소 완만하게 할 필요가 있다. 법은 각 정체의 성격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그 성격의 결과로 빚어질지도 모르는 폐해도 교정해야 한다.
11. 군주정체의 우수성
군주정체는 전체정체에 비해 상당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군주 밑에 이 정체와 결부된 몇 가지 신분이 있다는 것이 군주정체의 본질이므로 국가는 더 안정되고, 국가 구조는 더 견고해지며, 통치하는 사람들도 더 안전해진다.
키케로는 로마에 호민관 제도를 도입한 것이야말로 이 공화국에는 일종의 구원이나 다름없었다고 믿는다. "사실 백성은 우두머리가 없을 때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지도자는 정무가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진다는 것을 느끼고, 거기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백성은 일단 과격해지면 자기들이 어떤 위험에 몸을 맡겼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 같은 고찰은 백성이 호민관을 갖지 않는 전제정체와, 백성이 호민관을 갖는 군주정체에 적용될 수 있다. 지도자는 백성에게 버려질까봐 두려워하낟. 종속적 중간 권력은 백성이 너무 우세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가의 여러 신분이 완전히 부패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군주는 이 여러 신분과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선동적인 자는 국가를 전복할 뜻이 없고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도 않으므로, 군주를 몰아낼 수 없고 또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혜와 권위를 갖춘 사람이 중재에 나선다. 사람들은 서로 타협하고 화해하고 행실을 고친다. 그리하여 법은 다시 효력을 발하고, 사람들은 법을 지키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전체 역사는 혁명 없는 내란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전체국가의 역사는 내란 없는 혁명으로 점철되어 있다.
훌륭한 국가조직 아래 사는 국민이 규칙도 없고 지도자도 없이 숲속을 떠돌아다니는 국민보다 행복한 것처럼, 자기 나라의 기본법 밑에서 살아가는 군주는 자기 나라 국민의 마음이나 자기 마음을 통제할 수 없는 전제군주보다 행복하다.
19. 세 가지 정체의 원리가 미치는 새로운 결과
문제점 1 법은 시민에게 공직을 맡으라고 강요해야 하는가? 공화정체에서는 그렇게 해야 하지만, 군주정체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즉 전자에서 공직은 덕성의 증거이나 조국이 한 시민에게 맡기는 위탁물이라 할 수 있으며, 그는 오직 조국을 위해 살고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는 공직을 거절할 수 없다. 후자에서 공직은 명예의 증거다. 그런데 명예란 매우 이상해서 시민은 자기가 원할 때가 아니면,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면 전혀 공직을 수락하려 하지 않는다.
문제점 2 어떤 시민이 군대에서 입대 전에 차지했던 지위보다 낮은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받는 것이 과연 훌륭한 격율인가? 로마에서는 대장이었던 사람이 이듬해 부관이었던 사람의 지휘를 받아 근무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공화정체에서는 항상 국가를 위해 자신과 자신의 반감을 지속적으로 희생할 것을 덕성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주정체에서는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명예가 훼손되는 일은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명예와 관직, 위계가 모두 남용되는 전제정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군주를 하인으로, 하인을 군주로 만들어버린다.
문제점 3 한 사람이 문무 양직을 다 맡도록 하면 어떨까? 공화정체에서는 이렇게 하도록 해야 하고, 군주정체에서는 각기 다른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 공화정체에서 군직을 특수한 지위로 만들어서 문관 지위와 분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군주정체에서 이 두 가지 관직을 한 사람에게 다 맡기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위험하다.
공화정체에서는 법과 조국을 수호해야 할 때만 무기를 든다. 시민이 일정한 기간 동안 군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두 직위가 구분되어 있을 경우 무기를 들고 자기가 국민이라고 믿는 사람은 곧 자신이 군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군주정체에서 군인은 오직 무훈만을, 아니면 최소한 명예나 재산을 목표로 삼을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문관 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그들은 문관의 통제를 받아야 하며, 국민의 신뢰와 그것을 남용할 수 있는 권력을 동시에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공화국이 멸망한 뒤 로마인에 의해 이처럼 이루저니 문직과 무직의 구분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로마 구조가 변화된 결과였다. 즉 군주정체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이후의 여러 황제들은 군사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아우구스투스 통치에서 시작된 그것을 완성할 수밖에 없었다. (아우스구스투스는 원로원 의원과 지방 총독, 그리고 지사에게서 무기 휴대 권리를 박탈했다.)
문제점 4 전제국가에서는 신하가 군주에 의해 언제 어느 때라도 임명 또는 파면되어야 하므로 관직이 매매되면 안된다. 반대로 군주국에서는 관직을 사고팔아도 된다. 사람들이 덕성을 위해서라면 안 하려고 할 일을 가업처럼 하도록 만들고, 또 개인적으로 하여금 자기 의무를 수행하게 하며, 국가의 사회 계급을 한층 더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점 5 정체의 원리가 덕성인 공화정체서는 감찰관이 필요하다. 단지 범죄뿐만 아니라 태만과 과실, 열의없는 조국애, 위험한 예, 부패의 싹 등도 덕성을 파괴한다. 법을 침해하지는 않더라도 법망을 뚫는 것, 법을 파괴하지는 않더라도 약화시키는 것. 이 모든 것은 감찰관에 의해 교정되어야 한다.
군주정체에서는 감찰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군주정체는 명예의 토대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명예의 본질은 나라 전체를 감찰관으로 삼는 것이다. 명예를 잃은 자는 명예를 갖기 않는 자의 비난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나라에서는 감찰관이 바로 그들이 교정해야 할 자들에 의해 타락할지도 모른다.
6편 민법 및 형법의 단순성과 재판형식, 형 결정과 관련한 여러 정체 원리의 귀결
1. 여러 정체에서 '민법'의 단순성
군주정체의 법은 전제정체의 법처럼 간단하지 않다. 거기에는 재판소가 필요하다. 어제 판결한 것과 똑같이 오늘도 판결하도록 , 그리고 시민의 재산과 생명이 국가 구조 자체처럼 안전하고 확실하도록 이 판결은 보존되고 습득되어야 한다.
이런 국가의 법에서 개개의 경우를 늘려가고 이성 자체를 하나의 기술로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그 많은 규칙과 제한, 외연을 발결한다 해 도 놀랄 필요가 없다.
군주정체에서 정해져 있는 위계와 출생, 신분의 차이는 흔히 재산 성격에도 차이를 야기하며, 이 국가의 구조와 관련되는 법은 그 같은 차이를 늘릴 수 있다.
각 개인이 필연적으로 구분되는 정체에서는 특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단순성을 더한층 감소시키고 수많은 예외를 만들어낸다. 사회에, 그리고 특히 그 특권을 주는 사람에게 부담이 가장 덜 가는 특권 가운데 하나는 다른 재판소보다 어느 특정한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때 새로운 어려움이 생긴다.
전제국가의 국민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그런 나라에서는 토지가 군주 소유이므로 토지 소유권에 관한 민법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주권자가 상송권을 가지므로 상속에 관한 민법도 없다. 몇몇 국가에서는 오직 주권자만 교역을 하므로 상업에 관한 법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런 나라에서 노예 여성과 결혼할 경우 지참금과 여성 이익에 관한 민법도 아예 없다. 그리고 노예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자신만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고, 따라서 재판관 앞에서 자기 행동에 책임질 만한 사람도 거의 없다. 도덕적 행위 대부분은 아버지와 남편, 주인의 의지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게 그들에 의해 조정될 뿐 재판관에 의해 조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런 나라에서는 논쟁을 벌이고 재판을 할 기회가 완전히 박탈된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그런 나라에서 모든 소송인이 심한 학대를 받는 것이다. 즉 그들의 청원 가운데 부정이 있다면 숨길 수도 없고, 적당히 얼버무릴 수도 없고, 수많은 법으로 보호할 수도 없으므로 곧 폭로되고 만다.
2. 여러 정체에서 '형법'의 단순성
중도 국가에서는 가장 비천한 시민의 목숨이라도 소중하게 여겨지므로 오랜 조사를 거친 뒤가 아니면 그의 명예와 재산을 뺏앗을 수 없다. 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조국 자체가 그를 고발할 때뿐이다. 그리고 그때조차 조국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그에게 남겨준다.
따라서 어떤 사람(카이사르와 크롬웰,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더욱 절대화하려 할 때 그는 먼저 법을 단순화할 생각을 한다. 이런 나라엣는 아무도 전혀 염두해 두지 않는 신민의 자유보다는 특히 불편한 점들에 더 충격을 받는다.
공화국에서는 최소 군주정체ㅐ와 같은 정도의 재판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두 정체에서 그런 절차들은 시민의 명예와 재산, 생명, 자유를 중요시할수록 늘어난다.
3. 어떤 정체에서, 어떤 경우 법조문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가
정체가 공화제에 더 가까이 접근할수록 재판 방법도 더 고정되어 간다. 그래서 민선 장관이 제멋대로 재판을 하는데도 그들을 지도할 법이 없었다는 것이 스파르나 공화국의 한 가지 결함이었다. 로마에서는 초기 집정관이 민선 장관처럼 재판했다. 그러다가 그 방법에 불편을 느껴 명문화된 법을 만들었다.
전제국가에는 법이 아예 없다. 재판관 자신이 통례다. 군주국가에는 법이 있다. 그리고 재판관은 법이 명문화되어 잇을 경우 그에 따르고, 아닐 경우에는 그 법의 정신을 탐구한다. 공화정체에서는 재판관이 법조문에 따르는 것이 그 국가조직의 본질에 해당한다. 시민의 재산과 명예 또는 생명이 문제가 될 경우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 법을 해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5. 주권자가 재판관이 될 수 있는 정체
마키아벨리는 피렌체가 자유를 잃어버린 것은 시민에게 저질러진 대역죄를 시민이 재판했던 로마와 달리 그들 전체가 나서서 재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재판관 여덟 명이 정해져 있었다. 그라나 마키아벨리는 "소수는 소수에 의해 부패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위대한 인물의 격률을 꼭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정치적 이익이, 이를테면 시민적 이익을 무시한다. (왜냐하면 국민 스스로 자신들에 대해 저질러진 범죄를 재판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교정하려면 법이 개인 안전을 위해 힘닿는데 까지 대비해야 한다.
로마 입법자들은 이런 생각으로 두 가지 일을 했다. 즉 판결 전에 망명할 것을 피고에게 허용했으며 유죄 선고를 받은 자의 재산은 불가침한 것으로 정해 시민이 몰수할 수 없도록 했다.
국민은 형사재판 때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할 수도 있는데, 솔론은 그것을 능숙하게 예방할 줄 알았다. 그는 최고법원으로 하여금 사건을 재심하도록 하고, 피고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될 때는 국민 앞에서 다시 고발하게 하며 부당하게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판단되면 형 집행을 정지하고 사건을 재심하게 했다. 그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그들이 가장 존경받는 재판관을 감할하게 하고, 또 그들 자신까지도 감독하게 하는 훌륭한 법이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여유를 갖고 좀 천천히 다루는 것이 좋은데, 특히 피고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는 국민이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전제국가에서는 군주 자신이 재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주군가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국가 조직이 파괴되고, 종속적 중간 권력이 없어지며, 모든 재판 절차가 폐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9. 여러 정체에서 형벌의 준엄함
가혹한 형벌은 명예와 덕성이 그 원동력인 군주정체나 공화정체보다 공파가 그 원리인 전제정체에 더 적합하다.
중도 국가에서는 조국애와 수치심, 비난당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많은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악행에 대한 가장 무거운 벌은 유죄를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법은 악행을 좀 더 쉽게 교정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훌륭한 입법자는 죄를 벌하기보다 예방하는 일에 힘쓰게 된다. 또 그는 체형을 부과하기보다는 양속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전제국가에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불행해 생명을 잃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런 나라에서는 체형이 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중도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죽음 자첼르 두려워하기보다 생명 잃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냥 생명을 빼앗는 체형만으로 충분하다.
중도정체에서 훌륭한 입법자는 형벌을 만들어낸 데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 스파르타에서 주요한 형벌 가운데 하나가 자기 아내를 남에게 빌려줄 수 없고, 남의 아내를 빌릴 수도 없으며, 처녀 말고는 그 어떤 여성도 집 안에 들일 수 없는 형벌이라는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은가?
7편 사치 금지법과 사치, 여성 지위와 관련한 세 가지 정체의 여러 원리가 낳은 결과
1. 사치
사치는 항상 재산의 불평등과 비례한다. 만일 어떤 국가에서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면 사치는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치란 '타인의 노동에 의해 자신에게 주어지는 안락함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려면 법이 각자에게 육체적으로 필요한 것만을 주어야 한다. 그 이상을 가진 경우 누군가는 소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획득함으로써 불평등이 자리 잡게 된다.
육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일정액과 같다고 가정하면, 오직 필요한 것만 가진 자의 사치는 0과 같다. 그 두배를 가진 사람은 1에 해당하는 사치를 하게 된다. 이 사람보다 그 두 배를 가진 사람은 3에 해당하는 사치를 하게 되고, 다시 그 두 배를 가질 때는 7에ㅐ 해당하는 사치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다음 개인의 재산이 항상 앞 사람의 두 배라고 가정할 때 사치는 0, 1, 3, 7, 15, 31, 63, 127이라는 급수로 두 배 더하기 1의 단위만큼 증가해간다.
플라톤의 국가에서는 사치가 정확히 계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액 지대 네 종류가 정해져 있었다. 첫째는 바로 빈곤이 끝나는 한계였다. 둘째는 첫째의 두배, 셋째는 새 배, 넷째는 네 배였다. 첫번째 정액 지대에서는 사치가 제로와 같고, 두 번재에서는 1과 같으며, 세 번째에서는 2와 같고, 네 번재에서는 3과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산술적 비례에 따라 계속 되었다.
사치는 또한 도시 크기, 특히 수도 크기에 비례한다. 따라서 그것은 국가의 부와 개인 재산의 불평등, 특정한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 수와의 복비(複比)다.
같이 있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그들은 허영심이 많아지고, 마음 속에서 하찮은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서로 모를 정도로 그 수가 많아지면 성공을 거두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지면서 남의 눈에 띄고 싶다는 욕망도 배가한다. 사치가 그 같은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남의 눈에 띄기를 원한 결과 모두가 평등해져서 사람들은 이미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눈에 띄기를 원하다 보면 모든 것이 똑같아지고, 결국 더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에서 전반적인 불편이 생겨난다. 어떤 직업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그 기술에 자기가 원하는 가격을 붙인다. 그러면 재능이 가장 뒤떨어진 사람들도 그러한 예를 따른다. 그러므로 욕구와 그 충족 수단 사이에 더는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모아놓으면 더는 서로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기 때문에 거래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햇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더 많은 욕구와 더 많은 욕망, 더 많은 상상력을 갖게 마련이다.
4. 군주정체의 사치 금지법
군주정체는 그 기본 구조에 따라 부가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사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 정체에서 부자가 돈을 많이 쓰지 않으면 가난한 자는 굶어 죽게 된다. 심지어 부자는 재산 불평등에 비례해서 소비하고, 우리가 이미 얘기했듯이 사치는 그 같은 비율로 늘어나야 한다. '개인들의 부가 늘어난 것은 일부 시민에게서 그들에게 필요한 물질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을 그들에 되돌려 줘야 한다.'
군주국가에서는 사치가 필요하다. 전제국가에서는 사치가 더욱 필요하다. 전자에서 사치란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갖고 있는 것을 사용하는 일이고, 후자에서는 자신의 예속 상태에 따르는 이점을 남용하는 일이다. 다른 노예들을 전제적으로 다스리고자 주인이 선발한 노예는 오늘의 행운을 내일도 유지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으므로 자만심과 욕망, 그날그날의 쾌락을 충족시키는 일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삼는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견해로 귀결된다. 즉 '공화국은 사치로, 군주국은 빈곤으로 멸망한다'는 것이다.
6. 중국의 사치
몇몇 나라에서는 그 나라 고유의 이유가 사치 금지법 제정을 요구한다. 풍토의 영향으로 인구가 지나치게 증가할 수도 잇고, 또 한편으로는 그 국민이 살아가게 하는 방법이 불확실해질 수도 있으므로, 그럴 때는 국민 전체가 토지를 경작하는 데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나라에서는 사치가 위험하므로 사치 금지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치를 장려해야 할지 금지해야 할지 알려면 먼저 '국민 수와 국민이 먹여 살리는 일의 용이함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서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나므로 토지를 아무리 열심히 경작해도 국민을 먹여 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나라에서는 사치가 해악을 끼쳤으며, 어떤 공화국 못지않게 노동과 검약 정신이 요구되었다. 그러니 필요한 기술만 전념할 뿐 향락의 기술은 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 황제들이 내린 훌륭한 칙령의 정신이다. 당나라의 어떤 황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다음 말을 격언으로 삼았다. 만약 밭을 갈지 않는 남자나 실을 뽑지 않는 여자가 있다면, 제국에서 누군가가 추위나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칙에 입각해 그는 수많은 불교 사원을 헐게 했다.
9. 여러 정체에서 여성의 지위
군주정체에서 여성은 거의 대부분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고관의 부름을 받고 궁정으로 들어간 그녀들이 거기서 거의 유일하게 용인되는 자유정신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각ㄱ자는 자기의 입신출세를 위해서 여성적 매력과 열정을 이용한다. 그녀들의 섬약함은 자부심이 아니라 허용심을 허용할 뿐이므로 거기서는 사치가 항상 그녀들과 함께 유지된다.
전제국가에서는 결코 여자들이 사치를 받아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들 자체가 바로 사치품이다. 극단적으로 그녀들은 노예일 수 밖에 없다.
공화정체에서 여자는 법에 의해 자유지만, 풍속에 의해서는 종속되어 있다. 여기서 사치는 추방되고, 더불어 타락과 악덕도 추방된다.
남성들 사이에서조차 풍속의 순박함이 덕성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정해놓은 종교의 지배 아래 살지 않았던 그리스 도시들에서는, 맹목적 악덕이 제멋대로 행해지고 사랑이란 오직 하나의 형태만을 가지며 결혼 생홀에서 우정이 사라지는 그리스 도시들에서는 여자들이 매우 정숙하고 순결해서 이 점에 관해 그 이상의 경찰 조직을 가진 민족은 일찍이 없을 정도였다.
8편 세 가지 정체를 구성하는 원리의 부패
2. 민주정체 원리의 부패
민주정체 원리는 사람들이 평등 정신을 잃을 때뿐만 아니라 극도의 평등 정신을 가져서 각자 자기를 지배하라고 선출한 자와 평등해지려고 할 때도 부패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자기들이 위임한 권력 자체도 견딜 수 없어하며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한다.
공화국에는 이제 덕성이 존재할 수가 없다. 국민은 집정관 직무를 행하려 한다. 집정관드이 더는 존경받지 못한다. 원로원 심의는 이미 그 권위를 상실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원로원 의원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고, 따라서 노인에게도 경의를 표하지 않게 된다. 노인을 존경하지 않으면 어버이도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승도 더는 공경하지 않을 것이고, 주인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이 같은 방종 상태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명령의 구속은 복종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느슨해질 것이다. 여자들과 아이들, 노예들은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풍속도, 질서에 대한 사랑도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마침내 덕성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탁받은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부패를 은닉하고자 국민을 부패시키려고 할 때 국민은 이 같은 불행에 빠진다. 그들은 국민이 자기들의 야심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오직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국민이 자기들의 탐욕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국민의 탐욕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만약 투표가 돈으로 이뤄지는 것을 본다 해도 놀라서는 안된다. 국민에게서 더 많은 것을 빼앗지 않고는 국민에게 많은 것을 줄 수가 없다. 그러나 국민에게서 더 많은 것을 빼앗으려면 국가를 전복시켜야 한다. 국민이 자신들의 자유에서 더 많은 이익을 끄집어내는 것처럼 보일수록 그들은 자유를 잃어버리게 될 순간에 더 가까이 접근하게 될 것이다. 단 한 사람의 전제군주가 가질 수 있는 온갖 악덕을 가진 수많은 소전제군주들이 형성된다. 얼마 안 있어 나머지 자유가 견딜 수 없게 느껴진다. 단 한 명의 전제군주가 나타난다. 그러면 국민은 모든 모든 것을, 심지어는 그들이 부패하여 얻는 이익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정체는 두 가지 극단을, 즉 귀족정체나 1인 통치 정체로 이어지게 될 불평등 정신과 그것을 1인 전제정치로 인도할 극단적 평등 정신을 피해야 한다.
6. 군주정체 원리의 부패
군주정체는 단체나 도시들의 특권을 조금씩 빼앗을 때 부패한다.
군주정체는 군주가 모든 것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시켜 국가를 자신의 수도로, 수도를 자신의 궁정으로, 궁정을 오직 자신에게로 끌어당길 때 멸망한다.
끝으로 군주정체는 군주가 자신의 권리와 신분, 그리고 국민에 대한 사랑을 등한시할 때, 그리고 전제국가가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믿어야 하듯 군주는 자기가 안전하다록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느기지못할 때 멸망한다.
16. 공화정체의 특성
공화국이 작은 영토밖에 갖지 못하는 것은 그 본질에 속한다. 안 그러면 공화국은 거의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큰 공화국에는 많은 재산이 존재하고, 그 결과 정신에는 절도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큰 공화국에서는 공공복지가 무스한 고려에 희생된다. 그것은 여러 예외에 종속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에 좌우된다. 작은 공화국에서는 공공복지가 더 잘 느껴지고, 더 잘 알려지고, 시민에게 더 가까이 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법과 영토에 만족하는 것이 그리스 공화국들의 정신이었다. 아테네는 야심을 품고 라케라이몬에 그것을 주었다. 그러나 노예를 지배한다기보다 자유ㅠ 시민을 통솔하기 위해서였다. 영토 확장에 더 관심이 많은 군주정체가 발흥하자 모든 것이 붕괴되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공화정체가 아닌 다른 정체가 오직 한 도시 안에서 존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작은 나라의 군주는 자연히 국민을 억누르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강한 권력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누리거나 그것이 존중받게 만들 수단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나라 국민을 엄청나게 억누를 것이다.
끝으로 군주정체는 군주가 자신의 권리와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