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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 - Chapter 1 두뇌는 진화한다

by 강대원 2024. 9. 11.

   두뇌 발달 과정의 상당 부분은 태아 또는 아이일 때 결정된다. 하지만 임신기, 유년기, 성년기, 노년기 시절에 두뇌 발달의 과정을 조율하는 요인도 많다.

   우리는 유전자나 환경에 얽매인 포로가 아니다. 가난, 정신이상, 약물, 호르몬 불균형, 우울증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기지로 부유함, 수용, 야채, 운동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두뇌 발달은 물론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성인 두뇌는 가소성과 탄력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항상 배우려고 한다. 실제로 경험, 생각, 행동, 정서는 두뇌의 구조를 바꾼다. 어떻게 두뇌가 발달하는지 이해한다면, 건강하고 활기차며 장수하는 쪽으로 두뇌를 훈련시킬 수 있다. 

 

뉴런 정글

 

   인간의 두뇌는 반 고흐의 그림과 민주주의를 창조했다. 핵폭탄도 만들고, 정신병리를 다루며, 첫 휴가를 기억하고, 핫도그의 맛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두뇌는 깔끔하게 조직화된 시스템이 아니다. 1000여개의 신경세포들은 무성한 정글에 비유할 수 있다. 두뇌는 둥근 세포에서 축색돌기와 수상돌기가 자라난 뉴런들로 가득차다. 각 신경세포는 하나의 축색돌기와 10만 개의 수상돌기를 갖는다. 수상돌기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주요 통로이고(배움), 축색돌기는 정보를 다른 뉴런에게 전달하는 주요 통로이다(가르침). 하나의 뉴런과 수천 개의 이웃 뉴런들은 뿌리와 줄기, 즉 축색돌기와 수상돌기를 온갖 방향으로 뻗는다. 그 연결은 100조 개에 이른다. 그들은 계속 연결을 바꾸며 이리저리 얽혀 있다. 우주의 존재하는 원자들보다 두뇌 신경이 연결 가능한 경우의 수가 더 많다. 이 연결들은 우리의 몸과 행동을 이끌고, 우리의 생각과 육체적 행동은 다시 이러한 신경 패턴을 바꾼다.

 특정 기술을 몸에 익히려면 피질의 뉴런들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하며, 기술이 습관적으로 나올 정도가 되면 사용되는 피질 질 부위는 줄어든다.  두뇌는 훈련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재구성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두뇌 구조는 미리 정해져 있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다. 두뇌 발달은 물론 우리 능력의 발달도 계속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아니다. 놀랍게도 두뇌의 적응 노력의 결과로 생긴 재배열이 때로는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세포의 과잉 생산과 소멸

 

   인간 두뇌는 항상 유전자를 진보시키는 자연선택 덕분에 진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두뇌의 각 부분은 원시 척추동물의 신경삭(nerve cord) 끝에 자리 잡은 덜 복잡한 영역에서부터 점차 확대되고 전문화되었다. 이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결과다. 어류와 양서류는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지각해야 먹잇감을 추적하고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 원숭이와 초창기 인류는 과실이 익었는지를 구별하기 위해 색깔을 인지해야 했다. 심지어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형태를 지각할 수 있어야 햇다. 그리하여 이 복잡한 시각적 난제를 다루기 위해 진화를 통한 피질의 대규모 확장이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나무에서 과실을 따고 이 가지에서 다른 가지로 옮겨가기 위해 필수적인 운동시스템을 발달시켰다.

   전문화는 인류만의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두뇌는 여전히 가장 단순한 척추동물에서 발견되는 세 가지 기본 요소를 갖고 있다. 척수의 최상위에 있는 후뇌(hindbrain)는 얼굴과 목구멍의 감각과 근육 운동을 통제한다. 조금 더 머리 중심부 쪽에 있는 중뇌(midbrain)는 눈의 움직임과 기본적인 청력과 시력을 담당한다. 한편 전뇌(forebrain)는 가장 놀라운 발달을 이루어냈는데, 피질의 뉴런들을 서로 연결하는 백색질의 섬유인 대뇌피질도 이에 속한다. 피질은 두개골 바로 아래에 있는 뉴런들의 층이다. 전뇌의 뒹;ㅔ서 시작해 위쪽과 양옆을 지나, 머리의 뒷 부분이 목과 만나는 부외까지 이어진다. 피질은 진화하고 확대하되어 많은 새로운 기능적 영역을 포함하게 되었으며, 농구공을 갖고 노는 것부터 소프트웨어 설계까지 각종 활동에 참여한다. 많은 사람들이 1월의 끔찍한 어둠 속에서 계절적 우울함을 경함한다. 이는 신진대사를 늦추고 동면하면서 춥고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을 견뎌내는 동물들에게서 유래했다. 전열기와 편의점이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시적인 회로는 아직도 우리의 두뇌에 남아 있다.

   동물의 경우, 두뇌에서 가장 작은 부위가 피질(cortex)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의 두뇌는 피질이 80퍼센트를 차지한다. 다른 돔울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피질은 거대하다. 단어를 물건과 연관짓고,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등의 특정 기능을 위해 전문화된 부위, 피질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주는 셈이다.

   인간의 뒤뇌 발달은 정자가 난자에 침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후 접합체는 나뉘기 시작한다. 14일 정도가 지나면, 급증한 세포들로 이루어진 작은 공이 스스로 접힌다. 마치 손가락이 부드러운 풍선의 중심부를 누르는 것과 같다. 외부의 세포들이 영역 내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경계를 형성할 세포 속의 유전자들을 자극한다. 압축된 풍선은 길어지고 튜브를 만들 정도로 접힌다. 튜브의 한쪽 끝은 척수가 되고 다른 쪽은 두뇌가 된다. 세포분열은 계속되어, 8주 무렵이 되면 두뇌가 세 부분으로 발전한다. 이처럼 초창기는 왕성한 세포 과잉 생산의 시간이다. 25만 개의 신경모세포(primordial cell) 들이 활동하며 초기 신경세포가 매분 만들어진다. 

    이 시기부터 뉴런들은 특정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분화한다. 우선 특정 장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웃하는 뉴런 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확장한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두뇌는 사회적이다. 뉴런은 이웃과 연결을 공유하는데, 접촉이 부족하면 소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군체들은 스스로 발달해나가는 한편, 다른 이웃 군체에도 손을 뻗친다. 신경관(neural tube) 내부에서 계속 분열되는 세포는 엄청난 숫자의 뉴런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뉴런들은 두뇌 각 위치로 이동하며, 피질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뻗어간다. 원래의 뉴런 군체에서 멀리 떨어진 갓길로 이동하다가 다른 군체에 터전을 잡기도 한다. 

   이러한 이동이 정상적 기능과 잘못된 기능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태아 두뇌의 각 세포가 성인 두뇌의 미리 정해진 기능과 위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동 자체가 뉴런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두뇌 구조가 조직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령, 시각 뉴런은 시각 뉴런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시각 정보가 도달하는 두뇌 부위로 이동했기 때문에 시각 뉴런이 된 것이다. 올바른 뉴런 이동은 정상적인 두뇌 기능을 발달시키는 데 있어 중요하다. 자폐증, 난독증, 간질, 정신분열증은 부분적으로 이동 과정의 문제 때문에 일어난다. 

   신경교세포(glial cell)은 이동하는 동안 뉴런에게 영양분을 주고 안내하며 보살핀다. 그리고 뉴런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발판을 세운다. 뉴런들이 최종 장소에 도착한 이후 에도 신경교세포는 그대로 남지만,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모양과 분자 특성을 바꾼다. 그 결과, 두 가지 유형의 신경교세포가 나타난다. 첫 번재 유형은 신진대사와 뉴런의 기능을 조절한다. 또 다른 유형은 미엘린(myelin)이라는 지방질 물질로 축색돌기를 감싸고 정보 전달 속도를 조절한다. 이처럼 세포와 뉴런, 그리고 두 가지 유형의 신경교세포가 두뇌를 구성하는데, 임신 8개월이면 이는 거의 완성된다. 이 시기에는 성인 두뇌보다 두 배나 많은 뉴런이 존재한다. 이후 두뇌가 나이 들면서 뉴런은 쇠약해진다. 두뇌를 작동시키는 뉴런들끼리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 사용되지 않거나 해야 할 임무에 맞지 않는 뉴런은 사라진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법칙이 시작된다.

   일단 뉴런들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수상돌기와 축색돌기가 자라나는데, 이는 다른 수상돌기나 축색돌기와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다. 축색돌기와 수상돌기는 시냅스 앞뒤로 화학적 전달자, 즉 신경전달물질을 보내 서로 의사소통한다. 하나의 뉴런이 10만 개의 시냅스들과 교차하여 의사소통할 수 있다.

    추적인자(trophic factor)라 부르는 화학적 신호는 축색돌기에게 어디로 어떻게 연결할지 말해준다. 전기적 자극의 지속 여부는 뉴런 사이의 연결이 지속될지를 결정하고, 심지어는 특정 뉴런의 생사 여부까지 결정한다. 뉴런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연결하고 싶어 하는 축색돌기를 전부 부양하기엔 생물학적 영양분이 모자란데, 결국 축색돌기는 한정된 공간을 놓고 서로 다투며 경쟁에서 진 것들은 소멸하게 된다. 각 해당 요소(수용기, 시냅스)에 가해지는 외부적 힘이 뉴런의 사용 정도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생존을 결정하는 활동은 처음엔 임의적이고 우연적이지만, 태아가 자라 아기가 되면서 점차 조직화되며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후 연속적인 가지치기 과정이 두 번 발생하며, 형성된 초창기 뉴런 네트워크를 적절히 조절한다. 한 번은 전체 뉴런의 손실을 불러오고, 다른 한 번은 가지와 시냅스의 손실을 발생시킨다. 뉴런들은 표적 세포가 분비하는 특수한 화학적 신호에 의해 경쟁에 개입한다. 첫 번째 과정에서 표적 세포로부터 충분한 신호를 얻지 못한 뉴런들은 죽게 된다. 이 과정은 연결이 부적절한 뉴런들을 제거하고, 표적 세포의 숫자와 뉴런의 숫자를 맞추는 걸 도와준다. 두 번째 과정에서, 생존한 뉴런들 간의 연결은 축색돌기 주위의 전기적 활동과 이웃하는 표적 세포들 간의 경쟁에 의한 일부 수상돌기와 시냅스의 제거 및 여타 과정의 안정화를 통해 정교해진다.

    임신 후기 중 세포들이 죽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 두뇌에서 거의 절반의 뉴런이 사라진다. 두뇌의 부양 세포와 분자에 의해 잡아먹히거나 식균되어, 약 2천억 개의 뉴런이 1천억 개로 감소한다. 이를 통해 효과적이며 적절한 두뇌 기능을 방해하는 미약하고 잘못된 연결을 제거한다. 이는 놀라운 진화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며, 덕분에 인간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생명체가 되었다. 또한 이 과정은 발달 초기에도 두뇌는 사회적 기관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연결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일단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수백만에 이르는 올바른 연결들은 특정 임무를 맡을 준비를 한다. 그리고 세상의 요구에 맞추어도 보고, 중얼거리고, 기억하고, 공을 던지는 등의 업무를 부여받는다. 거기서 사용되지 않는 연결은 결국 소멸된다.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두뇌세포는 죽는다. 하지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면 뉴런의 시냅스는 새로운 가지를 치고 연결을 형성해나간다. 

   생존한 뉴런들은 시냅스를 가로질러 매우 빠른 속도로 발화(發話)한다. 특정 연결을 가로지르는 뉴런의 발화가 많아질수록 그들의 통로는 더욱 강해진다. 이러한 수십억 번의 교환이 두뇌 전체에서 계속 일어난다. 일부 연결은 신호를 자주, 다른 연결은 아주 가끔씩 주고받으면서 정보 교환을 계속한다. 뉴런들 사이의 신경망은 유전적 구조, 환경, 우리가 두뇌에 제공하는 경험, 현재와 미래에 걸쳐 두뇌에 입력될 활동들이 모두 어우러져 결정된다. 요컨데, 우리가 순간순간 행하는 모든 일들이 신경망의 조직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태아의 건강한 두뇌를 위하여

 

   우리는 앞으로 나올 교훈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특히 출산을 앞둔 여자들은 매우 진지하게 들어야 할 것이다. 태아의 두뇌 발달은 환경에 지극히 민감하다. 대부분 임산부는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험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깨닫지 못한다. 환경적 영향력의 놀라운 예들을 찾아보자.

 

흡연

   흡연은 아기가 조산과 저체증으로 태어날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 비흡연 임산부에 비해 유산율이 1.7배 높으며, 조산의 위험성은 2.3배나 높다. 임신기에 흡연을 한 어머니가 낳은 자녀들은 지적 장애아가 될 확률이 50퍼센트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신한 여성이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지적 장애의 가능성은 커진다. 중요한 것은 흡연자 어머니의 자녀들은 주의력결핍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 ADD) 도 세 배나 늘어난다는 점이다. 

   니코틴이 어떻게 태아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을 살펴보자. 비록 직접적인 연관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약물은 뉴런의 자연스런 이동, 뉴런들 간의 연결, 태아가 발달하는 시기에 이루어지는 적절한 가지치기를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니코틴이 도파민시스템의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증거도 있다. 즉, 니코틴은 도파민이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만든다.

 

알코올

   알코올은 세포 이동 장애를 일으킨다. 그래서 일단 이동하기 시작한 뉴런은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모른다. 때때로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그 결과,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두뇌는 작고, 기형이며, 뉴런의 밀도도 낮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hohol Syndrome, FAS) 아기는 유년기에 지능지수가 낮게 나타난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성인기에 이르면 어려운 읽기와 수학을 잘 못한다. 부적응 행동, 과잉 행동, 우울증도 나타난다. 

   정말로 불행한 일은 두뇌 발달을 방해하는 독극물과 알코올의 가장 큰 영향력이 임신 초반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 6주가 가장 중요하다. 이 기간에 임산부가 술을 마셨다고 가정해보자. 임신 사실을 알 무렵이면 이미 치명적 손상이 이루어진 뒤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태아 때 알코올에 노출되어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입은 사람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다. 

   또한 FAS 의 영향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것은 물론, 영향력이 증가하기도 한다. 또한 태아 알코올 효과(Fetal alchol effect;FAE) 로 알려진 좀 더 미묘하지만 치명적인 손상도 있다. FAS 와 FAE 로 진단받은 253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연구를 살펴보자. 그들의 60퍼센트가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법적 문제를 겪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50퍼센트는 부적절한 성적 행동으로 비난받은 적이 있었다. 즉, 반사회적이거나 심지어 범죄적인 행동은 두뇌의 실질적인 손상 때문에 생긴 건 아닐지라도, 그것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코카인

   코카인은 뉴런의 이동을 방해하고 자궁에서 타아로 이동하는 산소의 양을 줄인다. 즉, 태아의 몸과 두뇌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일부 논문들은 코카인의 이러한 효과가 신생아가 성숙하면서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영양실조

   모체가 섭취하는 식단에서 철, 비타민, 엽산, 필수지방산 같은 특정 영양소의 부족은 두뇌 발달을 지체시킨다. 예를 들어, 엽산의 불충분한 섭취와 척수 폐쇄부전을 일으키는 발육 기형인 척추피열의 높은 빈도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필수영양소가 제공되지 못하면 뉴런의 형성이 중단되고, 결과적으로 더 작은 두뇌로 이어진다. 또한 뉴런 생산이 풍부하지 못하고 적절한 뉴런 제거나 조정도 덜 이루어지며 인지 발달도 떨어진다. 이러한 아기는 출생 시에 몸무게도 적게 나가고 성장 속도도 느리다. 근육의 공동 작용 능력이 떨어지고, 시력이 나쁜 경우가 많으며, 학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아이의 영양실조도 두뇌의 발달을 늦추고 인지력을 손상시킨다. 

   반면 지나친 걱정으로 인한 과잉 섭취도 조심해야 한다. 서구 문화권을 휩쓸고 있는 비타민 광풍 때문에, 임산부는 다량의 비타민을 복용하기 쉽다. 하지만 비타민A 와 D 같은 일부 비타민의 과잉 섭취는 두뇌의 신경화학작용을 방해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너무 많은 비타민A를 임산부가 섭취하면 태아가 장애를 갖고 태어날 수 있다. 비타민A의 한 종류인 레티놀, 그리고 레티놀의 지방산의 결합 형태인 레니틸 에스테르는 식단을 통해 쉽게 대량 섭취될 수 있는데, 많은 동물 실험에서 창애를 발생시켰다. 

 

독극물

   납 같은 독성 물질은 두뇌의 화학작용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임신 동안 납, 살충제, 마취가스, 항생제, 처방되거나 처방전 없이 구입한 약품, 심지어 다량의 비타민A를 포함한 여드름 연고도 태아의 두뇌에 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엑스레이 같은 전리방사선과 암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정자의 생존 기간은 석 달이다. 그러니 장차 아버지가 될 사람은 최소한 수정되기 석 달 전부터 흡연, 알코올, 약품, 독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경은 진화한다

 

   인간의 두뇌는 사람마다 일반적으로 거의 비슷한 외양을 띠고 있다. 하지만 각 개인의 뉴런 연결은 제각각 독특하며 특정한 유전적 자질과 삶의 경험을 반영한다. 회로 간의 연결은 사용 여부에 따라 평생에 걸쳐 더 강해지거나 약해진다. 노벨수상자로서, 캘리포니아 라호야 스크립트 병원에서 신경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제럴드 에델먼(Gerald Edelman)은 이러한 과정을 신경진화론이라고 부른다. 뉴런이 받는 감각 정보와 어울리는 연결은 효과적인 행동으로 전환되며, 원래 모습을 유지하거나 강화된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것들은 자연선택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소멸한다. 뉴런으로 형성된 회로는 다른 것들과 생존경쟁을 벌이는데,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이 살아남는다. 

   신경진화론은 두뇌의 가소성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다. 즉, 우리의 환경이나 경험이 바뀌면 두뇌도 바뀐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거나 배울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두뇌 손상을 당한 사람들이 상실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뇌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유전자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유전자를 신체의 여러 기관에서 고립된 작은 개체로 보곤 한다. 하지만 유전자는 모든 세포 속에 있으며, 그 세포가 허벅지에 있든 피질에 있든 간에 세포에 영향을 주는 것들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자는 어린아이 두뇌에서 탐구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 아이의 환경이 풍부할수록 이러한 유전자가 더 많이 작동하고, 아이는 더 많이 탐구하게 된다. 성인도 비슷한 효과를 경험한다. 학습은 기억을 확고하게 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대다수 형질은 많은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환경의 영향력도 있다. 도벽이나 수학 천재 같은 특정 패턴이 100퍼센트 유전되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선천성과 후천성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어떠한 영역에서의 발달이 중요한지 결론을 내기 전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환경을 중요시한다면,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상황에서 피아노나 체스를 아주 빨리 배우는 신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천재들은 선천적인 재능, 피아노나 체스를 두는 데 필요한 신체적,지적 능력에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게 틀림없다.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두 요소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즉, 유전자 때문에 동성애자나, 폭력적이나, 비만이나, 지도자가 되는 게 아니다. 유전자는 단지 단백질을 만들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백질의 화학적 효과는 두뇌와 신체가 특정한 환경적 영향을 더 잘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은 유전자만큼이나 그 결과와 관련 있다. 게다가 인간은 유전자나 환경의 포로가 아니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 유전자가 아무리 강력해도, 화난 남자는 성질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뚱뚱한 사람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으며, 알코올 중독자의 금주 결심을 막지 못한다. 결국 유전자와 환경은 두뇌를 형성하는데 함께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면 둘 다 뜻대로 조절할 수 있다.

 

뇌를 변화시키는 학습

 

    생존에 필요한 심장박동, 체온 조절, 호흡의 기본 기능을 통제하는 신경통로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중요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신경통로가 더 많다. 두뇌의 탄력성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지만, 학습을 통해 재건하며 평생 가소성을 유지한다.

   3~10세 아이들의 두뇌는 성인에 비해 두 배나 많은 포도당을 소비한다. 아이들 두뇌는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고, 수많은 연결을 만드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한 논문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의 성적이 더 좋다고 밝혔다. 게다가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운동하는 성인의 두뇌에는 신경 연결을 증가시키는 포당이 더 많았다.

   어린아이의 두뇌는 약한 연결은 소멸시키기 때문에 유년 시절에 받는 환경적 정보는 성인의 두뇌 배선에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뉴런들은 서로 연결되기 위해 노력하며 계속 경쟁한다. 그 결과 두뇌의 각 부분과 그것이 통제하는 기능을 엮은 수많은 지도들이 그려진다. 어떤 부분은 연설을 담당하고, 다른 부분은 공간 기술을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환경적 정보 입력의 변화는 끊임없이 영역의 경계선을 변화시킨다. 두뇌의 정확한 지도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자주 사용된 신체 부분의 정보를 받는 연결은 어쩌다 사용되는 부분의 정보를 받는 영역보다 확장되어 더 큰 영역을 차지한다.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백내장에 걸린 아기가 생후 6개월 이전에 수술하지 않으면 영원히 시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두뇌에서 더 넓은 영역을 얻기 위한 경쟁과 관계가 있다. 두뇌는 각막에 들어오는 정보로 회로들을 연결하고 자극함으로써 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러한 회로가 자극받지 않으면 두뇌는 그 회로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 제거해 버린다. 가령, 막 태어난 고양이의 한족 눈을 꿰매버린다면, 그 눈의 신경 연결은 약해지고 결국엔 사용 부족으로 소멸된다. 그래서 나중에 눈을 다시 개봉해도 시력을 얻지 못한다. 이용 가능한 시냅스를 강한 눈이 전부 다 차지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약한 눈이 연결을 할 능력을 영영 상실한다는 점이다.

   사고 패턴의 변화 역시 두뇌 구조를 변화시킨다. 뉴런은 비정상적인 활동 패턴의 틀에 부딪히게 되면서, 과잉 내지 과소 활동을 하거나 활동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즉, 발화하기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워진다. 행동의 변화를 요구받은 사람은 새로운 행동을 함으로써 뉴런 연결을 바꾸어 고착 상태를 깨뜨릴 수 있다. 또한 반복된 생각과 행동을 통해 두뇌의 발화 패턴을 바꾸는 것도 자기 선택, 자유, 의지, 훈련의 시작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은 이러한 종류의 고착 상태를 깨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항상 두뇌를 재구성할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기술에 대한 배선 구조를 바꾸러면, 그 기술과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 창조적인 회로 구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처칠은 풍경화를 그렸다. 지적이며 흥미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두뇌를 위해서나 사회생활을 위해서나 당신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감각 통합 영향력이라 불리는 신경학적 현상의 도움을 받는다. 다시 말해, 특정 기술을 위해 두뇌의 한 부위를 훈련시키는 것은 다른 부위에도 도움이 된다. 

   음악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학창 시절 더욱 빠르고 정확한 공간 추리 능력을 보이며, 공간적 지능이 촉진된다. 음악은 시공간 영역에서 조직되기 때문에, 음악 연주는 시공간에서 생각하고 추론하게 도와주는 두뇌회로를 강화한다는 이론이 나왔다. 이는 수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유년기의 훈련 효과가 영구적이라면, 성장했을 때 향상된 능력은 복잡한 수학과 공학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요컨데, 음악은 공간 추리에 사용되는 피질 영역 전반에서 신경 발화 패턴을 유발한다. 

   두뇌를 훈련시키는 활동은 그 기술에 사용되는 신경 연결의 강도와 숫자를 확대한다. 하지만 복잡한 운동 작업이 일상이 되면 피질 아래 영역으로 내려가 습관적인 프로그램으로 굳어진다. 일의 절차가 이러한 저차원 영역에 저장되면, 그것은 고정화된다. 10년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어도, 바로 다시 탈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피질의 고차원 영역에 저장된다면, 그리고 이후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아마 회로의 연결은 약해지고 소멸될 것이다.

   자전거 타기 같은 고차원 기술이나 인지능력은 더 많이 연습할수록 습관적으로 몸에 밴다. 이러한 반복적인 활동은 처음에는 정신적 긴장과 확장, 새롭고 다양한 시냅스의 생성, 신경세포 집합체들과의 연결을 요구한다. 하지만 일단 완전히 숙달되면 정신적 처리 과정은 더욱 쉬워진다. 그리고 학습 과정을 위해 사용되던 뉴런은 자유로워져서 다른 업무를 맡는다. 이것이 두뇌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기본의 형태다.

  두뇌의 가소성은 놀랍다. 과거에 두뇌 손상이 영구적이라고 믿었다. 즉, 일단 어떤 두뇌 영역이 죽으면, 그것이 담당했던 기능은 영원히 사라진다고 봤다. 매년 5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뇌졸증에 걸리는데, 수많은 뉴런이 소멸하고 그 연결이 끊어진다. 하지만 손상되지 않은 상당수의 뉴런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정보의 강도, 숫자, 다양성을 변화시키고, 사고 장소 주위의 흐름을 다른 길로 안내한다. 이러한 재구성은 평생에 걸쳐 가능하다.

   두뇌는 발달 시기에 따라 손상 반응이 달라진다. 태야기나 유년기의 두뇌 손상은 대게 문제가 적다. 신경회로가 특정한 기술, 지식, 기억에 아직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뇌는 전 영역에서 꾸준히 재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손상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좀 더 작은 두뇌를 갖거나 전반적인 지적 능력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지만, 특정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오래 지속되는 문제는 가지를 벋고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려는 뉴런들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다. 유년기 후반이 되면, 많은 능력이 회복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손상은 영구적이 되기 쉽다. 어린 시절에는 여러 면에서 가소성이 높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기가 되면, 손상을 보수할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손상 영역에서 멀리 떨어진 부분에는 효과가 덜 미치며, 특정한 손상이 더욱 잘 나타난다. 사춘기 중반부터 가소성을 부여해주던 새로운 시냅스의 급격한 발달은 줄어든다. 그 무렵엔 뉴런들은 '미엘린 수초'로 완전히 덮히게 된다. 두뇌 손상은 특정 능력에 피해를 끼치는데, 회복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뇌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

 

    두뇌의 능력은 적응 능력에도 불구하고, 가소성에는 한계가 있다. 즉, 나이가 들면 다른 통로를 찾거나 새로운 회로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음악교사, 체스 챔피언,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부모에게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키라고 권한다. 

   태어날 대부터 두 언어에 노출된 어린아이는 둘 다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아기는 어디서 길러지든지 상관없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청각적 단서들을 구별했다. 다시 말해 들려주는 언어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생후 6개월 이후부터는, 아기가 특정 말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한다. 즉, 영어를 사용하는 부모의 유아는 자신이 듣는 음운에 근거해 일본어를 구사하는 부모의 유아와는 다른 언어적 연결을 형성한다. 영어를 듣고 자란 유아는 영어에만 존재하는 긴 '우-'나 약하게 발음하는 '바' 소리에 민감하고, 일본어를 듣고 자란 유아는 영어에 없는 짧은 '토'나 'r'과 'l'의 중간 발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한 살이 될 무렵이면, 유아는 들어보지 못한 음소는 처리하지 못한다. 사실상 외국어 음성에 관한 청각장애인이 된 셈이다. 모국어에 필요하지 않는 음성 구분은 무시하도록 배운다. 유아의 옹알이는 모국어를 통해 들은 소리에 한정된다. 유년기 이후에 일본어를 배우고자 한다면, 우리는 일본어의 동사 활용형을 공부하고 일본어 회화 테이이를 끊임없이 듣고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일본인처럼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언어회로가 기본적인 연결을 새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태아와 아기의 두뇌 발달은 '기회의 창문'이 열려 있는 중요한 기간동안 일어난다. 이는 기능을 담당하는 연결이 정보 입력을 잘 받아들이는 시기다. 일단 창문이 닫히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느냐에 따라 신경 연결은 가장 효과적인 것만 남고 간결해진다. 

    이렇게 중요한 기회의 창문 시기는 또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시기다. 경찰이 발견한 '벽장에 갇힌 아이들'이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잔인한 부모에 의해 수년 동안 벽장이나 창고에 감금되었다. 그들은 인간의 대화를 듣지 못한 채 자라났다. 그래서 자연스런 대화에 필요한 음성이나 문법을 습득할 수 없었다. 발견된 후 오랜 훈련을 통해 다른 통로들은 어느 정도 복구되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극단적인 상실 탓에,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는 발달의 주요 시기는 이미 놓쳤다. 

    시카고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재널린 허트론처(Janellen Huttenlocher)는 생후 2년 동안 평범한 부모가 아이들과 얘기하고 주위에 머무는 빈도가, 장차 평생 그 아이가 쓸 단어의 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냈다. 어린아이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듣는 단어가 더 많을수록 기본적인 단어 연결 능력이 더욱 강해진다. 

    많은 감각 기능과 운동 기능의 가소성에 대한 제한도 이러한 주요 시기에 달려 있다. 대부분 인간은 생후 2년 내에 모든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있다. 두 살 무렵이면 운동회로는 고정되어 정착된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 어린아이가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러한 회로는 상실되어 팔을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기본적인 시력은 생후 6개월이면 완성된다. 하지만 학문적인 학습 같은 기능의 획득은 발달의 주요 시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 

    제네바 대학교의 심리학자 댄 스턴(Dan Stern)은 정서가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가 생후 10개월에서 18개월 사이라고 주장한다. 스턴은 오랫동안 아기들을 관찰하며 정서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증거를 찾아온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규칙적으로 아이에게 기뻐하는 반응을 보이면, 아이의 긍정적 정서회로가 강화된다. 부모가 반복적으로 겁에 질린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는 긍정적 회로를 차단하는 대신에 공포회로를 강화할 것이다. 발달 초기의 깜짝 놀라게 하는 환경이 아기의 두뇌가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우울증이 길어지면 아기 역시 우울해진다. 여기서 핵심은 '반복성'과 '오랜 지속'이다. 즉, 어쩌다 한 번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아이가 비참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쥐를 더욱 부드럽게 다룰수록, 공격적 행동을 통제하는 두뇌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더 많이 생산한다. 부드럽게 다룬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성장했을 때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고 더 강한 면역시스템을 지니며 더 오래 산다.

   많은 인지 기능은 두뇌의 복잡한 신경 연결 통로를 공유한다. 그러므로 한 가지 기능의 발전은 관계없어 보이는 또 다른 기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모차르트 효과가 보여주듯 음악과 공간 추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단어를 듣고 읽는 것도 역시 같은 회로를 부분적으로 공유한다.

 

뇌세포의 재생

 

    대부분 뉴런이 죽으면 다시 성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두뇌의 세포가 쉽게 대체된다면 기억과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마(Hippocampus) 같은 몇몇 부위의 경우는 뉴런의 탄생과 분화가 노년까지 계속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애번 신더(Evan Synder)는 신생아 쥐의 새로 형성된 두뇌세포를 추출해 세포분열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투입했다. 그리고 뇌출혈이 발생한 성인 쥐의 두뇌 부위에 삽입했다. 이식된 뉴런들은 손상 영역으로 이동해 분열하고, 그 영역이 원래 맡았던 기능을 담당했다. 한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세포들은 죽어가는 뉴런이나 일반적인 두뇌세포에 의해 분비된 화학적 신호에 반응한다. 활발하게 분열하는 세포들은 아직 자신의 기능을 특화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 적절한 위치로 이동한다면 뇌출혈, 질병, 사고로 손상된 뉴런의 자리를 채울 수 있다.

    두뇌 기능을 새롭게 담당할 수 있는 세포 이식은 파킨슨병과 싸우는 열쇠가 된다. 흑질(substantia nigra) 세포들이 사망하면서 파킨슨병이 나타난다. 흑질은 도파민을 생성한 뒤, 움직임을 조율하는 선조체(striatum)라는 두뇌 조직으로 보낸다. 따라서 도파민이 없으면 근육의 조절도 불가능하다. 

    도파민 공급을 복구하는 방법은 쇠약해진 흑질 뉴런을 작동하는 뉴런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유전자 기능을 조작해 신경세포가 배양접시의 비분화된 싱싱한 뉴런으로 바뀔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로 인해 이쪽 계통의 연구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지금까지 진보를 막아왔던 윤리적 문제도 피할 수 있다.(이전에는 낙태된 태아의 두뇌 조직에 의존하였다.)

   최근 연구 결과가 성인 두뇌는 스스로 새로워질 수 없다는 신경학의 오랜 견해를 뒤집었다. 오랫동안 신경줄기세포(신경모세포)는 태아와 어린아이의 두뇌에서 신경세포를 생산하기 위해 분열되었지만, 성인기에는 분열을 멈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생명공학회사인 뉴로스피어스의 브랜트 레이놀즈(Brent Reynolds) 와 샘 와이스(Sam Weiss)는 줄기세포가 성인기에 활동하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직 성장을 자극하는 분자인 '성장인자'를 첨가해 실험판의 줄기세포로 하여금 새로운 세포를 대량 생산하도록 했다. 만약 이것이 유지된다면, 환자 두뇌에; 이미 있던 세포가 잃어버린 두뇌 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두뇌세포를 재생산하려는 노력이 확립된 의학 분야가 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우리 중 대다수에게는 병으로 점점 쇠약해지는 경우보다 일상의 문제와 노화에 대처해나가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두뇌 발달의 교훈은 우리가 두뇌 능력을 새롭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두뇌의 놀라운 가소성은 계속적으로 재구조하고 학습하게 한다. 단지 학문적 연구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험, 사고, 행동, 정서를 통해서 말이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두뇌 운동으로 신경통로를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기본 원칙은 매한가지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