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지각 문제도 한 사람의 심리적 삶에 수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정상적인 지각은 그 사람의 경험을 왜곡한다. 지각이 세상의 모습을 왜곡한다면, 감각 수준을 넘어선 모든 고차적 처리는 잘못 작동할 수밖에 없다. 때때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진단되지 않은 지각 문제를 가진 아지동이나 성인들은 또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리고 안 그래도 위태로운 정체성에 상처를 입는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섣불리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어려움은 신체적 문제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두뇌에 들어가는 방식은 인지의 다른 단계와 마찬가지로 두뇌의 최종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두뇌 바꾸기
새로운 경험이나 행동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네트워크는 뉴런 이웅ㅅ들의 강하고 영구적인 구성원이 된다. 반면에 사용되지 않는 네트워크는 정보의 흐름에서 차단되어 곧 시들거나 사라진다. 실질적으로 두뇌 구조는 그것이 받아들이는 정보가 되며 정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지는지가 두뇌 구조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는 감각과 뉴런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영원히 사라져 소멸한다. 아니면 다른 기능이라도 담당하게 해야 한다.
두뇌는 끊임없이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감각이나 주위의 관련 사건들, 그리고 신체 위치, 자극의 정보, 다양한 기관의 활동, 혈액의 화학적 영양 상태에 관한 내부 메니시로부터 말이다. 두뇌는 변화하는 세계에서 내부적 일관성(향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이 모든 메시지들을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수준, 뉴런의 발화율 및 신경 네트워크의 흥분성을 적절히 조율하라는 지시사항으로 해석한다.
인성 발달은 분명 감각기관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심지어 예외적인 지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재능과 애증 관계에 빠진다. 대부분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외당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은 사실 각자에게 특별함을 부여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훌륭한 개성이 된다.
세상을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심지어 맛보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준다. 우리는 환경에서 들어온 감각 또는 특질을 학습한 범주 또는 구조에 끼워 맞춘다. 즉, 끊임없이 지각에 대비하고, 우리가 느낀 감각에 맞추어 세상을 우리식대로 지각한다.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특정 패턴이 형성될수록, 신경시시스템은 더욱 확고해진다. 함께 발화한 뉴런들은 함께 연관을 맺는다. 어떤 경험을 한 뒤에,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경험은 지각을 다채롭게 만든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우리의 두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먼저, 두뇌가 정보의 경직된 저장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신경은 자주 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특정 근육이 특정 운동에 반응하듯, 두뇌는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춤이나 가라데 동작을 반복할 때나, 연극 대사를 연습하거나, 구구단을 외울 때, 신경세포 집합이 만들어진다. 두뇌가 연습할 때, 그 임무는 더 쉬워지면서 습관화돤다.
두뇌의 신경세포는 특정 자극과의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스스로 훈련되고 조직된다. 뉴런들은 옛날과 같은 것이 들어올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준비한다. 그라다 낯선 자극을 만나면, 이러한 입력 정보를 새롭고 거슬리는 것으로 지각한다. 그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이 거슬럼이 재조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각 행위는 새로운 자극을 파악하는 것 이상이다. 즉, 우리가 상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대비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기대감이나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심상이 없다면, 우리의 환경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의 표현대로 흥분되고 윙윙거리는 혼란이 되고, 각 경험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어 우리를 갑작스럽게 압도할 것이다. 우리는 습관적-무의식으로 자극을 우리가 이미 배운 범주에 맞추는데, 종종 그 과정에서 왜곡되기도 한다.
우리의 시야에는 맹점이 있다. 시각세포가 각막으로 들어오는 부분에는 간상체(rod)와 추사체(cone)가 없기 때문이다. 한쪽 눈으로는 시야의 커다란 그림을 보지 못한다. 두 눈이 있기 때문에 양쪽 시각으로 이것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 눈을 가릴 경우 우리는 중심와로 눈앞의 광경을 보지 못한다. 두뇌가 이러한 맹점을 채워주고 잘 대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세부 사항과 패턴을 채워 넣는다. 즉, 격자형 울타리 너머로 개를 바라볼 때, 우리는 개의 일부를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시각 이미지를 경험한다.
우리의 지각 기관은 내부 잡음들 가운데서 신호를 걸러낸다. 배경 잡음은 수많은 뉴런들 사이 어디에나 있다. 뉴런은 대개 항상 발화하고 있다. 자극은 뉴런이 더 빠르게 발화하게 하며, 조직적이고 동기화된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 뉴런들은 관현악단의 단원처럼 각자 열기를 더해가며 조율한다. 그러다 지휘자가 돌연 첫 신호를 보내면 즉각 조화를 이루며 연주를 시작한다.
만약 뉴런들이 원래 목적에 쓰이지 않으면, 다른 두뇌 활동에 사용된다. 두뇌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경영자여서, 게으른 네트워크를 재교육시켜 새로운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이러한 최적화 과정 동안, 낡은 네트워크의 일부는 기존의 잘 알고 있던 발화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다가 자극을 발화 명령으로 잘못 해석해 때때로 불편함이나 고통을 타나내는 패턴으로 발화된다.
뉴런의 신호와 잡음
어떤 특별한 정보가 자신의 길을 통과할 때까지, 이러한 일상적인 잡음에 참여하는 것이 뉴런의 정상 상태다. 새의 화려한 깃털의 색깔, 갑자기 떠오른 참신한 발상과 같은 내부적 신호가 뉴런을 발화시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사건은 뉴런을 더욱 동기화되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뉴런들로 구성된 합창단 같다. 각 구성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손뼉을 치면 (자극), 전체 구성원들은 통일된 3부합창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식당을 지나다가 무언가 좋은 냄새를 맡고 즉시 피자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러한 전기적 활동 능력은 인지의 바탕이다. 두뇌는 항상 잡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잡음을 통해 무언가를 지각할지 여부는, 그 패턴이 배경에 비해 충분히 두드러지는가에 달려 있다.
두뇌에 정신적 잡음이 너무 많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각하기 어렵다. 그리고 주의, 기억, 인지, 정서적 안정성 등의 두뇌 기능에 과부하가 걸린다. 즉, 지나친 양의 정보가 실린 상태가 된다. 뉴런의 무작위적 활동이 너무 빠르고 강력하다면, 들어오는 자극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뉴런들은 적절하게 동기화되지 못한다. 이것은 자극의 부정확한 처리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뉴런들은 잘못 발화된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 시험을 치를 때 바로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 극도의 걱정은 정신적 잡음을 일으킨다. 그들은 실ㅈ로 주위 환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지각을 담당하는 두뇌 공간은 내부 잡음으로 바빠진다. 따라서 시험 문제를 볼 때, 단어가 잘 읽히지 않는다. 결국 잘못 해석하고는 엉뚱한 답을 쓴다. 심지어 문제 전체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잡음 처리에 너무 바빠서, 두뇌의 시각 채널이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감각, 후각
두뇌의 후각시스템은 기억중추 가까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냄새는 과거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같은 냄새를 맡아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경험을 떠올린다.
냄새는 또한 우리가 맛보는 것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미각 기관이 즐기는 카레라이스에 관한 상당수 정보는, 사실상 후각시스템이 포착한 것들이다. 코의 수용기는 음식을 씹을 때 나는 냄새뿐만 아니라,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의 화학적 정보를 탐지하는 전문가다. 혀의 미뢰는 단지 설탕, 소금, 산 및 기타 맛 (달고, 짜고, 시고 쓰고 등등)의 측정을 더할 뿐이다. 코가 나머지를 모두 책임진다.
후각로(Olfactory tract)의 신경 구조는 감각들 가운데서도 독특하다. 청각, 일부 시각, 촉각, 미각은 뇌관(brainstem)을 통해 두뇌에 들어와 시상(thalamus)으로 전달된다. 시상의 수백만 신경 네트워크들은 각종 감각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피질(cortex) 부위로 신호를 전달한다. 이 신호는 다음 처리를 위해 정서, 기억, 기쁨, 학습의 중심인 변연계(limbic system)로 보내진다. 변연계는 종종 그 감각에 정서적 꼬리표를 첨부한다. 과거에 골든리트리버를 키웠던 주인은 도로에서 낯선 골든 리트리버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낯선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 감각은 기억을 불러오고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
시각적, 청각적 정보의 복잡성과 모호한 상황을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두뇌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세부사항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대조적으로, 후각신경은 시상을 통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변연계의 일부인 편도체(amygdala)와 후각 피질에 직접 정보를 전달한다. 후각신경은 정서적 두뇌로 가는 직통회선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들은 연결되거나 억제되고, 다음 처리를 위해 후각피질로 보내진다. 냄새 연결은 다른 감각시스템보다 후러씬 빠르고 더욱 단호하다. 그리고 정서적 기억이 행동을 불러오는 과정에서, 여과 과정을 그다지 거치지 않는다. 실제로 콧구멍은 최후의 정보시스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입 바로 위에 있다. 만약 역겹고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을 먹으려 한다면, 후각시스템은 즉시 냄새를 탐지해 변연계에 입력된 기억과 대조한다. 그리고 코 아래의 입술로 한 조각의 음식을 가져가는 아주 짧은 사이에 행동을 수정한다.
냄새에 관한 빠르고 정서적인 반응을 통해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후각 정보가 이동하는 직접적 통로에는 진화 초기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 후각이 다른 감각과 차별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냄새를 담당하는 후각 네트워크가 교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감각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상을 거쳐 두뇌의 반대편 반구로 보내 처리한다.
원시적인 두뇌('냄새 두뇌')라고 불리곤 하는데, 신경삭 위쪽의 후각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가 현대적이고 복잡한 두뇌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냄새는 주요한 촉진제였다. 변연계는 원래 냄새를 해석하고 페로몬을 방출하는 기능을 하던 기관이 진화한 걸로 생각된다. 페로몬은 같은 종의 구성원에게 사회적 도는 성적 정보를 보내는 화학적 냄새다. 다른 두뇌 연결이 진화하면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의 능력은 더욱 정교해졌다. 후각피질이 줄어든 게 아니라, 다른 두뇌 영역들이 확대된 것이다.
공기 중의 입자를 실질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은 콧구멍 속의 후각상피(Olfactory Epithelium)라는 누르스럼한 조직에서 시작된다. 각 수용기는 약 스무 올의 털, 혹은 아주 작은 털투성이 더듬이로 덮여 있는데, 이 털들은 촉촉한 분비샘에서 흔들거리며 끊임없이 활동한다. 분비샘은 우리가 들이마시는 물질을 해체하는 걸 돕는다. 물질이 점액층에서 분해되어 후각 수용기에 연결되면, 그곳에서 변연계 중심부의 1차 후각피질로 향하는 뉴런의 발화 패턴이 바뀌게 된다.
냄새 정보의 처리는 후각 수용기에서 이루어지지만, 보다 많이 알려진 냄새의 효과는 두뇌에 미치는 정서적 영향력이다. 변연계는 두뇌의 쾌락중추를 포함하는데, 음식 냄새나 성적인 냄새에 의해 활성화된다. 그러므로 후각시스템은 의도된 행동과 보상을 연결지어, 자신의 배우자나 맛있는 저녁식사를 찾게 만든다. 보상중추는 학습의 중심부로, 무언가를 하거나 만족감을 느끼고자 하는 정서적 동기를 부여한다. 후각 기관은 쾌락과 역겨움을 결정하는 이러한 시스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것은 시각이나 청각에 반응하는 데 필요한 연상이나 추상적인 사고 없이, 직접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페로몬은 멀리 떨어진 곳의 아주 적은 양도 감지된다. 예를 들어, 짝짓기에 앞서 암컷 누에는 소량의 화학물질 봄비콜(bombykol)을 분비하는데, 이는 3km 밖의 수십억 수컷들을 매료시킨다. 또 어떤 페로몬은 공격적 행동을 통제한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강을 향해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놀라운 묘기를 부리게 만드는 것도 페로몬이다.
편도체와 연결된 후각기관의 축색돌기는 양육 행동이나 공포 조건화에 필수적인 변연계 조직이다. 편도체를 ㅈ거하면 동물은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이전에 특정 자극과 연관되었던 부정적 연상을 잊어버린다. 편도체의 과잉 민감성은 걱정, 공포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 로 나타난다. 편도체는 거의 모든 감각 단위로부터 자극을 받지만, 어떤 감각도 후각처럼 직접적이지는 않다. 즉, 편도체는 모든 감각으로부터 입력을 받지만, 그중에서도 후각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다.
후각 투사는 두뇌의 호르몬 중추이자 도전-혹은-도주(fight-or-flight)반응을 책임지는 시상하부 (Hypothalamus) 에서도 발견된다. 결과적으로 냄새는 심사숙고하는 과정 없이 직접적으로 심장박동과 혈압을 조정한다. 후각섬유들은 정신분열증, 중독, ADHD 가 발생하는 기관인 동시에 만족감을 느끼게도 하는 편도체와 중격 영역(septal area)을 포함한 변연계의 쾌락 영역에도 투사된다. 흥미롭게도 우울증은 종종 냄새를 구별하는 환자의 능력을 상당히 감소시킨다.
하지만 특별한 냄새를 시각화하거나 단어를 들음으로써 냄새를 상상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한다. 냄새를 담당하는 고차원 피질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는 기억의 강한 촉진제다. 후각세포는 기억에 중요한 해마, 편도체 등과 직접적으로 얽혀 잇다. 우리는 냄새가 어떤 식으로 소리, 이미지, 정서와 연관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알고 있다. 가령, 갓 구운 사과파이 냄새는 할머니의 주방을 떠오르게 한다. 유치원 교실의 찰흙 냄새, 기숙사 방의 대마초, 강당의 퀴퀴한 냄새도 마찬가지다.
맛이 없다면 삶도 무미건조하다
코와 마찬가지로, 미각 수용기는 화학적 자극에 반응한다. 입안과 그 주위에는 2000~5000개의 미각세포들이 있다. 닭은고작 24개라서, 아무거나 줘도 잘 먹는다. 반대로 매기는 17만 5000개의 미각세포가 있다. 대부분 몸 외부에 있어, 입을 벌리지 않고서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혀 유두(lingual papilla)는 혀 표면에 튀어나와 거칠게 느껴지는 돌기다. 각각의 유두는 하나부터 수백 개에 이르는 양파 모양의 미뢰(taste buds)를 갖고 있는데, 그 위에는 미공(Taste pore)이라는 입구가 있다. 미뢰는 미각 자극을 감지한 뒤 신호로 바꾸어 두뇌로 보내는 세포다.
각 수용기 세포에서, 화학적 반응은 화학적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전환한다. 그것은 자극이 되어 뇌간을 통해 신경 조직을 따라 두뇌로 간다.
미각과 관련된 네 가지 범주의 수용기가 있다. 이는 각각 네 가지 기본적인 맛인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감지한다. 혀끝의 수용기는 특히 단맛에 민감하다. 짠맛과 신만은 혀의 양 옆에서 감지한다. 쓴맛은 연구개를 비롯한 혀의 안쪽에서 가장 잘 느낀다. 흥미롭게도 혀의 가운데는 미뢰가 없어 때때로 혀의 맹점이라 불린다. 최근 일본 학자들은 우마미(감칠맛)라는 다섯 번째 기본 미각을 밝혀냈다. 이는 일본어로 맛있다 또는 먹음직스럽다는 의미다. 다섯 번째 수용기는 음식이 맛있도록 만들어준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과학자들은 네 가지 기본적인 맛이 중요한 진화적 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단맛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탐색을 하고 음식이 영양가가 있는지 알려준다. 짠맛은 몸의 체액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게 해준다. 쓴맛은 독성과 독극물로부터 보호해준다. 심지어 두뇌의 고차원적 인지 수순이 발달하기 전 초창기 영장류 조상, 혹은 그 이전부터 뇌간의 미각 기제는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맛은 흑백 논리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특정한 것을 좋아하거나 혐오하는 성형이 있다. 그리고 특정 화학물질은 음식의 맛을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염화나트륨, 즉 소금은 특히 음식의 맛을 더 좋게 만든다. 쓴맛을 느끼는 미뢰에서 쓴 성분을 느끼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맛의 75퍼센트는 후각 덕분에 느낄 수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감각의 혼합이다. 당신이 피자를 먹을 때, 빵, 오레가노, 치즈의 냄새가 짠맛과 혼합되어, 당신이 이미 알고 좋아하는 맛을 만들어낸다.
미각 신호는 세 개의 뇌신경에서 뇌간의 연수(medulla)를 통해 두뇌로 들어간다. 연수의 고속핵(nucleus solitarius)에 도착한 신호는 시상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피질의 미각중추로 간 뒤, 시상하부와 편도체의 통로로 나란히 보내진다. 이어서 정서와 기억이 저장되고 맛의 질에 관련된 회상이 일어나는 변연계로 간다. 덕분에 우리는 특정 맛을 피하거나 소금처럼 신체의 영양학적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음식을 추구할 수 있다. 이러한 통로를 오가는 신호들은 침을 분비하거나 심키는 반사작용에 영향을 준다.
시상하부는 음식 섭취 기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쥐의 두뇌 손상 연구에 따르면, 측면 시상하부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동물은 먹거나 마시기를 중단한다. 그리고 시상하부 복내측 핵의 장애는 과식을 일으킨다. 시상하부와 다른 두뇌 영역이 배고픔과 만족감의 중추를 조작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연구가 요즘 한창이다. 제대로 된 다이어트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시상과 시상하부는 신체의 에너지 균형과 체중을 유지하는 피드백 패턴을 담당한다. 먹을지 마실지, 어떤 것을 먹고 마실지, 계속 먹을지 그만 먹을지 등을 결정하는 음식 섭취와 만족감 간의 균형은 이 영역의 상호 교환의 결과다. 시상하부는 또한 운동시스템, 정서, 기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여 허기를 통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도파민은 보상시스템에서 '보상'으로 여겨진다. 이러헌 영역들이 만족한 상태에 도돌했다고 판단되면, 도파민은 중단되고 식욕은 사라진다.
왜 우리는 매운 음식을 좋아할까?
매운 맛은 알고 보면 흥분 자극의 지각(통각)이다. 왜 일부 사람들은 이런 감각을 즐기는 것일까? 열대기후의 사람들이 열을 낸 뒤 땀을 식혀 그 서늘함을 즐기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는다는 설명도 있다. 또 다른 견해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식사 중에 다른 맛을 더 잘 느끼게 되고 두뇌에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막고 편안한 정서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화학물질이다. 매운 고추의 뜨거운 맛을 견디는 도전은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이나 달리기를 해서 근육을 태우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그 즐거움은 성취감이다.
식사를 계속 하다보면 음식은 점차 맛을 잃어간다. 분명 할라피뇨 살사소스를 네다섯 번 먹으면 처음보다는 맛이 덜하다. 이 현상은 간단한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뇌 전체와 마찬가지로 오감은 변화에 강하게 반응한다. 덕분에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같은 자극이 계속해서 오랜 시간 들어오면 수용기는 적응이라는 과정을 경험한다. 즉, 그러한 신호를 어쩔 수 없이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두뇌의 메시지는 강도 면에서 약해진다. 특정 맛의 수용기가 최대 민감성에 도달하려면 1분 정도 자극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나면 미각 수용기는 적응을 경험하면서 맛은 희미해진다.
적응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식사를 하는 도중에 다른 음식도 미뢰가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각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새로운 것은 위험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음식이나 기호품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접할 때의 충격은 우리를 흥분시킨다. 우리는 꼼꼼히 살펴본 뒤 새로운 것을 반길지 아니면 피할지 결정한다.
너무 많은 미각 신호가 들어오면 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전혀 미각을 자극하지 못한다. 미각 자극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최소치인 미각 역치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 절대역치는 특정한 물질의 존재를 간신히 감지할 수 있는 시점이다. 두 번째 지각 역치는 맛을 내는 물질을 파악하는 시점이다. 두 역치는 상당히 다르다. 왜냐하면 자극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자극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역치는 또한 적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단 한 번 적응하면, 역치는 같은 맛의 강도 이상의 지각을 필요로 하게 된다.
맛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에는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상미각증(Dysgeusia) 으로 , 미각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실제론 그런 맛이 없는데도 매우 짠맛, 금속성 맛, 혹은 쓴맛을 인식하게 된다. 이상미각증은 궤양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클래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clarithro-mycin-amoxicillin)의 항상제 복합처방, 고혈압과 충혈성 심장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캡토프릴, 디피리다몰 등의 특정 약물의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호르몬 이상도 미각 지각을 바꿀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임신 초기 단계다(맛을 느끼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매운 음식과 이상하게 혼합된 맛을 찾는다. 맛 기능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적게 나와도 맛과 냄새 지각을 방해한다.
두 번째 결핍은 무미각증(ageusia)으로, 맛을 보는 능력의 상실이다. 완전 무미각증은 드물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발생할 수 있다. 방사선이 미뢰부터 두뇌까지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두부외상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미각 신호를 알아차리는 피질의 능력을 손상시킨다. 미뢰나 혀 유두가 전혀 없는 완전 무미증이 유전되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다. 하지만 부분적인 맛의 손실로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각의 또 다른 흥미로운 측면은 역겨움이다. 불쾌한 맛에 반응하는 두뇌 영역인 전측 도피질(anterior insula)은 다른 사람이 역겨워하는 모습을 볼 경우 활성화된다. 이것은 두뇌가 감각을 어떻게 혼합해 우리의 생존 기회를 높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맛과 시각의 짝짓기는 타인이 상한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역겨움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그걸 먹지 않게 된다. 심지어 입 앞으로 음식을 가져왔을 때, 그 모습만 봐도 미각시스템은 역겨움을 지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에 따른 결론은 연상 작용을 하는 안와전두엽(orbitofrontal cortex)이라는 두뇌의 고차원 부분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곳에 장차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줄 표시를 해놓는다. 덕분에 우리는 지난주에 본 역겨운 음식을 다음 주에 다시 보게 될 경우, 다른 음식을 찾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역겨움 영역을 일반화하여 더욱 사회적이고 인간다운 영역으로 만든다.
도피질(insular cortex)은 우리가 진화로 얻게 된 무료 혜택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도피질을 다른 기능에도 사용한다. 도피질은 미각피질이지만 혐오감이나 고통도 담당한다. 역겨움과 고통을 일으키는 음식을 피하게끔 두뇌가 발달된 사실을 고려하면, 이 모든 것이 논리에 들어맞는다. 마찬가지로 고통 자극은 감각과 변연계에 연결된 전측 도피질을 활성화시킨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아픔을 전달하는 감각 입력은 기억과 통합되고, 고통스런 자극의 의미와 위험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를 제공한다. 우리의 진화에 따라, 두뇌는 오늘날의 고통과 역겨움을 담당하는 영역을 발달시키기 위해 이용 가능한 여러 자극들을 죄다 이용하면서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변화해왔다.
가장 친밀한 의사소통 수단, 촉각
인간은 만지고 만져주길 원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다. 그것은 세상을 탐구하고 상호작용하려는 인간의 원동력이다. 촉감은 직접적인 육체적 접촉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기 때문에, 다른 감각들보다 더 독특하다. 또한 강력하고 친밀한 의사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거나 상처 입힌다. 그리고 편안함부터 미움에 이르는 메시지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달한다.
촉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촉각은 두뇌가 성인기로 순조롭게 넘어가 발달하고 확장하게 만든다. 즉, 성장, 배움, 의사소통, 삶의 핵심 요소다. 촉각은 신생아가 발달시킬 오감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며, 신생아에게는 듣는 것이나 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아기의 촉각은 두뇌의 특정 부분의 발달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마이애미 촉각연구소(Touch Research Institutes, TRI) 의 유아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아기는 자궁에서부터 촉각이 발달한다. 태어났을 때 안아주면 재빨리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생아의 생후 몇 주는 촉각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포유반사는 촉각의 가장 원초적인 초기 단계다. 측, 어머니가 아기 머리를 만지면 아기는 어머니의 손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 덕분에에 신생아는 어머니의 젖꼭지를 찾아 젖을 먹을 수 있다. 신생아는 접촉 자극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신생아의 손을 만지면 당신의 손을 꽉 잡고, 발을 간질이면 발가락을 오므린다.
촉각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는 13세기 신성로마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리드리히 2세는 어린아이가 언어를 전혀 듣지 못할 경우 어떤 언어를 배울지 궁금했다. 그는 몇 명의 신생아를 부모에게서 떼어놓고 간호사들에게 넘겼다. 간호사는 보살피기만 할 뿐, 만지거나 말을 걸 수 없었다. 아기들은 어떤 언어도 배우지 못했으며, 말을 배우기 전에 모두 사망했다. 프리드리히는 아기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촉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1990년대 확인되었다. 하버드 의과대학원의 메리 칼슨(Mary Carlson)은 과도하게 아기를 수용한 루마니아의 고아원을 방문했다. 그녀는 포대기에 싸여 아기용 침대에 있는 수백 명의 아기를 발견했다. 그곳에서는 비극적이게도 평소에는 물론 심지어 우유를 먹을 때도 아기를 전혀 어루만져주지 않았다. 일부 아기는 그런 식으로 거의 2년 동안 지냈다. 칼슨의 연구에 따르면, 이 고아원의 아기들은 발달이 느린데다 자신의 연령보다 절반 정도 어린 나이대의 행동을 보였다. 일반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기에 비해 스트레스와 싸우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비정상으로 높았던 것이다. 이는 촉각이 발달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혹한 사례다.
접촉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문화마다 각각 다르다. 일상적인 접촉이든 부모가 아이를 애정으로 대하는 것이든, 미국인은 타문화권 사람들과 달리 접촉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접촉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유아에게 신체적 애정을 더 자주 보여주는 사회에서 성인 폭력성이 현저히 낮은 경향이 나타난다.
자폐인의 어려움
자폐아는 각종 육체적 접촉을 피한다. 두뇌가 처리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외보 감각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위 자극에 압도된다. 그래서 보통 문을 닫아걸거나 자극에서 도망치려는 반응을 보인다.게다가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들에겐 감각 정보가 조각이나 부분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아기는 시선을 어머니의 눈에서 코로 단번에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자폐아는 5~6초 정도 걸린다. 이런 지연 때문에 한번에 전체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단지 부분만 볼 뿐이다. 따라서 미소나 찡그림 같은 사회적 단서를 놓치기 쉽다. 그 결과, 자폐아는 오직 세상에 대한 부분적 정보만 받으며, 그가 받는 정보는 대게 혼란스럽다.
일부 자폐아인은 정상적인 감각 능력이 있지만, 잡음들 사이에서 중요한 정보를 잡아내지 못한다. 즉, 두뇌로 쏟아지는 수많은 감각 신호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폐아가 나타내는 특이한 행동들은 궁극적으로 대량의 혼란스러운 감각 과부하를 차단하기 위한 대처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소리치고, 귀를 막고, 소음이 없는 조용한 장소로 달려간다. 그들은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다.
재능 있는 자폐증 여성 중 템플 그랜딘의 저서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thinking in Pictures)"에서, 한 번에 한 가지 감각 이상을 처리하지 못한느 자폐증 동료의 말이 인용된다. "도나 윌러엄스는 자신을 모노 채널이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면, 시각적 입력 정보는 의미가 없어진다. 친구의 얘기를 듣는 동안에는 고양이가 자신의 무릎에 뛰어오르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종종 직접 대면해 말하기보다는 전화 통화가 더 쉽다. 방해가 되는 시각적 입력 정보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템플은 자폐아들이 정보를 빨리 처리하지 못하므로, 부모와 교사들은 환경을 바꾸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일부 자폐아는 자극 과부하를 일으키는 시각적 자극이 제거되면 말을 더 잘 듣게된다. 템플은 조명과 화사한 벽장식을 제거해, 방을 조용하고 더우운 곳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또한 정보를 천천히 처리하는 신경시시템에 맞추려면, 그들에게 천천히 말해야 한다. 자폐아들은 청각적 방해가 사라지면 맡은 일을 더 잘 해낸다.
자폐아들이 접촉을 싫어하는 것은 촉각 통로에 관련된 두정엽(pariental lobe), 연수 , 시상의 결함 때문이다. 오늘날 일부 학자들이 지지하는 이론에 따르면 태아의 발달 시기에 이루어지는 세포 가지치기의 정상적 과정이 자폐인의 두뇌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뉴런이 지각에 반응하는 바람에 두뇌는 감각으로 넘쳐난다. 또한 뇌간으 통해 적절하게 자극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피부가 너무 민감해 아주 부드러운 종류를 빼고는 옷을 입기가 힘들다.
자폐증의 감각 문제 대부분은 시각, 청각, 촉각의 민감성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때때로 미각과 후각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 한 논문에 따르면, 자폐증을 지닌 성인과 아이들의 80~90퍼센트는 촉각, 청각, 그리고 시각에 민감했다. 미각과 후각에 지나치게 민감한 비율은 30퍼센트였다. 미각과 후각은 두뇌의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며, 관련된 두뇌 영역이 더 적다.
템플은 자폐아들이 감각 처리 문제 때문에 먹는 데도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자폐아들은 까다롭고, 음식이 씹히는 감각, 냄새, 맛, 입안의 음식 소리를 참지 못한다. 템플 자신도 젤리나 계란 흰자 같이 끈적거리는 음식을 먹기 싫어했다. 오트밀 같은 밋밋한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자폐증을 가진 대부부분에게 냄새는 기억과 강한 연합을 이룬다. 실제로 상당수는 냄새로 사람을 기억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냄비와 프라이팬의 냄새에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냄새를 집과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잡음공명은 지각시스템의 일부로서, 일종의 배경 잡음이다. 즉, 직접 느끼거나 보기에는 너무 미약한 소음들이 공명하는 것을 말한다. 흥미롭게도 일부 자폐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잡음공명이 감각적 과부하와 싸울 때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어린아이가 듣거나 화자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속삭이듯이 이야기해주면 오히려 더 잘 듣는 경우가 있다. 이는 집중에 관해 말하는 심리학적 사실과 유사하다. 즉, 당산이 화자에게 이미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알아듣기 쉽다. 만약 누군가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당신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그가 말하는 말의 앞부분뿐만 아니라 일부 의미도 놓칠 것이다. 또한 잡음공명은 노령, 뇌출혈, 신경학적 질병으로 생기는 감각 박탈에 대응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환각지와 고통
인체의 가장 넓은 범위에 분포되어 있는 촉각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촉각 정보는 세 가지 감각 수준에서 처리된다. 우선 피부로 들어오는 자극을 신호한다. 두 번재는 신체 각 기관들의 위치 및 상대적 관계, 그리고 움직이고 있는지 멈춰 있는지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심장박동과 혈압 등 신체 내부의 상태를 나타낸다.
인간은 손과 손가락 끝의 움직임을 통해 나타나는 촉각으로 물체를 확인한다. 인간의 손가락 끝에는 촉각 수용기가 1cm2 당 100여 개 있다. 이는 손바닥의 3~4배에 달하는 밀도이며, 등의 수용기 밀도는 이보다 훨씬 낮다. 촉각이 감지한 신호들은 척수와 연수를 거쳐 시상에서 처리한 뒤 직접 피질로 보낸다. 체감각피질은 신체 모든 부위에 걸친 다양한 촉각 기능의 복잡적 지도를 갖고 있다. 피부 곳곳을 표현하는 지도도 있고, 팔다리의 위치와 연결 움직임을 표현한 지도도 있다. 일부 피부 영역은 비례에 맞지 않는 피질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세한 촉각적 구분이 필요한 곳이 그렇다.
신체가 표상되어 있는 뇌의 지도는 매우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학습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1장에서 설명한 원숭이 손가락의 촉각 감지 과정을 살핀 머처닉의 실험은 성인 두뇌의 가소성을 잘 보여준다. 국립정신보건원의 티머시 폰스(Timothy Pons)의 실험에 따르면, 신경의 재조직은 더 큰 규모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폰스는 다양한 뇌수술을 받은 원숭이를 실험에 이용했다. 그는 본래 팔에 반응하는 촉각신경이 나중에는 얼굴을 만질 때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경의 재조직은 뇌 피질 상에서 1cm 이상의 거리, 전체 체감각 지도 길이의 3분의 1에 달하는 거리에서도 일어났다.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anur Ramachandran)은 피질의 재조직이 신경통로를 통해 여행하는 두 종류의 신호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강하고 지배적인 신호인데, 다른 하나는 약한 신호이다. 대게 약한 신호는 강한 신호에 의해 억제된다. 하지만 강한 신호를 담당하는 신경이 손상될 경우, 약한 입력 정보는 활기를 띤다. 이것은 '대리'현상이라 부른다.
머처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가소성이 날마다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즉, 외부자극으로 인한 감각 입력의 변화 때문에 신경 연결이 한번에 조금씩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특정한 뉴런 연결이 특정 시기를 장악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변화된 업무에 더 적합한 뉴런이 이어받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체감각피질이 학습하는 방식이며 우리의 뇌가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적응적 방법이라고 한다.
환각지 증후군(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잘린 팔다리가 여전히 붙어 있다고 느끼는 증상)은 대리 현상의 적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체의 일부가 절단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 증후군은 고통스럽고도 미스터리한 현상으로 거의 한 세기 동안 환자와 의사들을 당혹케 했다. 그 환자들이 밝힌 전형적인 감각은 압력, 따뜻함, 차가움, 축축함, 가려움, 땀 등이다. 절단 환자의 70퍼센트는 환각지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환각지는 불에 데거나 총상을 입은 듯한 고통스런 증세가 자주 나타나는데, 가끔 나타나는 경미한 증상부터 한동안 지속되는 심각한 증상까지 다양하다. 이 고통은 절단 직후부터 시작되어 수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환각지의 고통은 끊임없이 나타나서 없어진 사지를 떠올리게 한다.
수년 동안 환각지 환자들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그들이 일종의 '소망 성취'를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환각지 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상과 체감각피질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뇌가 고정적이라는 이론을 믿었던 시기에는 환각지 증후군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 애를 먹었다. 사지가 없어지면 관련 두뇌회로도 입력 정보가 없어서 닫힌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사지가 절단돼고 감각 신호를 받는 두뇌 영역은 여전히 활동한다. 라마찬드란은 신체의 다른 부위에 압력이 가해지면 환자는 환각지 부위에서 그것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피질은 상실된 부위를 담당하던 두뇌 영역이 새로운 곳을 담당하도록 다시 지도를 그린다. 이렇게 다시 그려진 통로들은 새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질은 이제 약한 뉴런통로를 이용할 수 있게끔 되는데, 이는 그 통로가 더 이상 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각지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러한 약한 뉴런통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뇌는 약한 뉴런통로의 신호를 상실된 사지에서 나온 것으로 잘못 해석한다. 이러한 약한 뉴런통로는 변형되어 과거에 강한 신호가 반응햇던 신체 부위에 반응한다. 심지어 신호를 받을 사지가 없는데도 이 통로가 보내는 감각은 여전히 진짜처럼 느껴진다.
고통은 신체의 일부가 다친 경우 위험을 경고해주며, 부상 부위를 어떻게 치료할지 예방책을 상기시켜 치료 과정을 돕는다. 비록 고통을 느기는 것은 힘겹지만,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하면 그 자체로 위험해진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선천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심한 부상이나 자상을 입는다. 신체가 위험을 경고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극한의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고통의 위험 신호를 잘 느끼지 못하므로 심각한 감염이나 파열로 사망하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기본 수용기를 통각 수용기라 부른다. 통각 수용기는 강한 압력, 극한의 기온, 불에 델 때의 자극에 반응한다. 고통에 관한 전기화학적 신호는 통각 수용기에서 척수로 이동하고, 뇌간에서 시상으로 전달된다. 이후 뉴런의 신호는 두정엽에서 피질로 투사된다.
고통을 느끼는 방식에는 다른 흥미로운 과정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책상에 무릎을 부딪히면 아픔을 감소시키기 위해 문지른다. 왜 다친 부위를 문지르면 고통이 완화될까? 문지르는 행동은 두뇌에 보내는 두 번재 촉각 신호이다. 한정되어 있는 두뇌는 두 신호 모두에 집중하지만, 두번째 자극이 강한 첫 번째 자극의 지각 강도를 감소시킨다. 이것을 '경쟁적 억제;라고 부른다. 무릎을 문지르는 행동은 모르핀과 유사한 진정 성분을 분비하는 효과도 만들어낸다. 진정 성분은 편도체와 시상하부의 수용기들과 연결되어 흥분을 일으켜, 척수로 정보를 돌려보내는 연수에 신호를 보내고, 통각 수용기의 신호들을 차단하여 두뇌로 가는 고통 정도의 전달을 줄이낟.
고통 신호는 잠재적으로 해롭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한 신체 경고시스템의 본거지인 편도체로 지속적으로 향한다. 고통이 위함적인 수준이 되면 공포, 놀라움, 자율신경 반응을 책임지는 편도체는 그 신호에 대해 도전-도주 반으을 한다. 그 덕분에 인체는 고통을 비롯한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편도체에서 처리된 고통 정보는 고차원의 명령 처리와 신체 반응을 위해 전두엽(frontal cortex)으로 보내진다.
고통 신호는 통각 수용기가 활성화될 때 두뇌로 보내진다. 최근에 과학자들은 세포가 손상되고 아데노신 3인산(adenosinie triphosphate, ATP) 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될 때 통각 수용기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TP 분자가 통각 수용기와 엮이면서 경고 신호가 시작된다. 이러한 별견에 흥분하는 이유는 지긋지긋한 만성적인 고통을 치료하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다.
무의시적인 감감, 청각
우리의 귀는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예상하는 종류의 소리를 잡아내고, 주위의 잡음은 차단한다. 청각시스템에서 이러한 고정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의식하기도 전에 처리된다. 이는 다른 감각 과정에 비해 더 무의식적이다. 귀부터 소리를 파악하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통로상의 정거장들에서 소리 신호는 적응/조정된다. 때문에 우리는 턱이 움직이고 심장이 박동하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 만약 이러한 소리와 주변 잡음을 계속 듣는다면 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매우 짜증날 것이다.
정상인의 경우 모든 지각 처리는 과거의 경험에 기초해서 새로운 자극을 해석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과거의 특징과 새로운 경험을 비교하거나 대조해서 특징의 범주를 갱신해나간다. 난독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이러한 특징들을 후러씬 덜 경험한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표준 청각 및 시각 검사에서 정상 범주의 점수를 받았지만, 일부는 정상인이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것을 감지한다. 모순적이지만 난독증 환자들은 시각과 청각의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이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잇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자극에 집중하므로, 예기치 못한 지각을 무시하지 않는다. 반면에 대다수 정상인들의 두뇌는 일상적인 잡음으로 치부하고 무시해버린다.
다른 실험에 따르면, 일부 난독증 환자들은 모음이나 저음 등의 느린 소리를 듣는 데 뛰어나거나, 주변의 형태와 색을 더욱 선명하게 본다. 시인, 음악가, 화가들 가운데 난독증 환자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부 난독증 환자가 이런 증세를 보이는 것은 대세포성 뉴런의 차이 때문이다. 대세포성 뉴런은 두뇌로 들어오는 입력 정보를 처리하는 시상의 정거장이다. 또한 난독증 환자는 두뇌 구조의 기형, 즉 신경세포 다발이 피질 표면에 모여 있는 구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빠른 소리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는 장애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폐인들도 자주 듣기와 관련한 독트간 양상을 보인다. 지각시스템이 쉽게 과잉 반응하거나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들어오는 자극을 천천히 처리하며, 주변 환경에 관한 시스템이 없고 부정확한 정보를 받는다. 또한 많은 자폐인들은 말소리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심지어 표준청각검사 결과가 정상인데도 다소 청각장애인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거슬리는 잡음을 차단하거나 소리를 조절하지 못해서, 대다수가 무시하는 작은 잡음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앞에서 말했듯, 두뇌는 감각 정보를 쪼개어 가장 작은 기본 단위로 나눈다. 그것은 관계가 없어 보일 정도로 아주 작은 부분이다. 두뇌는 이러한 작은 정보들을 분배하고, 개인의 기억, 과거 경험, 희망에 따라 재조직한다. 고막에 울려대는 소리의 압력은 이소골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소골은 중이에 있는 세 개의 작은 뼈이인데, 회선형 조개 모양의 와우각을 자극해 그 안에서 소리를 낸다. 와우각은 1만 5000개의 털을 갖고 있는데, 진동에 반응해 이리저리 구부러진다. 세포 표면에 털이 있는 내이의 감각세포인 유모세포 중 일부는 특정크기의 소리가 내는 진동에 민감하다. 유모세포 털의 움직임은 전기적 신호로 전환되어, 두뇌까지 가는 통로의 뉴런들을 발화시킨다.
다른 감각 정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귀로 들은 정보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미 잇는 것으로 전환한다. 듣기 처리는 다름 감각 처리에 비해 더 일찍 발생한다. 바로 귀 자체에서 생겨난다. 우리의 두뇌는 즉시 내이의 압력을 조정하고, 귀와 머리에서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주위 환경 속에서 듣고 싶은 것을 듣는 능력을 최대화시킨다. 우리의 두뇌가 계속해서 듣는 것을 구체화한다는 증거는 두뇌에서 귀로 뻗어 있는 뉴런 연결이 귀에서 두뇌로 향하는 뉴런 연결보다 많다는 점이다.
우리의 두뇌는 소리를 분별하기 위해 분주히 주변을 탐색한다. 우리는 소리를 뒤죽박죽 섞인 상태의 압력파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단 하나의 진동이 아니라 진동의 층들이다. 이러한 불협화음을 이해하는 과정이야말로 듣기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불협화음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은 듣고자 하는 것, 즉 음소, 말, 음악들의 모델을 발달시킨 데서 생겨났다. 우리가 소리를 지각할 때, 그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모델에 맞아떨어지거나 우리를 놀라게 한다. 청각 처리 문제가 있는 난독증 환자들은 계속해서 놀란다. 들은 내용이 모델에 맞아떨어지지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에 비해 그들은 들은 내용을 더 많이 추측하거나 직관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하여 결국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대로 듣는 경향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배제하거나 다른 식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일부 난독증 환자들은 이러한 장애를 딛고, 주위 소리를 보다 창조적으로 해독하여 청각 정보를 모델에 맞추는 법을 배운다. 즉, 말하거나 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항상 탐색하는 질문을 던진다.
일단 귀가 소리를 탐지하면, 청각 정보는 청각신경을 통해 뇌간으로 보내진다. 청각신경에는 2만 5000개의 신경섬유가 있지만, 촉각이나 시각에 관련된 수십억 개의 뉴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궁극적으로 청각 정보는 피질로 보내지기 전에 귀에 모여야 한다. 이때 이 신경 섬유들은 매우 효율적이다. 관련 세포와의 연결들은 심지어 들어오는 소리가 없을 때도 활동적이며 경계 태새를 갖춘다. 그들은 마치 경기장 가장자리를 달리며 경기에 참여할 준비를 하는 축구 선수들처럼 스스로 행동할 준비를 한다.
소리는 뇌관에서 음색에 따라 정리되고 음질에 따라 구분된다. 심지어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벽, 천장, 바닥의 울림 같은 주위 메아리가 제거되면서 정교해진다. 현명하게도 뇌간은 메아리가 원래 냈던 소리를 보존하고, 새롭거나 이상한 소리도 지우지 않는다. 또한 음소 같은 특정 소리를 파악함으로써 말을 이해하는 과정을 시작한다. 말의 단위인 음소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지만, 한 개인의 모국어를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인은 영어를 듣는 과정에서 특정 음소를 알아듣지 못할지 모른다. 그의 두뇌는 그것을 언어의 단위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연수로 보내지는 정보도 공간적 특성을 위해 분석된다. 소리의 공간 위치를 탐지하는 능력은 상당한 진화적 발전이다. 소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동물은 커다란 이점을 누린다. 오늘날 이러한 능력이 뛰어나도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우리는 청각통로의 상위 영역인 피질에서 단순한 위치 파악은 무론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는 능력까지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머리를 돌려야 하는 원시 동물과 달리, 주위에 대한 자세한 지도를 지니고 있어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과거의 흔적은 아직 남아 있다. 즉, 여전히 귓바퀴와 외이를 움직이기 위한 작은 근육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상올리브핵(superior olivary nuclei)이라 불리는 뇌간의 뉴런들도 근거리의 소리일수록 귀에 더 크게 들린다는 사실에 즉응했다.
이 두 쌍의 핵은 중뇌로 정보를 보낸다. 중뇌는 이 정보에 따라 신체의 반사와 반응을 조정한다. 중뇌의 상올리브핵에 모인 귀, 눈, 피부의 입력 정보들이 반사적으로 특정 자극 쪽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올리브핵은 우리가 경험한 통합되고 일관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각, 청각, 체감각적 시스템의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각신경 자극은 상올리브핵에서 시상을 거쳐 1차 청각피질로 향한다. 1차 청각피질은 2차 청각피질로 이어지는데, 기억, 다른 감각, 인식 등을 청각과 조화시키는 두뇌 영역과 연결된 곳이다.
시상의 슬상체(geneculate body) 에서 두 유형의 신경세포가 신호를 나누어 처리하는데, 그것은 바로 소세포성 뉴런과 대세포성 뉴런이다. 대세포성 뉴런은 갑자기 들어오는 소시를 청각피질로 전달한다. 이 세포가 부족하면 소리를 재빨리 알아차리지 못해 난독증을 잃을 수도 있다. 대세포성 뉴런이 부족하면 특정한 자음 혼합 같은 빠른 음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차원의 지각시스템은 끊임없는 반응 상태이다. 생존 욕구에 집중되어 있는 그 시스템은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피질이 지닌 뉴런 기둥들이 감각 정보 조각들을 완벽한 지각으로 통합한다. 이 기둥의 세포들은 소리 주파수에 세세한 차이에 매우 민감하다. 주파수의 변화는 다른 기둥이 발화하게 만든다. 우리가 듣는 여러 범주의 소리를 다루기 위해 기둥들은 정교하게 혼합되어 함께 발화한다. 그리고 피질은 발화 패턴을 이미 익숙해진 특징이나 저장 패턴과 비교한다.
청각피질은 혼자서 기능하지 않는다. 감각들은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상호작용한다. 연구자들은 입술 모양 같은 언어적 시각 단서는 청각피질을 활성화시키는 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얼굴 표정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입술을 읽는 동안 청각피질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소리가 음소로 처리되기 전에 시각적 신호가 말의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양쪽 두뇌는 복잡한 소리들을 구별해내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한다. 우반구는 근접한 소리나 동시에 나는 소리들과의 관계를 구별한다. 언어중추를 지니고 있는 좌반구는 언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관할한다. 청각피질은 좌반구의 언어중추에 보고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과학자들은 소리를 듣는 능력이 언어 영역 발달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MRI 연구를 살펴보자. 그들에게 수화를 보여주자 언어 처리와 관련된 좌반구에서 뉴런이 활성화되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두뇌의 언어 처리는 이미 알려진 것보다 더욱 복잡하다고 한다. 러트러스 대학의 폴라 탈랄(Paula Talla)은 언어기반학습장애(Language-based Learning Impairments.LLIs) 아동을 연구했다. 탈랄은 느리고 심사숙고하는 우반구보다 빠른 처리자인 좌반구의 손상 때문에 'br' 이나 'pr' 같은 '빠른' 음소의 조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그녀는 LLIs 아동의 청각회로를 훈련시키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해 신경 네트워크를 재교육함으로써 말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녀는 더욱 느리고 긴 소리로 자극하다가 점차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탈랄은 말의 빠른 처리는 두뇌의 청각 영역으로 간주되던 귀 뒤의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 이 아니다.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 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알아냈다. 보르카 영역은 보통 운동피질을 조절하며, 수용기 영역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어왓다. 이 결과는 말하기가 두뇌의 운동 영역과 큰 관련이 있음을 알려준다.
좌우 반구의 상호 의존은 특히 음악 처리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좌측은 소리의 연속인 리듬을 더 잘 처리한다. 프랑스 캉 대학교의 앙리 플라텔(Henri Paltel) 의 PET 연구는 흥미롭다. 그는 음악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명한 클래식 작품에서 발췌한 곡들과 음표상에 무작위로 배열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이 유명한 곡을 들을 때 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텔은 브로카 영역이 언어는 물론 익숙한 소리의 지각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생소한 곡의 리듬 변화 역시 이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우반구를 움직였던 유일한 음악적 특성은 소리 자체의 특성인 음색이었다. 플라텔은 음악 감상이 놀랄 정도로 정교한 기억과 음악 요소의 연속적 지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두뇌의 특수화된 영역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소리 지각의 전반적 과정과 마찬가지로 음악 감상은 각자의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같은 조를 사용하는 여러 곡들에 관련된 기억이나 상징적 요인은 그 음악이 우리에게 어떻게 들리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음악이나 소리도 본질적으로 행복하거나 슬피지 않다. 하지만 장조 화음이 받쳐줄 때는 유쾌하고 밝던 선율이 단조로 연주되면 어둡게 들릴 수 있다. 나아가 지각의 복잡한 본질과 여러 수준의 처리가 영향을 미친다.
청각 처리는 감각시스템 전체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즉, 시스템의 요소들은 서로 겹쳐진다. 들어오는 감각 정보는 잘게 쪼개져 재포장되고, 최종적인 지각을 형성하기 위해 재조합된다.
시각, 사냥에서 예술까지
몇몇 난독증 환자들은 글자 행을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움직일 때, 글자들이 흔들거려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낌다. 글자들이 움직이는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눈이 단어를 따라갈 수 없어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질의 주름진 뇌회(convolution)는 특정한 시각적 상황에 독특한 의미를 주기 위해 시각적 메시지나 과거의 경험과 혼합한다. 갓 핀 붉은 장미 한 다발이 나에게 주는 영향과 날마다 장미꽃을 들고 일하는 꽃꽂이 전문가에게 주는 영향은 다를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은 피질에 뇌회가 없어서 시각 처리 과정은 단순한 광경만을 보게한다. 그러나 인간 시각 정보를 시각피질에서 상위 영역으로 올려 보내서 처리하도록 진화했다.
현저성(Salience)의 발생 원리를 알면, 우리의 두뇌가 보이는 것을 얼마나 많이 통제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시각적 경험을 살펴보면, 빛이 그림과 벽에 부딪혀 눈의 수정체로 들어온다. 그 빛은 눈 뒤편 각막에 있는 특수하고 전문화된 신경섬유로 향한다. 신경섬유에 있는 광수용기인 간상체와 추상체가 빛의 파장과 강도를 감지한다. 이들은 정비되지 않은 자료를 두뇌가 이해하는 신경 자극으로 전환한다. 각막은 매우 선별적이므로 광수용기 세포를 통해 눈으로 들어가는 빛의 10퍼센트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두되는 너무 많은 빛에 압도당할 것이다.
인간의 망막은 대락 1억 2000만 개의 간상체와 600만개의 추상체를 갖고 있다. 추상체는 일반적인 밝은 빛에서 색깔을 파악하고 시각적 지각을 책임진다. 추상체에 따라 각각 장파장(빨간색), 중파장(노란색), 단파장(파란색)을 더 잘 받아들인다. 이 세가지 원색이 뒤섞여 여러 가지 색깔이 만들어진다. 인간이 어떤 물체를 볼 때 망막에서 특정 색깔과 연관된 신호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 물체를 특정 색깔로 보게 된다. 빨간 물체에서 나오는 파장은 빨간 추상체들의 빛의 수용과 조화를 이루며, 그 발화를 강화한다. 그 결과 빨간색이라고 알리는 강력한 신호를 두뇌에 보낸다. 두뇌는 이 강력한 신호를 노란색이나 파란색의 약한 신화와 비교한 뒤 물체가 붉다는 결론을 내린다.
간상체는 시각정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희미한 빛에 보다 민감해서 어두울 때 잘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간상체는 해가 진 뒤 먹을거리를 사냥한 우리 선조들에게 상당한 이점이었다. 한편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은 본래 색맹이며, 일부 색깔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물의 추상체 시각은 열등하지만 간상체(야간) 시각은 훨씬 뛰어나다. 간상체는 보돕신이라는 광색소에 크게 의존한다. 비타민 A 로 구성되어 있는 보돕신은 시금치, 토마토, 당근 등에 많은 영양소이다.
간상체와 추상체는 그림을 빛, 어둠 또는 색깔의 점들로 본다. 간상체와 추상체를 통해 만들어진 뉴런의 신호는 시각신경 통로를 통해 두뇌의 처리 센터로 간다. 그리고 엉켜 있는 뉴런 연결 덩어리들이 외부에서 각막으로 들어온 엄청난 양의 시각적 정보들을 조율한다.
우리 눈은 외부의 스냅사진을 찍어 수백만 개의 정보로 자르고, 빛의 방향과 색깔에 따라 나눈다. 이 모든 것은 두뇌의 도움 없이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 바로 수많은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이해하려는 시각의 매력적인 측면이다.
눈에서 뇌간을 거쳐 피질로 가는 데는 두 가지 통로가 있다. 그것은 슬상체-선조피질 통로(Geniculo striate pathway, GSP)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덮개-시상베게 통로(tectoPulvinar Pathway, TPP)다. 덮개-시상베게 통로는 특정한 자극으로 눈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도록 만든다. 즉, 단조로운 벽 대신 강렬한 그림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맹시 현상과 관련된 실험들은 덮개-시상베게 통로가 시각 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맹시 환자는 슬상체-선조피질 통로 영역뿐만 아니라 1차 시각피질의 훼손으로 고생한다. 그 결과 시야의 절반은 맹인과 마찬가지가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맹시 환자의 시야에 형태가 보일 때, 형태 자체를 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를 향해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슬상체-선조피질 통로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덮개-시상베개 통로가 환자의 시선을 새로운 자극으로 향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당신이 너저분한 책상 위에서 펜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눈은 종이 뭉치, 시디, 책들 따위의 시각적 정보로 가득할 것이다. 덮개-시상베게 통로는 원하는 목표 이외의 것은 무시한다. 그 덕분에 당신은 시각적 혼잡함 속에서도 펜을 찾게 된다. 종이, 디스크, 책들에 비해 원통형에 뾰족하고 색깔이 있는 모습은 두드러져 보인다. 일단 덮개-시상베개 통로가 새로운 물체를 발견하면 슬상체-선조피질 통로가 실제로 보게 해준다.
슬상체-선조피질 통로는 시상의 바깥쪽 슬상체(lateral geniculate body)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학자들은 일부 난독증 환자들이 겪는 증상의 원인이 이 통로라고 여긴다.
하버드 의학대학원의 마거릿 리빙스턴(Margaret Livingstone) 과 알 갈라부르다(Al Galaburda)는 해부학적 증거를 발견했다. 이들은 5명의 난독증 환자와 정상인의 외측 슬상체를 검사했다. 난독증 환자의 두뇌는 외측슬상체의 뉴런 네트워크의 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으며, 뉴런세포체의 크기도 작았다. 또 급변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세포성 뉴런의 숫자도 적었다. 한 이론에 따르면, 이로 인해 다음 이미지가 들어오기 전에 이전 이미지를 제거하는 두뇌의 능력이 억제당해, 이미지가 겹쳐오거나 오락가락한다고 한다. 단어들이 흔들려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 두뇌는 들어오는 자극들을 거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그래서 자극에 압도당하지 않고 환경을 잘 처리할 수 있다. 만약 세세한 신경 회로가 없다면, 후각적/미각적/촉각적/청각적/시각적 세상은 상당히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게 보일 것이다. 당신이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교통을 살피고 라디오를 듣거나, 멋진 저녁식사 냄새를 맡으며 맛을 볼 때를 생각해보자. 그 순간 당신의 두뇌는 엄청난 감각 정보들의 흐름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하얀 벽에 걸린 화려한 그림을 보거나 지저분한 책상에서 펜을 찾을 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단순히 눈에 들어오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