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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어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by 강대원 2024. 3. 31.

내가 소행성 B612에 관해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 번호까지 밝히는 것은 모두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절대로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 <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항상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묻고 나서야 어른들은 그 친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여러분들이 <나는 아주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는데요,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해 내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에겐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비로소 그들은 소리친다. <정말 예쁜 집이겠구나!>

 

어린 왕자의 별에는 어느 별에나 그렇듯이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있었다. 따라서 좋은 풀의 좋은 씨앗, 나쁜 풀의 나쁜 씨앗이 있었다. 그러나 씨앗들은 보이지 않는다. 씨앗들은 땅속에 숨어 잠을 자고 있다가, 그 중 하나에게 문득 깨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 씨앗은 기지개를 켜고, 태양을 향해 처음엔 머뭇거리면서 그 아름답고 연약한 새싹을 내민다. 무나 장미나무의 어린 싹이면 마음껏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도 된다. 그러나 나쁜 식물의 싹이면 그걸 알아차리자마자 뽑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앗이 있었으니... 바로 바오바브나무의 씨앗이었다. 그 별의 흙에는 바오바브나무의 씨앗이 들끓었다. 그런데 바오바브나무는 너무 늦게 손을 쓰면 그땐 영영 처치할 수 없게 된다. 나무가 온 별을 다 차지하고, 그 뿌리고 별 깊숙이 구멍을 뚫는다. 게다가 별은 너무 작은데 바오바브나무가 너무 많으면 별은 터져 버린다. 

 

수백만 또 수백만이 넘는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누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저 하늘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이렇게 혼자 말하겠지.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에겐 그 모든 별들이 갑자기 꺼져 버리는 것 같을 거야! 그래도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꽃들의 말을 들어서는 안돼. 그저 바라보고 향기를 맡아야지.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롭게 해 주었는데 나는 그걸 즐길 줄 몰랐어. 나를 그렇게 화나게 했던 그 발톱 이야기가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짐이 만일 어느 장군에게 이 꽃 저 꽃으로 나비처럼 날아다니라든지, 비극을 한 편 쓰라든지, 바닷새로 변하라고 명령을 하여, 그 장군이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짐과 장군 가운데, 누가 잘못이겠는가?"

"전하의 잘못이옵니다." 어린 왕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느니라." 왕은 계속했다.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는 법이니라. 네가 만일 네 백성에게 바다에 빠져 죽으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리라.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다."

"저는 여기서 더 할 일이 없습니다. 저는 떠나겠습니다." 그는 왕에게 말했다.

 "떠나지 말라." 왕이 대답했다. 그는 신민을 갖게 된 게 아주 자랑스웠던 것이다. "떠나지 말라. 짐은 너를 대신으로 임명하노라!"

"무슨 대신요?"

"음...법무 대신!"

"하지만 재판받을 사람이 없는데요!"

"아직 모른다! 짐은 아직까지 짐의 왕국을 돌아본 적이 없노라. 잼은 매우 늙었고, 수레를 놓을 자리도 없고, 걷자니 피곤하고." 왕이 말했다.

"어! 하지만 저는 벌써 다 보았어요."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그는 방금 몸을 기울여 그 별의 다른 편을 힐뜻 보았던 것이다. "저쪽에도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 그대 자신을 재판하라." 왕이 대답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제 자신을 판단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라. 네가 자신을 잘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네가 참으로 슬기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니라."

 

어린 왕자는 중대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 어른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나는요" 그는 다시 말했다. "나는 꽃을 하나 가졌는데 날마다 물을 줘요. 화산 세 개를 가졌는데 주일마다 청소를 해요. 불꺼진 화산도 같이 청소하니까요. 지금은 죽은 화산이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그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화산한테도 이롭고 꽃한테도 이롭지만, 아저씨는 별들한테 이로울 게 없어요."

 

"아! 내 별은 별로 재미있는 별은 아니에요. 아주 작아요. 화산이 셋 있어요. 활화산 둘, 사화산 하나. 하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누가 알겠지." 지리학자가 말했다.

"꽃도 하나 있고요."

"꽃은 적지 않는단다." 지리학자가 말했다.

"왜요? 제일 예쁜데!"

"꽃은 덧없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덧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요?"

 "지리학 책으로 말하면," 지리학자가 말했다. "모든 책 중에서 가장 귀중한 책이다. 저대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단다. 산이 자리를 옮기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지. 큰 바다의 물이 마른다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다. 우리는 영원한 것들을 기록한단다."

"그러나 사화산이 살아날 수도 있는데요?" 어린 왕자가 끼어들었다. "'덧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요?"

"화산이 죽었던 살았건 우리들 지리학자애겐 결국 마찬가지지." 지리학자는 말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산이야. 산은 변하지 않아."

"그런데 '덧없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요?" 한번 질문을 하면 절대로 포기한 적이 없는 어린 왕자는 되풀이해 물었다.

"그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지"

"내 꽃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요?"

"물론이지"

'내 꽃은 덧없구나.'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게다가 바깥세상으로부터 저를 보호한다는 게 네 개의 가시뿐이구나! 나는 그런 꽃을 내 별에 홀로 두고 왔구나!'

 이것이 그가 처음으로 느낀 후회의 감정이었다.

 

어린 왕자는 돌 위에 앉아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금,"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어느 날 저마다 자기 별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하려고 저렇게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별을 봐.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어..... 하지만 얼마나 먼 곳인데!"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애가 아니구나." 여우가 말했다. "넌 무얼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게 무슨 뜻이야?"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 사냥을 해. 정말 난처한 것들이야! 그들은 닭도 키우지. 그네들의 유일한 낙이야. 너는 닭을 찾니?" 여우가 말했다.

"아니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내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것 같아...."

여우는 입을 다물고 오랫동안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제발..나를 길들여 줘!" 여우가 말했다. 

"그러고는 싶은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 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자기가 길들인 것밖엔 알 수 없는 거야."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 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들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너를 볼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이틑날 어린 왕자가 다시 왔다.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걸" 여우가 말했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왔다.

"잘 있어." 그가 말했다.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나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아저시네 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정원 하나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고 있어..... 그래도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찾지는 못해..."

"찾지 못하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장미꽃 한 송이에서도 물 한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을 텐데..."

"물론이야."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눈은 장님이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사람들에겐 별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별은 아니야.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별이 길잡이일 거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작은 빛에 지나지 않을 거야. 학자들이라면 별을 문젯거리로 생각하겠지. 내가 만난 사업가한텐 별은 황금이야. 그러나 별은 말이 없어. 아저씨가 보는 별은 다른 사람들하곤 좀 다를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가,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슬픔이 가라앉으면 (슬픔은 언제고 가라앉아) 나를 알았다는 게 기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일 거고, 나와 함게 웃고 싶을거야. 그래서 가끔 이렇게 재미로 창문을 열거야. 그럼 아저씨 친구들은 아저씨가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 걸 보고 깜짝 놀랄거야. 그럼 아저씬 이렇게 말할 거야. '그래, 나는 별을 보면 늘 웃음이 나와!' 그럼 아저씨가 미춘 줄 알 거야. 내가 아저씨한테 너무 심한 장난을 한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별 대신에 웃을 줄 아는 작은 방울을 한 아름 가져다준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