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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원더풀 사이언스 - 지질학

by 강대원 2024. 8. 22.
지질학 : 세계의 조각들을 상상하기 (Geology : Imaging World Pieces)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은 의미심장한 의미에서 살아 있으며, 끝에서 끝까지, 핵에서부터 겉 표면에 이르기까지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지구가 계속해서 흔들리며 활동하지 않았다면 지구는 대양도, 하늘도, 무자비한 태양의 전자기파를 막아줄 보호막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끊임없는 행성의 움직임은 생명을 낳았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은 지구의 모습을 바꾼다. 

   "오늘날 우리는 생명이 단순히 물리적 변화의 풍파에 적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앤드류 놀은 말한다. "우리 행성의 역사라는 방대한 주제는 지구가 긴 시간 동안 물리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어떤 식으로 공진화했왔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돌맹이에 새겨진 지구의 역사

 

   지질학자들에게는 모든 돌덩이가 지구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기록한 로제타스톤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현재 인류가 지표면에서 밑으로 파고들어간 최대 깊이는 12킬로미터 정도로 지표면에서 불타는 핵까지 이르는 전체 거리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지질학자들이 지구 내부에 대해 알아낸 사실은 모두 간접 증거들이다. 

 

땅 밑의 뜨거운 지옥불

 

   우리들은 지구의 표면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는 판 구조론과 이런 판의 움직임이 지진이나 화산 활동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각판들이 서로 부딪히고 스치면서 계속 움직이는 이유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주 오래전에 존경할 만한 기독교 신학자들이 지옥이 실제로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아주 뜨겁고 끔찍한 장소를 가리킨다는 생각을 폐기하고, 대신 '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이 거주하는 영혼의 사막'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가르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지표면에서 2,800 킬로미터 정도 내려가면 진짜 지구의 지옥이 있다. 바로 우리 행성의 핵이다. 이 악마의 사우나는 거의 화성만큼이나 큰 금속 불덩어리이다. 90퍼센트는 철이고 나머지는 니켈로 이루어져 있으며 온도는 태양의 표면의 온도와 거의 비슷한 섭씨 5,500도이다. 지구가 탄생한 직후부터 격렬하게 끓고 있는 지구의 핵은 그 기세가 거의 꺾이지 않은 채 지난 40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과 섭씨 150도 정도밖에 차가워지지 않았다. 지구의 핵이 품고 있는 열은 대부분 펄펄 끓는 큰 냄비 같았던 태양계 초기 시절의 열과 멀리 퍼져 있던 물질들이 중력을 받아 조밀한 공같이 생긴 행성으로 뭉쳐질 때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생겨난 열이 남은 것이다. 나머지는 풍부하게 쌓인 우라늄, 토륨, 칼륨 같은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들이 붕괴함변서 내는 것으로 어떤 원소들은 주변으로, 주구의 펄펄 끓는 국물 속으로 에너지를 방출해 계속 냄비가 끓도록 하고 있다. 지구는 유독 방사능 물질이 많은 곳으로, 기본적으로 핵이 품고 있는 열과 더불어 무거운 원자들이 붕괴되면서 계속해서 열을 내고 있기 때문에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 가운데 지표면의 구조가 가장 많이 바뀌고 지각이 전도되는 일이 가장 많은 변화무쌍한 행성이 되었다. 

    지구는 거대한 열 엔진이고 자신을 식히기 위해 영원히 노력하는 불타는 존재이다. 예일 대학교 지구 물리학과의 데이비드 베르코비치 교수는 지구는 자신의 열에너지를 끊임없이 우주로 방출하는 커다란 뜨거운 공이라고 생각한는 것이 지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구의 활동도 열역할 제2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열은 상대적으로 뜨거운 곳에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 지구 핵의 온도는 섭씨 5,500도나 되지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의 온도는 섭씨 -270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의 핵은 끊임없이 자신의 열을 외부고 벗어던지고 핵을 빠져나간 열은 우리들이 속한 장소를 벗어나 냉랭한 우주로 빠져나가버린다. 우라늄과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의 붕괴로 생긴 열은 핵에 끊임없이 열을 전달해줄 뿐 아니라 열의 대류 현상이라는 형태로 핵에서부터 두꺼운 지구 내부를 지나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지각까지 올라온다. 그러려면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두툼한 바위와 금속, 물컹물컹한 내부를 통과해야 하며, 열이 통과하려고 시도하는 물질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커피 잔에서 일어나는 일과 똑같습니다." 베르코비치의 말이다. "어떤 것이든 거대하고 차갑고 비어 있는 공간인 우주와 열적 평형 상태를 이루고 싶어 하죠. 차갑게 식어가는 과정을 거쳐 마시지도 못할 정도로 차가워지는 것, 이것이 모든 종류의 차가운 물질들이 하는 일입니다."

    지구는 45억 년 전쯤, 중력 붕괴로 뭉쳐진 거대한 가스 구름이 태양을 만들고 남은 잔재들인 암석과 먼지 고리가 응축되면서 탄생했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들은 일반적인 천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천만 년 내지 3천 5백만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행성체로서의 질량과 회전 타원체로서의 모양을 완성시켰다. (회전 타원체란 표면에 미치는 중심부 중력의 힘이 모두 일정한 물체를 뜻한다.) 행성들 사이의 하늘은 혜성, 소행성, 성간 쓰레기들로 가득했고 타원형 궤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태양계가 탄생하고 5천만년 정도 흘렀을 때 지구는 자신 크기의 절반 정도 되는 행성과 충돌하는 대사건을 겪게 되는데 이는 지구에 이중으로 영향을 주었다. 지구로 뛰어든 불운한 행성의 질량은 상당 부분 우리 지구로 녹아들어 지구의 순 중량을 10퍼센트 정도 늘렸으며, 그와 동시에 원래 지구의 일부였던 덩어리가 충돌 때 밖으로 튀어나가 지구가 혼자 낳은 딸, 유일한 위성인 달이 되었다. 

   좀 더 켜져서 새롭게 태어난 ㅈ구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철이나 니켈처럼 무거운 물질은 중심에서 끌허당기는 중력장 때문에 점점 지구 중심을 향해 가라앉기 시작했고 산소나 규소를 포함한 가벼운 원소들은 중력의 영향을 그리 크게 받지 않아 지구의 중간이나 바깥층에 남았다. 오늘날의 지구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모습이다. 터무니없게도 조밀한 금속들을 가볍고 부드러운 층이 둘러싸고 가장 바깥쪽에는 바삭바삭한 지각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안쪽에서는 엄청난 압력과 방사성 물질이 불을 계속 지피고 있으며, 때때로 그 불길이 지상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깊고 깊은 아래에는

 

   인간은 주로 대기의 압력을 받고 산다. 그러나 아무리 지구의 대기가 두툼하고 우리 위에 아무리 많은 대기가 있다 해도, 그 무게는 극히 미약해서 1제곱센티미터 정도 되는 면적에 작용하는 공기의 무게는 1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내부는 사정이 전혀 달라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작용하는 압력은 엄청나게 증가한다. 지층을 이루는 물질들은 대부분 고체이거나 고체에 가까운 물질이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에 축적된 물질의 양이 증가해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된다. 

   철이나 니켈을 비롯한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진 작은 공인 지구의 핵은 말 그대로 공 안에 들어 있는 작은 공이다. 지구 내핵의 크기는 지름이 2.600킬로미터인 달과 비슷하고 내핵을 둘러싼 외핵의 크기는 화성의 크기와 비슷하다. 내핵의 온도는 섭씨 5,500도 정도 된다. 태양의 표면처럼 뜨거운 온도라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내핵은 층층이 둘러싸고 있는 지층의 강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철 원자들이 빽빽하게 정렬해 있으며, 이들이 조직을 이탈하거나 액체로 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 내핵은 거대한 철 결정으로 이루어진 공 같은 단단한 고체 상태를 유지한다. 

   외핵이 받는 압력은 내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구성 분자들이 좀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외핵도 내핵처럼 주요 구성 성분은 철이지만 외핵의 철은 액체 상태로 출렁거리며 존재한다. 외핵의 유동성은 한 가지 반가운 부수적인 효과를 낳아 지구를 생명체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 외핵을 구성하는 액체 철이 내핵의 고체 철 주위를 도는 동안 지구의 자기장이 생성되는데, 이는 지구의 자기장 방어막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주로 수천 킬로미터 이상 뻗어 있는 지구의 자기장은 태양의 표면에서 쉴 새 없이 뿜어 나오는 다량의 고에너지 입자로 구성된 태양풍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만약 지구의 자기장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지구의 대기는 말 그대로 바람에 날리듯 벗겨져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지자기는 대기와 함게 태양이 뿜어내는 아주 위험한 광선으로부터 지구 표면을 지켜준다.

    또한 지구에 남극과 북극을 만들어 나침반의 바늘이 한결같이 남쪽과 북쪽을 가리키게 하는 것도 자기장의 영향이며, 덕분에 비둘기, 혹등고래, 연어, 붉은바다거북, 제왕나비 같은 생물들은 자기장을 감지해 길을 찾아가는 선천적인 능력을 갖추어 대담하게 먼 길을 떠날 수 있다. 

    내핵과 외핵을 합한 지구의 핵은 부피에 있어서는 지구의 전체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무게로 보면 지구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핵이 아주 조밀하고 밀도가 크다는 것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양성자와 중성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원자들은 중력에 이끌려 중심으로 끌어당겨지며, 그보다 작고 가벼운 원자들은 같이 딸려 오다가 중간 중간 행렬 밖으로 떨어진다. 결국 가벼운 원자는 거의 사라진 채 핵은 철이나 니켈 같은 무거운 원자들로만 구성된다. 핵에 속한 원자들과 그렇지 않은 원자들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가 잇다. 맨틀은 핵과 가장 가까이에 붙어 있지만, 맨틀과 핵의 밀도는 우리가 밟고 서 있ㄴ은 지각과 위에 있는 하늘의 밀도 차이만큼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지구의 둘레는 대부분 맨틀 때문에 결정된다. 맨틀은 독일어에서 유래한 말로 '외투'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핵을 둘러싼 외투인 셈이다. 핵을 덮고 있는 외투는 물론 핵보다는 훨씬 조밀함이 덜하지만 그렇다고 하늘하늘 나풀거릴 정도는 아니다. 맨틀은 고체 상태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성분은 여러 가지 금속과 우리가 흔히 돌이라고 하는 물질의 주요 성분인 산소와 규소 사슬을 축으로 만들어진 규산염이다. 맨틀은 각 구성 성분이 녹는점에 가까운 상태에 있으며 특히 핵과 맞닿아 있는 부분은 거의 녹는점에 도달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액체 상태는 아니다. 그보다는 지질학자가 과시용으로 들고 있다가 따분할 때 갖고 노는 고무 찰흙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고무 찰흙처럼 맨틀도 단단하지만 말랑할 정도로 탄성이 있으서 움직일 수 있으며, 항상 움직이고 있다. 맨틀은 고무로 만든 암석층처럼,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보다는 훨씬 느린 1년에 10센치미터의 속도로 지구 중심부에 있는 핵 주위를 움직인다. 

   맨틀 위에 있는 것이 지구의 가장 바깥층, 지구의 진짜 외투,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장소, 바로 지구의 껍질인 지각(Crust)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지각의 안이나 위에서 살아간다. 7대륙도, 사람이 살아가는 10만여 개가 넘는 섬들도 모두 지각 위에 존재하며 대양도 해저도 모두 지각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캐내는 곳도 지각이다. 우리는 지각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편으로 지각은 정말로 껍질처럼 아주 얇다. 지각은 지구 전체 질량의 0.5퍼센트, 전체 부피의 1퍼센트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얇고 작다. 

   지각은 호수 위에 생기는 얇은 얼음 층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얼음 층이 호수 위에 뜨는 이유는 아래 있는 물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이며 깨지기 쉬운 결정을 이루는 이유는 위에 있는 차가운 겨울철 공기 때문에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교적 밀도가 작은 암석으로 된 지각은 조밀하고 무거운 맨틀 위로 뜨게 된다. 지각은 또한 지층 가운데 가장 차가운 부분이어서 쉽게 갈라지고 부서진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얼음의 두께가 서로 다르듯, 지각의 두께도 아주 다양해서 하와이 밑에 있는 해양 지각의 두께는 5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반면 히말라야 고원이 있는 대륙 지각의 두께는 70킬로미터나 된다. 일반적으로 대륙 지각이 해양 지각보다 6배 내지 7배 정도 두껍다. 해양 지각은 대부분 아주 젋어서 우리가 걸어 다니는 건조한 대륙보다 수억 년에서 수십억 년 정도 늦게 만들어졌다.이런 사실은 지질학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체계적인 이론이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판 구조론이라는 웅장한 이론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또한 아주 뜨거운 물체가 차갑게 식어가는 과정과 관계가 있다.

 

땅덩어리가 움직이는 까닭

 

 

    전 세계 곳곳에 놓여 있는 화석, 암석 퇴적물, 빙하가 암석을 깍은 홈의 모양 등에 새겨져 있는 분명한 증거들을 근거로 독일의 지질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는 1912년에 '대륙 이동설'이라는 놀라운 가설을 발표했다.

베게너는 2억년 전에는 지구상의 모든 대륙들이 '판게아(모든 땅이라는 뜻)'라는 거대한 대륙으로 뭉쳐져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각조각 나뉜 뒤 각기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고 했다. 

   '지각 변동(tectonic shift)'는 '양자 도약'과 비슷할 정도로 대중들이게 익숙한 용어로, 정말 거대하고 일반적으로는 건설적이지만 위험도 따를 수 있는 변화를 가리킬 때 쓰는데, 단어의 의미를 아주 정확히 잘 살리고 있다. 'tectonic' 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건설자'를 뜻하는 'tekton' 에서 왔다. 판 구조론 (plate tectonic theory)은 움직이는 판이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거대한 환경을 만들었ㄴ가에 관한 학설이다. 실제로 지구의 판의 경계를 알아내는 일은 매우 까다로우며 다루기 어려운 작업이다. 현재 판의 개수는 큰 판이 일곱 개 내지 열 개 정도, 작은 판이 스물다섯 개에서 서른 개 정도라는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판의 개수를 알아내는 일은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이 향하는 곳은 어딘지, 두 판이 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덜 어렵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오해와 달리 지각판은 단순히 자구 지각(crust)의 조각이 아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은 한 판과 다른 판의 경계선을 따라 갈라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판은 지각보다 더 깊은 곳까지 뻗어 있어 맨틀의 상부까지 들어간다. 판은 보통 80킬로미터 정도로 두껍지만, 지각과 마찬가지로 너비와 밀도가 아주 다양하다. 대륙을 이루는 판은 비교적 가볍고 두꺼운 반면 해저 분지를 두르고 있는 판은 얇고 무겁다. 판은 움직임에 의해서도 특징지어진다. 판은 지구 바깥쪽의 한 구획으로서 적당히 한 단위로 응집해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움직이는 판의 가장 윗부분, 즉 지각 부분은 부서지기 쉬워서 쉽게 갈라지고 주름이 잡힌다. 반대로 아래쪽 맨틀에 속한 부분은 보다 뜨겁고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압력을 받으면 쉽게 구부러진다. 모든 판은 아래쪽에 있는 좀더 점성이 강한  하부 맨틀 위를 미끄러지거나, 어떤 경우에는 하루 맨들과 함께 1년에 평균 1센치미터에서 10센치미터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판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질식할 것 같은 뜨거운 열을 밖으로 방출하려는 지구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지구에게는 열을 식힐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없다. 지구는 전도를 통해 소량의 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또한 화산 폭발이나  온천, 가스 분출 같은 직접 열을 발산하는 방법으로도 소량의 열에너지를 외부로 내보낸다. 그러나 지구가 열을 방출하는 주요 수단으로 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대류이다. 대류는 뜨거운 물질을 직접 바깥으로 밀어낼 뿐 아니라 근처에 있는 차가운 물질을 당겨옴으로써 열을 식힌다는 이점이 있다. 지구 전체를 순환하고 있는 대류의 흐름은 대기 속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 패턴처럼 아주 복잡해서 경로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먼저 철로 된 핵 속에서 발생한 열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맨틀 하부로 올라온다. 핵과 맨틀 경계에 있는 암석이 열을 받으면 팽창해 밀도가 낮아지기 시작하고, 뜨거운 기체가 상승하는 것처럼 열을 받아 팽창하기 시작한 암석도 위에 있는 차가운 맨틀 암석을 뚧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럭저럭 높이 올라가면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점점 더 말랑말랑해진다. 암석이 말랑말랑해질수록 흐름이 더 좋아지고, 그만큼 지각까지 올라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물리학의 또 다른 작은 원리, 바위를 위로 올려 보내는 원리의 뒷면이 암석의 상승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뜨거운 암석은 상승하는 동안 주변에 자신의 열을 나누어주어 차갑게 식게 되고 그 결과 밀도가 높아지게 된다. 무거워지는 것이 무거워지고 그 때문에 당연히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아래로 내겨가 결국 또 다시 뜨거운 핵에 도달한 암석은 더 많은 열을 받아 또 다시 상승이라는 원대한 꿈에 도전한다. 이것이 바로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류의 기본 원리다.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류는 핵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소규모 형태도 있고 맨틀의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형태도 있다. 때로는 맨틀을 완전히 가로질러 올라온 다음 얇은 해양 지각을 뚫고 해양 속으로 콸콸 솟아져 나와 지구의 솔기를 터뜨려버리는 대류도 있다. 

넓어지는 바다, 솟아나는 산

 

   1950년대에 해저 연구는 수많은 놀라운 성과를 이룩했다. 구중에 한 가지는 해저에 긴 산맥(해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대서양과 인도양 중심에는 3천 미터 이상 되는 산맥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해저에는 산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저에는 협곡(해구)도 있었는데 규모가 큰 것은 그 깊이가 2천 미터가 넘었다. 과학자들은 또한 해저에 있는 암석의 생성 연대가 많아야 1억 8천만 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통 수십억 년에 이르는 육지 암석과 비교해봤을 때 놀라울 정도로 젊은 암석들이었다.

    판 구조론은 깊은 해양의 지각이 터무니없이 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준다. 열의 대류 현상은 뜨거워진 암석이 지각까지 올라오게 된다. 지각에 도달한 뜨겁고 어린 암석은 반쯤 굳은 고체 상태인 마그마라는 형태로 지각을 뚫고 나온다. 마그마가 뚫고 나오는 지역의 해양판은 반으로 갈라져 양 옆으로 벌어지고 그 결과 차갑고 덜 어린 암석은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차가운 해양판의 끝부분은 지각의 또 다른 틈, 차가운 암석을 다시 맨틀로 되돌려줄 깊은 해양 협곡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맨틀의 거대한 입으로 들어가는 암석은 부서지고 가루가 되고 다시 재정비되며 살균 처리된다. 따라서 이 암석의 어느 부분이 다시 지각의 경사면을 따라 올라간다고 해도 보기에는 완전히 새로 태어난 암석인 것이다. 대륙 지각은 비교적 가벼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맨틀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자신들의 이동 경로를 바꾸거나 서로 손을 잡는 대륙 지각을 끊임없이 바꾸기는 하지만 수십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맨틀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운명에 처하지는 않았다. 

    곳곳에서 솟아오른 녹은 암석은 판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움직이는 판은 생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각이라는 놀이판을 변화시킨다. 중앙 해령을 중심으로 옆으로 퍼져나가는 해저 지형은 몇 개의 판이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움직이는 판은 적하물을 싣고 다른 판에서 멀어져간다. 북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 그런 발산의 예이며 대서양이 1년에 5센티미터씩 넓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두꺼운 대륙판이 얇은 해양판과 만나면 얇은 판이 두꺼운 판 밑으로 파고들면서 오래된 해양판이 맨틀로 들어가는 섭입대(subduction zone)를 형성한다.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그 경계면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다. 줄줄이 화산이 솟거나 화산에 폭발할 것 같은 마그마가 채워지고, 높은 산맥이 형성된다. 

   대륙의 중앙에 있는 산맥들은 보통 한때는 떨어져 있던 대륙이 두 판의 충돌로 만나면서 형성된 흔적이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아대륙을 운반하는 판이 아시아 대륙을 운반하는 판과 충돌한 4천 5백만 년 전부터 위를 행해 솟아나기 시작했다. 유럽의 알프스 산백은 아프리카 판 위에 타고 있던 이탈리아 반도가 오늘날의 독일과 프랑스와 거의 동시에 부짖히면서 생겨났다. 

   판이 정면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대 방향에서 서로를 향해 다가오는 두 판이 완전히 부딪히지 않고 그저 서로를 긇고 지나가거나 거의 스칠 정도로 가깝게 지내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스쳐 지나가는 도중 일부 지역이 만나게 되는 일이 생기면 그 부분은 단단히 들러붙게 되는데, 특히 부서지기 쉬운 윗부분의 지각이 그렇다. 판의 아래쪽 부분은 계속해서 자기가 가던 길을 가겟다고 고집하지만 끈끈하게 달라붙은 위쪽의 지각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려 한다. 지각은 계속해서 압력을 받아 팽팽하게 잡아당겨지게 되며 온갖 종류의 방법을 동원해 버텨보려 한다. 그러나 압력이 계속해서 작용하면 결국 잡아당겨지던 암석 표면이 끊어지고, 두 판은 서로 어긋나게 빗겨가면서 지진이라는 경련을 일으킨다. 지진을 뜻하는 'Seismic'이라는 단어는 '흔들린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왔으며, 단층선을 따라 갑작스레 지각이 내려가면 오랫동안 압력을 받아 파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에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진이 발생한다. 

   이런 위험한 판 경계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 앤드레이어스 단층(San Andreas Fault) 이다. 이곳은 태평양판이 북아메리카 내륙판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암석 지각 표면이 맞물렸다가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데 점점 그 강도가 세지고 어떨 때는 한 번에 수 미터씩 솟아 오를 때도 있다. 

 

물과 공기의 행성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모두 12.3x10^20 리터로 전 세계 바닷물의 깊이를 4킬로미터로 통일하면 지구 표면의 3/4을 덮을 만큼의 양이다. 물은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이며, 우리 이웃 행성들 중에서 지구처럼 물이 풍족한 곳은 아무데도 없다. 태양계에서 액체 상태로 모인 H2O 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다른 상태의 H2O는 그렇지 않다. 태양계의 진화 초기에 태양계 외곽에 있던 다량의 혜성들이 행성계의 거인인 목성의 막강한 중력에 이끌려 태양계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고 여겨진다. 당시 지구는 아직 어렸고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기 때문에 혜성이 가져온 물은 대부분 재빨리 우주 밖으로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일부는 어린 지구의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가 우리 행성의 물 저장량을 크게 늘렸다. 40억 년 전쯤부터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하 세계에 묻혀 있던 물을 저장고에서 끌어올려 수증기로 뿜어내기 시작했으며, 지구의 표면은  온화해졌다. 지구의 지각은 차갑게 식어갔고 지구 중심에서 소용돌이 치는 액체 철은 매서운 태양풍을 막아줄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방어막이 생기자 화산이 뿜어내는 수증기는 우주로 날아가지 않고 땅 위에 머물며 폭풍우처럼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마침내 화산이 뿜어내는 수증기는 더 이상 모일 수 없을 만큼 최대로 모였다. 수증기의 과포화 상태에 이른 하늘은 중력을 버틸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고 습도는 더할 수 없이 높아졌다. 지상 가까이 머물던 수증기들에게는 비가 되어 땅을 향해 떨어지는 길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 만년, 수십만 년 동안 이어진 이 대홍수는 새로 형성된 캐러멜처럼 말랑말랑한 지구 표면의 움푹한 곳이 가득 넘치도록 비를 뿌렸다. "퇴적암은 액체로 된 물이 있어야만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바다가 약 30억 년, 어쩌면 40억 년 전에 생겼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지질학자 로버트 캔들의 글이다. 또한 처음 생겼을 무렵의 바다의 부피는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지구의 대기는 아주 풍부하고 물보다 훨씬 복잡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들이 분당 7.5리터, 하루에 약 11,000리터씩 들이마시는 현재의 공기로 진화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물이 현재의 상태로 진화하기까지 걸린 시간보다 훨씬 길다. 기체도 질량이 있으며 우리가 매일같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의 질량은 약 13.6그램정도 된다. 

    대기는 지구의 일부분으로서 핵, 맨틀, 지각으로 이어지는 지정학의 주역들 위에 위치하는 또 다른 주역이다. 태초의 대기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두 기체가 이 세상에 머문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당시 지구의 중력은 그렇게 가벼운 기체들을 잡아두고 있을만큼 강력하지 않고 어린 핵도 내핵과 외핵으로 분화되지 않아서 태양풍을 막아줄 자기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엿다. 지구가 태어난 후 5억년도 되지 않아 원시 대기는 새로운 대기로 바뀌었거나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헬륨의 경우 오늘날의 대기에도 전체의 1퍼센트 정도로 소량 들어 있지만 순수한 수소 분자는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수소는 물의 형태로 산소와 결합해 있거나 유전자나 단백질의 형태로 탄소와 질소와 결합한 형태이다.

    지구의 두 번째 대기는 첫 번째 대기와는 달리 금방 사라져버리지 않았다. 지각은 차갑게 식었고 화산은 격렬하게 폭발하면서 오늘날 대기 속에 들어 있는 공기의 양보다 100배나 많은 기체가 채워질 때까지 땅속 바위에 숨어 있던 휘발성 기체들과 수증기, 질소,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을 놀라운 속도로 뿜어냈다. 이 하늘에 떠 있던 독성 강한 연무 속에서 수증기는 비로 응축되지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바다와 우리에게 필요한 공기의 초석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 대양이 만들어지자 대양은 대기 속에 들어 있는 몇몇 기체들을 거두어 들였는데 그 중에서도 해수면 근처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받아들여 해수는 광천수로 변했다. 해수는 대류 현상을 일으켜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바다로 녹아들어갈 때까지 이산화탄소 거품을 넓고 깊은 곳까지 크게 휘저었다. 

 

지구에 산소를 내뿜다

 

   생명체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공기만큼 분명하게 보여주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최초의 생명을 낳은 당시의 대기는 첫 발을 내딛기를 주저하던 생명체들의 화학 조성에는 아주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해주었지만, 지금 살아가는 대부분의 유기체들이 '신선하다'고 생각할 만한 공기는 전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대기 속에는 산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물론 수증기의 형태로 머리 양쪽에 수소 귀를 붙인 산소는 많이 있었지만 산소 원자만 두 개 달라붙은 순수한 산소, 우리가 숨쉴 때 필요한 O2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날 O2 는 전체 대기의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순수한 산소 분자는 누가 만들어주었을까? 자기희생 정신이 강한 우리들의 선조 시아노박테리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거대한 무리를 지어 바다 위를 떠돌던 이 미생물들은 원시 태양전지(solar cell) 였으며, 빛을 이용해 당분을 만들어냈다. 청록세균(남세균)이라고도 부르는 시아노박테리아는 가장 먼저 탄생한 생명체들 가운데 하나로 화려한 성공신화를 자랑한다. 시아토박테리아는 태양에너지와 물과 탄소를 이용해 다목적 음식인 당분을 만들어내는 광합성이라는 기술을 가장 먼저 습득했다. 태양빛이야 어디에나 널려 있었고 물은 뭐 수생 생물인데 걱정할 것이 뭐 있겠나. 문제는 탄소를 어디에서 공급하느냐인데, 시아노박테리아에게는 바다가 대기에서 흡수해놓은 이산화탄소 거품이 있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이 거품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흡수한 CO2에서 C는 자신들이 먹어야 할 일용할 양식인 탄수화물을 만드는 데 썼고 필요 없는 산소 원자 두 개는 함께 합쳐 위대한 O2를 만들어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시아노박테리아가 탄생한 뒤에도 대기는 오랫동안 산소가 없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급속하게 늘어난 지구의 원시세균 농장에서 산소가 만들어지는 즉시 무언가를 녹슬게 하는 데 소비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당시 바다에는 철이 많이 녹아 있었으며, 바닥에 가라앉은 암석에도 철이 많이 들어 있었다. 철은 산소와 쉽게 결합한다. 지구에서 광합성 활동이 시작된 후 10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다에 있던 철은 산소를 바로바로 빨아들였고 그 결과 그때까지 만들어진 산소 분자의 대부분이 붉은색을 띤 녹슨 고대 암석 속에 갇히게 되었다.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는 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산소를 만들어내고 세포성장을 하는 광합성 미생물로 남세균이라고도 불린다. 하천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고 물속에서 폭발적인 증식을 한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692998

   마침내 20억 년 전쯤 산소를 들이키던 탐욕스러운 철 원자의 활동이 끝나고 태양은 남은 산소를 대기 속으로 뱉어내기 시작했다. 대기로 나온 산소 중 일부는 간간히 서로 결합해 오존(O3)을 만들었고 오존들은 한데 모여 태양이 보내오는 자외선을 막아줄 오존층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존층 아래의 생명체들은 서서히 수적으로나 종의 다양성으로나 환경적으로나 훨씬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오존층의 보호막은 생명체들이 바짝 구워질 염려 없이 육지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으며, 대기 속 산소의 양은 위대한 산소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났다. 

   7,500여 종에 달하는 현생 시아노박테리아들은 많은 수가 조상 종처럼 산소가 없어도 생존에 필요한 활동을 너끈히 해내는 혐기성 세균들이다. 사실 이들은 오히려 산소에 노출되면 죽고 만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 우리 장 속에 살고 있는 세균들이나 파상풍이나 보톨리누스 중독증을 일으키는 덜 칠절한 다른 혐기성 세균들도 그렇다. 그런데 혐기성 세균의 신진대사 방식은 아주 유용하다. 혐기성 세균의 신진대사 방식은 다른 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며, 우리들의 몸속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도 근육이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활동을 가능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산소는 태우는 방법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아주 강력한 연료이기 때문에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세균은 산소가 필요 없는 혐기성 세포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다.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호기성 세균들의 분열 속도가 혐기성 세균들보다 30배 내지 50배 정도 빠른 것은 그 때문이다. 

   자유 산소를 이용해 내부 기관을 움직이는 최초의 호기성 미생물은 20억 년 전 무렵부터 15억 년 전 무렵 사이에 대기의 혼합 기체 속 산소의 양이 1퍼센트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했을 때 나타났다. 빠른 분열 속에 힘입어 산소를 좋아하는 미생물들은 생명계의 일인자가 되려는 장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호기성 생물들은 혐기성 세균들을 몰아내거나 훨씬 바쁘게 움직이는 자신들의 볼록한 모포 속에 집어넣어버림으로써 청록색 경쟁자들이 만들어내는 산소를 고갈시켜버렸다. 산소가 사려져 호기성 생물들이 사라지만 다시 혐기성 세균들이 번식해 또 다시 산소를 만들어냈다. 우리 세포, 즉 전체 진핵세포의 분자 조성과 신진 대사 방식은 아주 오래 전 거대한 혐기성 세포가 자신보다 작은 호기성 세포를 흡수 또는 삼켰거나 혹은 작은 호기성 세포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거대한 혐기성 세포 속으로 들어간 작은 호기성 세포는 산산이 분해되어 영양분으로 쓰이는 대신 거대한 세포의 세포질 속에서 온전히 살아 남았고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첫 번째 공생 관계 하나가 탄생했다. 거대한 세포는 작은 세포를 보호해주었고 산소가 모자를 때는 혐기성 세포의 신진대사 방식을 활용해 작은 세포가 굶어죽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반면 작은 세포는 산소가 거대한 세포의 젤라틴처럼 생긴 내부 속으로 들어와 자신을 자극하면 산소 호흡을 통해 자신의 보호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했다. 도 가지 호흡 방식을 모두 활용하는 초기의 공생 세포는 어딘지 솜씨가 서툴러 복제하고 분열하는 동안에는 한몸으로서가 아니라 각각 독자적인 두 개의 세포로 행동한다는 난처한 문제에 직면해 많은 수가 사라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 호기성 미생물보다는 분열 속도가 훨씬 느리겠지만, 두 가지 신진 대사 방식을 택한 유연함은 많은 수가 번성하는 데 유리한 이점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위대한 공생

 

   원시 공생 관계의 모습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현생 세포는 오늘날 가장 원시적인 진핵세포로 인정받고 있으며 빵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되는 효모이다. 효모 세포는 산소를 필요로 하는 단계와 산소가 없어야 하는 단계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생활사를 갖는다. 산소가 있어야 하는 첫 번째 단계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맥주의 거품이고 산소가 없어야 하는 두 번째 단계를 이용하는 과정이 바로 발효이다. 모든 진핵세포는 공생의 결과물이다. 당신 몸의 세포 가운데 아무것이나 하나 골라 아주 강력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미토콘드리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줄무늬가 쳐진 소시지처럼 생긴 이 세포소기관은 산소를 태워 음식물 분자를 에너지 다발로 바꾸어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일을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오래전 독립생활을 하던 세포의 후손이다. 생존을 위해 오래전에 자유를 포기한 미토콘드리아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유전자 꾸러미 속에 먼 옛날의 자유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 는 훨씬 커다란 세포 핵 속에 들어있는 DNA 와 뚜렷이 구별되며 그다지 많지 않은 유전자 염기서열의 대부분이 호흡과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것들이다. 세포 구성물 가운데 이런 자체적인 유전자를 갖는 물질은 없다. 미토콘드리아의 DNA 속에는 고대 진핵세포들의 합의 내용이 들어 있고 그 내용은 수십억 년이 넘는 진화의 시간 동안에도 바뀌지 않았다. 

    현생 식물들의 세포는 값이 들지 않는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고대 시노아박테리아와 광기 속에 산소가 풍부해야만 잘 지낼 수 있는 호기성 세포가 결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다른 종류의 고대 세포들이 결합했음을 알려주듯 현생 식무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적인 생활사를 보여준다. 태양에너지가 광합성 기관을 자극하는 낮 동안은 시아노박테리아가 그랬듯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셔 당분을 만들고 산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소량의 산소를 흡수해 당분을 직접 만들어 온몸 구석구석까지 운반한다. 

   호기성 세포와 혐기성 세포가 번갈아가며 증가했다. 감소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대기 속 산소의 양은 4억 년 전 무렵까지 꾸준히 증가해 마침내 현재 공기 속 산소의 양과 비슷한 전체 대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그 후로도 조금씩 증가하거나 감소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과학자들은 산소 양의 변화가 수많은 진화상의 지진을 일으킨 자극이었다고 언급한다. 그런 지진 중 한 가지가 바로 7억년 전 무렵 처음 등장한 다세포 생물이다. 그 무렵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진핵세포들이 한데 뭉쳐 서로를 의존하는 무리를 이룬 후 각기 다른 임무를 맡은 분업화를 이룩했다. 5억 3천만 년전의 이른바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인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주요 동물군의 조상이 모두 탄생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다세포 생물 종이 탄생했다. 대략 3억 년쯤 전이었던 석탄기 때 독수리만큼 거대한 절지동물들이 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속 식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대기 속 산소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생물과 환경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것은 산소뿐만이 아니다. 탄소만 해도 오늘은 대기 속에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있다가 내일은 썩어가는 식물의 사체 속에 들어가 퇴적물로 가라앉는 등 물, 공기, 진흙, 살아 있는 생물체, 죽은 생물체의 몸을 두루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칼슘도 마찬가다. 칼슘은 바위, 물, 조개의 껍데기, 우리의 세포 속을 두루 순환한다. 철을 비롯해 여러 가지 미량 금속들도 생물의 몸 안에서는 아적인 생물화학적 요소로, 대양에서는 공적인 지구화학적 요소로, 두 군데서 모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어디에서 얼만큼 독점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쪽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와 지구가 품고 있는 생명체들은 우리하고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곳에서 완전히 철수해서 우주에 있ㄴ은 어딘가를 향해 정해진 여정이라곤 전혀 없는 휴가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