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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 - Chapter 5 기억은 항상 변화한다

by 강대원 2024. 10. 21.

   무엇을 경험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이야기의 세부사항과 약간의 부추김만 있으면, 성인의 4분의 1 정도가 결코 없었던 어린 시절의 모험을 사실처럼 기억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오류가 많은 것이다

   인간은 안정적인 기억을 가져야 경험을 구축하고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정도로 유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시력이 나쁜 사람은 콘택트렌를 구입한 이후에도 아침마다 일어나서 낡은 안경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의 적응 능력은 종종 실수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 문제에 관한 자신의 시각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지속적이면서 유연한 기억의 특징을 더 많이 알아낼수록 학습 방식과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와 우리가 삶에 개입하는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우리 자신과 아이들게 확실한 기억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리고 노화가 기억에 미치는 불행한 영향을 늦출 수 있다.

 

기억 만들기

 

    우리는 기억할 수 있기에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 기억은 학습, 이해, 의식을 한데 모으는 구심력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뉴런이 하나의 기억이며, 두뇌의 각 부분이 고립된 채 특정 작업을 수행한다고 믿었다. 오늘날 이러한 생각은 프란츠 요제프 갈 (Franz Joseph Gall)이 19세기 초반에 했던 두개골 형태 연구인 골상학처럼 터무니없어 보인다. 

   과학계는 언제나 기억이 어디에 저장되는지 알려고 노력했다. 처음 뭔가를 보거나 듣는 곳인 지각뉴런 속인가? 아니면 기억을 한데 묶는 해마인가? 화상을 일으키는 전두엽인가? 그곳이 어디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더욱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 있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이란 저장 공간인가, 아니면 애초에 기억을 형성하는 힘인가? 기억은 요구받을 때만 만들어진다. 조용한 상태에서는 기억이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을 되살리는 행위와 기억 자체를 분리할 수 없다. 사실 단순한 기억의 일부는 두뇌의 여러 신경 네트워크에 저장된다. 그 기억을 회상할 때 우리는 조각들을 하나로 모은다. 

   기억의 형성과 회상은 분위기나 주변 상황, 그리고 기억이 형성되거나 되돌려졌을 시기의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이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변하고 기억도 변한다. 새로운 경험은 우리의 태도와 기억하는 방식도 변화시킨다.

   2분 전, 2년 전, 20년 전의 기억은 깨어 있는 동안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서로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로부터 각 조각들이 떠오른다. 조각들은 언어, 정서, 믿음, 행동의 단위이다. 여기서 첫 번째 놀라운 결론이 나온다. 즉, 경험은 날마다 계속 이 연결을 교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매번 기억할 때마다 달라진다. 

   가령, 분위기의 효과를 생각해보라. 전두엽은 조각과 부분들을 논리적이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단정하게 조직하는 두뇌 영역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에 정서적 꼬리표를 붙이는 편도체에 의해 작동 주비가 되어야 한다. 즉, 조각들을 공고히 하는 것을 돕는 '의미'를 주는 것이다. 주어진 순간의 정서적 상태는 편도체가 기억의 정서적 꼬리표를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서, 기억이 재조직되는 방식을 미세하게 변화시킨다. 우울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부정적인 시각에서 특정 기억을 보게끔 미리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면 전혀 다른 종류의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기억이 중심부의 수용기에 기록되지 않고 우리가 회상할 때마다 재건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해도 또 다른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통합된 후에 기억은 어디에 저장될까?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데카르트의 오류(Decartes's Error) 에서 감각뉴런 근처의 '수렴 지대'에 한데 모인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내 한나(Hanna Damasio)는 MRI 검사를 이용해 물건이나 동물 이름의 회상을 감독하는 수렴 지대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리고 사람들, 지각, 정서에 관한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지도도 알아냈다. 

    조각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한데 모인다면, 수렴 지대는 자동으로 물건, 생각, 혹은 상호작용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게 해준다. 드라이버가 나무 손잡이와 금속 머리를 가진, 과거 경험 속에 나사를 돌리는 데 사용했던 금속 장치라고 힘들여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그저 드라이버를 떠올린다. 드라이버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물체의 여러 특성으로 만들어진 연결들을 자극함으로써 알아차린다. 단지 이름만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가져야 제대로 그 물건을 이해한다고 하겠다. 

   또한 다마지오 부부는 수렴 지대에도 서열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차원'수렴 지대는 단서들을 연결하여 '얼굴'의 일반적 개념을 이해하게 해준다. 반면에 '고차원' 수렴 지대는 특정 얼굴을 확인하게 해준다. 두 수렴 지대는 서로 연결되어서 코의 선, 이마, 눈 모양 등의 개별적인 얼굴의 상세함을 구별할 수 있다.

    다마지오가 제시한 기억시스템의 묘미는 두뇌의 놀라운 효율성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두뇌는 일상적인 상황의 끝없는 연속 장면들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수의 재사용할 수 있는 경험 요소들로 재조직한다. 가령, '춥다'는 감정은 겨울바람, 동굴, 아이스크림 같은 여러 퍼즐의 완성을 돕는 퍼즐 조각이다. 기억할 때는 어떤 논리적인 분류나 명령도 필요 없다는 사실에도 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두뇌에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는 두뇌 신경 네트워크의 가소성 덕분에 조각들을 한데 모아 저장할 수 있다. 예일 대학교의 페트리샤 골드먼-라킥(Patricia Goldman-Rakic)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뉴런들은 특징/패턴/위치/방향 등의 기억 조각들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고 한다. 

   기억이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두뇌의 뭔가가 사건을 조각으로 나누고, 그 사건의 기억을 만들기 위해 하나로 통합한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과정인지, 두뇌의 어떤 부분이 맡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많은 증거들에 따르며, 중심에서 좌우 반구를 연결하는 해마가 지배적인 규제자 역할을 한다. 우리는 해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해마 없이는 배우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 아니라 지적인 페이지 분류기계와 유사하다. 해마는 새로운 연관성을 길러서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을 무시하거나 압축할지 결정한다.또한 결과를 정리하고 정보 다발을 두뇌의 여러 부분으로 보낸다. 조각들을 적절한 장소로 배분하는 중간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가소성을 가진 두뇌는 극단적인 사정이 있다면, 특정 유형의 기억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바꿀 수 있다. 마사 커티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마사는 유치원 시절부터 바이올린 연주에 뛰어난 음악 신동이었다. 또한 그때부터 이상한 경련을 겪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의사들은 간질에 걸렸다면 발작을 통제하는 약물을 처방했다. 하지만 발작은 더욱 심해져서 때때로 의식을 잃기도 했다. 열한 살 무렵, 마사는 미시건 주 인터로첸 예술센터의 주니어 관현악단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이 어린 음악가는 무대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마사는 그 문제를 숨기려고 했지만 발작은 너무 심각했다. 십대가 되자 발작이 더욱 빈번해져서, 그녀는 지역 관현악단에서만 연주할 수 있었다. 누구도 그녀를 대중 앞에 세우는 모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대가 되자 발작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1990년 그녀는 클리브랜드 병원의 신경학자 한스 루더스(Hans Luders)를 찾아갔다. 루더스는 약물 복용을 중단시키고 발작하는 동안 MRI를 촬영했다. 우측 측두엽에서 시작된 전기적 혼란이 결국에는 두뇌 전체를 포괄하는 폭풍으로 이어졋다. 루더스는 그녀에서 두뇌의 일부 영역을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발작을 통제하는 약물의 강도가 이미 독극물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술들이 심각한 발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대개의 방법은 폭풍을 일으키며 전기적 혼란을 촉발하는 공격 지대를 제거하는 것이다. 마사의 경우에는 우측 측두엽이 그 부분이었다. 수술은 1991년 1월로 잡혔다. 마사는 최악의 경우 다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다. 우측 측두엽은 음악 기억과 관련된 두뇌 영역이기 때문이다. 

   마사는 중환자실에서 나오자마자 바이올린을 들고 바흐를 연주하려 했다. 그 곡은 기억에 의존해 연주하기가 제일 어려웠던 곡이었지만 그녀는 멋지게 연주했다.

    하지만 의사가 장애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작은 다시 시작되었다. 마산느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발작은 계속되었다. 마사는 세 번째 수술을 원했지만 의사들이 거절했다. 우측 측두엽을 너무 많이 제거하면 마비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뇌 손상은 음악가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마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의사들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들은 두려움 속에 조심스럽게 우측 측두엽의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무려 20퍼센트를 잘라내자 발작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사는 연주할 수 있었을까? 결과는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오히려 전에는 외우지 못했던 곡들도 쉽게 외우게 되었다. 의사들은 그녀의 두뇌가 어렸을 때 손상을 입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다 세 살 무렵 앓은 홍역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기 때문에 그녀의 두뇌는 음악 기억을 재구성했다. 다른 두뇌 영역을 사용한 덕분에 문제가 되는 우측 측두엽은 전혀 역할을 하지 않았다. 

    마사의 사례는 특정 유형의 기억을 다른 것보다 더 많이 요구하고 사용하면, 두뇌는 특정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을 확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새로운 영역을 이용해 도움을 얻기도 한다. 그녀의 승리는 모두에게 교훈을 준다. 즉, 근력 운동이 근육을 강화시키듯 우리는 두뇌를 훈련함으로써 기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기억의 저장

 

    학습과 기억 과정은 우리가 당연시하는 순환적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학습은 정보의 지각을 넘어서 기억으로 가게 해준다. 기억들으느 일단 저장되면 미래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 기억과 학습이 어떤 식으로 함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원들은 군소(Aplysia)라는 일종의 바다 달팽이와 좋은 친구가 되었다. 커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들(Eric Kandel) 덕분에 유명해진 군소는 하나의 뉴런이 하나의 기억이라는 이론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 첫 생명체였다. 또한 기억이 어떻게 기록되는지에 대한 가장 최신 학설을 드러나게 했다. 바로 장기기억 시냅스 강화(Long-Term Potentiation;LTP) 라고 불리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새로운 경험은 시냅스를 가로질러 뉴런 발화를 일으키는데, 일부는 강화되고 일부는 약화된다. 하지만 패턴은 LTP 에 의해 영구화되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LTP 는 사건, 자극, 생각 등을 기록해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하는 세포적 작동 기제다. LTP 는 자극이 들어오면, 뉴런들을 따라 새로운 길을 내며, 이후의 메시지가 같은 길을 따라 발화하기 쉽게 만든다. 그 기이 정교해질수록 메시지인 새로운 학습은 더욱 오래간다

   연결고리의 뉴런들이 서로 유대를 강화함에 따라 그들은 더 힘을 모으기 위해 이웃 뉴런들까지 합세시킨다. 이 활동이 반복될 때마다 유대는 조금씩 강해지고 더 많은 뉴런들이 개입된다. 마침내 기술, 단어, 일화, 색깔을 기억하는 전체 네트워크로 발전한다. 이 단계에서 어떤 주제는 기억으로 기록된다.

   LTP 는 케네디의 저격 사건이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각자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입고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충격적인 사건은 두뇌의 구석구석에 메시지를 보낸다. 두뇌 전반에서 뉴런을 고용하는 일종의 슈퍼LTP를 유발해, 기억 속에서 사건을 즉각 공고히 한다. 이 과정이 두뇌 곳곳에서 일어나기에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입고 있는지 같은 일상의 세부사항도 강력해지면서 장기기억으로 굳어진다. 갑작스런 순간의 세부사항이 사진에 포착된 것 같다고 해서 학자들은 때때로 섬광기억이라고 부른다. 섬광기억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회상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요구가 있으면 합쳐지는 분산된 조각들로 보는 기억 모델, 장기기억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뉴런 발화 패턴이 발화되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이러한 일을 일으키는 LTP 의 역할은 모두 현대 수면 연구가 뒷받침해준다. 메사추세츠 정신병원에서 수십 년간 연구해온 앨런 홉슨(Allan Hobson) 과 연구원들은 꿈꾸는 동안 해마의 두뇌 파동이 새로운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굳히든 희미한 연결을 생생히 살리든 간에, 기억 패턴을 재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이론은 PET 와 MRI 검사에 의해 입증되었다. PET 검사를 해 보면, REM 수면 동안 편도체, 전측 대상회, 후두엽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일어난다. 이것은 기억과 꿈의 정서적 중요성을 연결시키는 조직들이다.

   진화 사다리를 살펴보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개미핥기는  REM 수면을 하지 않는 포유류인데, 학습과 행동의 주요 중추인 전전두엽이 신체 크기에 비해 불균형하게 크다. 기억은 사건을 처음 경험한 순간에 기록되는데, 고차원인 포유류에게는 이 같은 대량 자장고가 부족하다. 그래서 REM 수면을 기억을 굳히는 시간으로 발달시키고 유지했다

   LTP가 기억 저장에 내재된 작동 방식일 가능성은 여러 중요한 생기학적 의의를 가진다. 즉, 특정 기억이 특정 뉴런 네트워크에 형성되고 저장되고 회상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의의는 주어진 뉴런이 많은 기억들에 즉각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뉴런이 지나치게 여기저기 많이 끼어드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두뇌의 여러 층에는 놀라운 정도로 많은 연결이 있다. 뉴런보다 더 많을 정도다. 한 가지 뉴런이 다양한 기억 속에 참여할 능력이 떨어진다면, 이웃 뉴런이 나서서 필요한 연결을 완수한다. 그 결과, 두뇌는 과거 기억과 현재 경험의 흐름을 비교하는 한편, 끊임없이 일상적 경험에서 관계를 알아차리고 재조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병렬은 LTP 의 중요한 측면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순식간에 유발되지만 새로운 자극, 주의 전환, 질병으로 인한 두뇌 고열, 발작과 전기 경련성 충격 같은 뉴런의 전기적 방해 등에 의해 쉽게 방해받기 때문이다.

    또 하나 LTP 이론이 시사하는 바는 학습이 두뇌가 갈망하는 자극을 주면서 두뇌를 '운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 조율된 두뇌는 활발한 신진대사와 영양적 요구를 담당하는 모세혈관과 신경교세포를 더 많이 갖고 있다. 연속적으로 놓여 있는 뉴런들이 약해진다면 기억도 희미해질 것이다. 

 

단기기억 대 장기기억

 

    단기기억은 우리가 매일 분주하게 진행하는 수백 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해주기 때문에 작업기업이라고도 부른다. 작업기억은 매 순간 인식하는 것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전화번호부의 번호를 전화 거는 동안 기억하게 해준다. 또 대화가 시작되면 그 대화를 따라가게 해준다. 단기기억은 컴퓨터의 램가 비슷하다. 즉, 일하고 있는 순간에는 자료를 유지하지만, 기계가 꺼지면 지워진다. 장기기억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행동한다. 저장을 눌러야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다. 그리고 일단 저장되면 반복해서 접근할 수 있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단기기억이 어떻게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가이다. 단기기억의 초기 공고화는 불과 수 시간 만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장기기억으로 전환은 피질에 의해 정보가 해마로 보내져야만 발생한다. 연구에 따르면, 장기기억으로 전환이 가능한 시기가 있다. 이는 뉴런이 LTP 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초기 자극은 두뇌의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를 가로지르는 의사소통을 유발한다. 더 나아가 자극은 기억을 공고히 하면서 세포로 하여금 시냅스를 연결하는 핵심 단백질을 생성하게 만든다. LTP 가 수 시간 이상 지속되려면, 뉴런에서 생성된 단백질은 특별한 시냅스로 가는 길을 찾아 연결되어야 한다. 이는 시냅스의 구조를 바꾸고 들어오는 신호에 대한 민감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우리가 단어를 암기하려면 어려 번 반복해야 한다.

    단기간에 뭔가를 기억할 때는 시냅스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사용한다. 하지만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려면 시냅스 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단백질이 요구된다. 이 단백질은 CREB 로 알려진 단백질에 의해 통제된다. CREB는 새로운 단백질의 생성을 유발하는 스위치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CREB 의 중요성은 기억 과정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가령, 시간대를 넘어 체내시계를 맞추거나, 의학적으로 처방된 약이든 불법 약물이든 약물에 대한 관성을 발달시키는 데도 관여한다. 이러한 과정들에는 CREB 외에 다른 단백질들도 관여하지만, CREB 가 가장 중요한 인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많은 뉴런 과정들은 매 순간마다 동시에 발생한다. 두뇌에는 수많은 뉴런 연결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시점에 일어나는 병행적인 과정의 양은 놀라울 정도다. 과학자들은 단순한 군소에서도 복잡한 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병행 과정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병행 과정은 계속 변화하는 내부 연결 신경 네트워크에 필수적이다. 특정한 발화 패턴의 활성화는 또 다른 발화 패턴을 억제하거나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발화 패턴의 연쇄는 지각, 사고, 충동 같은 복잡한 정신적 현상의 존재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바탕을 제공한다. 

 

작업기억과 미래기억

 

    작업기억은 매 순간 우리가 행동하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회상에도 중요하다. 즉, 장기기억 정보를 불러오고 분포시키거나 준비하는 동안 현재의 활동을 기록한다. 우리가 생각하거나 행동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연결들을 한데 모으는 정신적 접착제인 것이다.

    작업기억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미래기억'을 제공한다. 이는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을지, 그곳에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게 해주는 능력이다. 현재의 행동을 미래에 무엇을 할지와 비교해 고려하고, 결과를 예측하고, 책임을 받아들이거나 회피하게 한다

    작업기억은 전전두엽의 집행 기능의 일부이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처럼 항상 목표와 계획을 기억하며, 계획의 필요성과 이점을 살핀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작업기억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정보의 기록을 막는 일이다. 억제는 학습의 중요한 일부이다. 잡음으로 인해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대문이다. 비록 망각이 정말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소한 기억들이 마음을 방해해, 결국 젊은이 푸네스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푸네스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서의 의미심장한 단편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주인공이다. 푸네스는 모든 것을 회상할 수 있는 저주를 받았다. 기억의 과부하로 인해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절망 속에서 의자에 앉아 세월을 보낸다. 추가적인 자극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며 희망없이 살아간다. 

   일부 사람들은 작업기억 문제를 안고 태어나지만, 사회에서는 자주 반사회적 행동이라는 잘못된 꼬리표를 붙인다. 일반적인 대화나 활동을 따라가는 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무기력을 느낀다. 그래서 아예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그들은 참여하고 싶지만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작업기억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서투른 평가와 결과 예측부터 주의 및 행동 장애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사고와 관련된 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작업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섣불리 남을 비판하기 전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 작업기억에 관한 문제들은 ADHD의 여러 증상들로 나타난다. 제대로 된 작업기억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우리는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즉, 미래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다. ADHD 환자들은 이러한 특성이 부족해서 계획을 감당하지 못한다.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자신이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비생산적인 퇴행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속 그런 상태다. 게다가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능력 부족이 두뇌에서 전부 나타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빈약한 기억, 빈약한 집중, 빈약한 계획이라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

 

기억은 주관적이다.

 

    작업기억 덕분에 우리는 매 순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작업기억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심지어 아주 짧은 기간에도 변한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지에 관한 최신 연구는 상당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결코 기억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첫 번째 증거는 메릴린드 주 베데스다의 국립정신보건원의 제임스 헥스비(James Hexby)가 제시한다. 그는 얼굴에 관한 기억을 연구하고 있다. 그에 따려면, 작업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지 자체보다 얼굴의 분석적 이해에 더욱 의존한다고 한다. 헥스비는 우측 시각피질이 작업기억을 저장하고, 좌측 전전두엽은 생각이나 인상, 현재 보이는 얼굴에 대한 기억 관련 연결을 기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기억하는 데 시각피질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어떤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두뇌의 분석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억상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작업기억은 불과 60초 동안의 기록으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긴다. 그리고 일시적인 단기기억 기능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억은 재빨리 재조직된다. 따라서 훗날 사용하기 위해 불러오는 것은 주관적으로 해석된 정보인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샥터(Daniel Schacter)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에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 문제에 간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샥터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각각 20개의 단어 목록을 들려준 뒤 크게 일게 했다. 10분 후 대상자들은 실제로 들은 단어, 다르지만 관련된 단어, 전혀 관계없는 단어로 구성된 인쇄물을 받았다. 가령 원래 단어가 '케이크'와  '설탕'과 '사탕'이라면, 다르지만 유사한 단어는 '단맛'이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어떤 단어가 원래 목록에 있는지를 기억하라고 한 뒤, PET 검사기로 두뇌활동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진자 기억과 가짜 기억의 회상은 여러 두뇌 영역의 혈당 신진대사 차이와 관련이 있었다. 

    원래 단어에 관한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은 둘 다 해마 근처 좌측의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을 자극한다. 하지만 진짜 거억은 감각 정보가 피질로 들어가 기록되는 영역인 좌측 측두정엽(temporopariental cortex) 도 자극했다. 따라서 진짜 기억을 회상한 대상자들은 단어를 말했을 때의 실제 소리 또한 기억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러한 결과가 상상력을 자극해서 아마 당신은 범죄 사건에서 쓰일 거짓말 탐지기 같은 걸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샥터는 이러한 PET 검사는 단지 과거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사건에만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감각적 지각과 기억 사이에 깊고 강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진짜 기억, 즉 외국어로 말하고 쓰면서 낯선 문단의 의미를 배우는 것은 단어의 개념적 의미뿐만 아니라 단어의 소리, 지면에 나타난 형태, 팔과 손의 움직임도 표현한다. 

 

외현기억 대 내현기억

 

    절차 기억이나 기술 학습은 두뇌의 성장 초기에 발달하는 첫 번째 기억 기능이다. 가령, 아기는 팔을 뻗는 법을 배운다. 이후 지각적 표상시스템이 굳혀지면서 아이는 물체를 알아차린다. 다음으로 의미적 또는 '실제적' 기억을 획득하고 둥근 물체를 '공'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일화적 기억에 대한 능력을 발달시켜 의식적인 과거 경험을 회상한다. 그리고 아기는 저번에 공을 던졌더니 개가 쫓아갔던 때를 기억하고, 다시 공을 던진다. 개가 뛰는 것을 보는 건 매우 즐겁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억시스템의 위계질서와 층 구분 덕분에 수많은 복잡한 기억이 가능하다.

    두뇌 발달의 마지막 단계는 반구의 전문화이다. 비록 여전히 다른 영역에 일부 기반을 갖고 있더라도, 이것은 특정 기억 기능이 특정 영역에서 일어날 때 나타난다. 그리고 외현기억과 내현기억을 가능하게 만든다.

    외현기억은 이름, 얼굴, 사건, 일 같은 실제 지식을 기록하는데, 해마와 측두엽 사이의 소통에 의존한다. 의현기억은 의식적 인식에 직접적으로 접근 가능하다. 그것은 유연하고 신속하게 되살려지며, 종종 신뢰성이 떨어진다. 내현기억은 기술과 습관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먹기, 말하기, 걷기, 자전기 타기, 친구를 사귀는 방식 같은 것은 일단 학습되면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기저핵과 소뇌가 관련되어 있는 내현기억은 유연하고 느리지만 매루 신뢰할 수 있다. 

    연구는 두뇌의 어떤 부분이 외현기억과 내현기억에 관련되는지를 설명해준다. 가령, 파킨슨병과 헌팅턴병처럼 기저핵 장애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사실과 사건을 기억하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걷기 같은 습관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또 계속 설명해줘도 다음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은 저장된 기억을 되살릴 수는 있지만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인체의 일상적인 기능과 학습의 상당 부분은 외현기억을 내현기억으로 바꾼 결과이다. 가령, 절차에 관련된 외현기억은 숙달되면 내현기억이 된다. 과거에 그것을 어떻게 했는지 언급하지 않아도 말이다.

     내현기억의 한 가지 중요한 예는 메타기억이다. 메타기억은 한 개인의 기억 능력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 즉 '알고 있다'는 정서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두엽이 메타기억을 감독한다고 한다. 전두엽이 제거된 사람들은 메타기억이 부족하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한 직관 없이 활동해야 한다. 메타기억은 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생각날 듯 말 듯할 때 작동한다.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잃은 사람들은 자신이 잊어버린 것에 대한 관념이 없다.

 

일화적 기억 대 의미적 기억

 

    일화적 기억은 사실과 사건을 순서대로 배열해 자유롭게 언급하는 능력이다. 학수고대하던 다음 달 휴가 같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첫 아이의 출생 같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포함된다. 일화적 기억은 우리 내부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무당이다. 구전의 전통이 발달한 부족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이야기와 지식이 존경을 받았다. 부족의 삶을 이끄는 중요한 문화적 기억의 원천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세네카 인디언 노인은 '기억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정신적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통합한 사람은 큰 재능을 갖게 되고, 과거를 무시하는 사람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교훈이다. 이 말은 우리의 기억이 과거의 의미 없는 흔적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믿는 것과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것 이면의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의미적 기억은 개인적인 경험과는 분리되어 있다. 그것은 자서전적이라기 보다는 인지적이며, 지식 목록의 비개인적 기반이다. 의미적 기억은 사건, 물건, 공간 지식의 범주, 상징적 묘사를 포함한 사실과 일상 기능을 보유하게 해준다. 의미적 사실은 특정한 순간과 장소가 제거된다는 점에서 일화적 사실과 다르다. 학창 시절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던 덩치 큰 발에 관련된 일화적 기억은, 놀이터라는 맥락을 떠나게 되면 '공격적이고 무서운 아이 발' 이라는 의미적이면서 일반적인 범주로 줄어든다. 

    일화적 기억은 필요적으로 의미적 기억보다 훨씬 더 유연하지만 신뢰성이 떨어진다. 공포, 걱정, 스트레스 등의 방해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의미적 기억은 종종 기계적 방법에 의해 획득되며, 일반화하고 범주를 나누는 능력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일화적 기억은 본질상 그런 식으로는 획득될 수 없다. 사실 일화적 기억의 그리스어 본뜻은 '이야기의 순환'으로 사상, 믿음, 해석, 정서로 만들어진 창조물이다. 언어는 대게 의미적 기억에 의존한다. 상장적 표상의 보편적 시스템을 갖기 위해서는 단어, 문법규칙, 논리적 구성의 의미 같은 비개인적인 지식에 관한 회상시스템이 필요하다.

     외현기억과 내현기억처럼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도 순환관계이다. 일화적 기억은 의미적 기억에 내재되어 있고, 의미적 기억은 일화적 기억에 의존한다. 사실 의미적 일화는 훗날 자서전적 기억으로 전환되는 규칙의 형태로 의식에 들어간다. 과거의 특정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를 끄는 데 필요한 일이나 기억상실을 겪기 건에 지녔던 일반적인 인성은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자질을 나타내는 사건은 회상하지 못한다.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 간의 밀접한 연관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영국 아이들에 관한 최근 논문은 해마가 일화적 기억에만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런던의 신경심리학자 바르카-카뎀(Faraneh Vargha-Khadem)에 따르면, 해마가 손상되어 심한 건망증을 가진 아이가 놀랍게도 여전히 풍부한 의미적 기억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벤, 존, 케이트라는 이 아이들은 현재 각각 14세, 19세, 22세이다. 이들은 산소 결핍으로 인한 두뇌 손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벤과 존은 태어날 때 두뇌 손상을 입었고, 케이트는 아홉 살 때 질식 때문에 손상되었다. 이들은 의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조금 전에 본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했고, 익숙한 환경에서도 길을 잃곤 했다. 하지만 동급생처럼 읽기와 쓰기, 철자법은 어느 정도 익힐 후 있었다. 그들은 일반 학교에서 평균 정도의 성적을 받고 사실과 정의를 거침없이 말한다. 하지만 방금 전의 대화도 잊고, 심지어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그들은 학문적인 명석함에도 불구하고,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엄격한 감독 하에 살아야 한다. 독립적인 삶을 주도적으로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감각기억

 

    각각의 감각은 우리에게 소리, 시선, 맛, 냄새, 촉감 같은 세상의 일부를 제공한다. 우리의 기억은 감각적 단서를 통해 회상될 수 있다.

 

운동기억

 

    학습의 필수적인 기본은 움직임이다. 왜냐하면 움직임은 매일, 매 순간의 경험의 주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성대에 관한 적절한 운동 통제가 없다면 말은 불가능할 것이다. 항목 구분부터 사무실에서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운동기억은 순수한 정신적 업무에도 중요하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소뇌가 운동기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소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물체의 속도를 판단하고, 규칙적인 박자에 발을 맞추거나, 시간 간격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운동 기술을 배우는 것은 더욱 정교한 운동 프로그램의 발전과 변형을 요구한다. 즉, 정확한 움직임은 물론 그것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지까지 조율한다.

     운동기억은 움직임을 학습할 때 일어나는 실수를 감지하는 정교한 피드백시스템을 통해 획득된다. 피드백시스템은 실수를 기반으로 새롭고 정확한 명령의 연속을 발생시키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수행으로 이끈다. 우리는 깨어 있는 매 순간 움직임을 통해 활동적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조율한다. 

    운동 기술을 배우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최근 증거에 따르면,, 기술학습은 고리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단계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활동은 자극이나 움직임을 가장 잘 대표하는 세포에 초점을 맞춘다. 파아노 연주법을 배우는 경우에 주된 운동 영역은 악보를 읽는 눈, 소리를 듣는 귀, 건반을 조작하는 손가락을 통제하는 두뇌 영역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중요한 뉴런 발화 패턴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추가적으로 뉴런들을 보충한다. 연습을 통해 완벽해질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두엽이 사건을 계획하고 조직하면, 기저핵과 해마는 장기기억을 저정하기 위해 함께 행동한다. 해마가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 사이의 전환을 이어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감각기억과 마찬가지로 운동기억도 취약한 시기가 있다. 

    운동기억과 기술 학습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스템의 한 쪽을 방해하면 다른 쪽도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 고차원적인지 기술과 마찬가지로 운동기억은 두뇌 전체에서 일어난다. 여러 논문에 따르면, 노래하거나 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반구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더 잘 된다고 한다. 피아노를 치는 행동은 두뇌 전체를 움직여, 결과적으로 다른 인지 신호들이 더 빨리 이동하고 더욱 정확하게 읽히게 한다. 이것은 정신적 기민함에 상당한 영향을 끼킨다. 반구 사이의 의사소통이 일반인보다 좋기 때문이다.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사람은 반구 사이의 의사소통 수준이 더 높다. 우반구의 창조적인 패턴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창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좌반구의 조율된 행동과 언어가 함께 해야 한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아름다운 시나 그림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어야 한다. 즉, 적절한 운동을 요구한다. 또한 다른 논물들에 의하면, 창조적인 사람은 피질이 높은 수준으로 각성되어 있다. 따라서 날마다 악기나 춤을 연습하면 아동의 인지력이 향상된다고 봐야 한다. 

    피아노를 치는 목적은 표현하기 위해서다. 악기에서 소리를 내기 위해 반드시 발생해야 하는 병렬적 과정들과 함게 연주자는 박자, 음색, 양식, 리듬, 구절, 정서를 계속 조정한다. 한 번에 수많은 활도을 조직하고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두뇌를 훈련한다. 동시에 이처럼 조율하는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면 세심한 기술, 지능,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과 표현력을 평생갖게 된다.

 

시공간기억

 

    시공간기억은 어두운 방에서 3차원적 위치나 가구의 형태를 비롯한 물체나 장면의 시각적 형태를 기억하게 해준다.

    시공간기억은 감각 자료에 한정되지 않는다. 당신이 텅 빈 방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당신 머리 위에 낯선 책상을 매달아놨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할 일은 이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상한 각도로 매달린 책상을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당신은 그것이 책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낯선 각도, 또는 계속 변하는 각도의 물체를 봐도 즉각 알아차릴 수 있다.

     시각 과정은 시각피질에서 신경 표상의 확립으로 시작된다. 이후 이러한 정보는 추가적인 배열을 위해 측두엽으로 이동한다. 이 결과로 나온 내부적 표상은 시간이 자나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날마다 우리에게 수많은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되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공감각적 두되는 부족한 것을 채우며 계속해서 정보의 부족을 보충한다. 

     화가들은 언제나 관람객의 이러한 능력을 이용한다.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로 그려저 있지 않은 부분이다. 가령, 모자를 썻다는 것을전달하기 위해서는 모자의 앞 가장자리 말고는 아무것도 그릴 필요가 없다. 우리의 시공간기억이 둥근 가장자리를 보고 나머지를 채워 넣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지각은 독특한 상호 관계를 형성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두 가지 형태의 공간감각적 작업기억이 손상된다. 좌반구에 장애가 있다면, 소소한 세부사항의 지각을 방해받는다. 반면 우반구의 장애는 전반적인 표상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게 만든다. 만약 알츠하이머 환자가 올림픽 개회식에서 사과 모양으로 움직이는 행진대를 바라본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사과 모양만 보거나 아니면 사람들만 볼 것이다. 

 

언어와 구어적 기억

 

    언어는 정교한 기억의 발달에 필수적이다. 지난 천 년 동안, 이름 짓기 능력은 두뇌가 고차원적 명령 운동과 감각 영역 사이의 연결을 발전시킬 때만 가능했다. 바로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그리고 브로카 영역의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의 최고 경영자 말이다.

    언어적 기억 장애는 의사소통만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표상도 왜곡한다. 이것이 작화증의 원인이다. 작화증은 속일 의도도 없이 거짓말을 하는 병적 상태로 내면적으로 볼 때 정신병리적 원인도 없다. 

     현실에 제대로 된 개념을 갖기 위해, 우리는 기억의 근원들을 구별해야 한다. 작화증에 걸린 사람은 일종의 4차원에서 계속 해맨다. 그들은 기억에 의존하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기억이 어디에 근거하는지 알지 못하는 불안감을 해결해야 한다. 무엇이 진실일까? 이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진짜 경험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작화증에 걸린 사람들은 이것들을 종종 구별하지 못한다.

     전두엽에 두뇌 손상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작화증에 걸린다. 소소한 거짓말부터 정교하게 꾸며낸 기이한 이야기까지 증세 자체가 복잡하다. 

     작화증과 건망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비록 작화증 환자들이 기억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들이 생각나지 않는 기억의 공백을 매우려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욕구에서 이야기를 꾸며 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지적하지 않아도 작화증을 바로 잡는다. 한 환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내와 차를 마셨습니다. 아, 사실은 아니에요. 그녀는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거든요."

     UCSD 의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행도을 두뇌 반구들 사이의 잘못된 조율로 설명한다. 좌반구는 이치에 맞는 모델이나 이야기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는 정보/믿음/인상을 조직하며, 일상적인 기능에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 우반구는 예외적인 경험을 감지하고 해석한다. 라마찬드란은 만약 예외적인 정보가 특정한 양과 강도에 도달하면, 우반구는 좌반구가 이야기를 재고하거나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는 가설을 세웠다. 뇌출혈 환자가 보이는 작화증은 그들의 손상된 우반구가 왼쪽 팔의 마비 같은 비정상적인 부분을 더 이상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반구의 개입이 없는 좌반구로 인해, 환자는 신체가 기능을 제대로 한다고 믿으며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 

   

외상

 

    일반적으로 커다란 즐거움이나 고통을 유발한 사건은 다른 기억보다 회상하기 쉽다. 

    외상의 기억 또는 매우 정서적인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할 정도로 안정적이 된다. 다른 기억이 쉽게 약해지는 것을 볼 때, 이것은 특이한 일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동료인 피에르 자넷(Pierre Janet)의 1889년 연구 이래, 의식적인 기억은 개인적 경험에 좌우된다고 여겨왔다. 즉, 과거의 경험과 회상 순간의 정서 상태에 의해 왜곡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콜크에 따르면, 정상적인 경험의 특징은 감각적 요소들이 개인적 이야기에 쉽게 통합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외상 경험과의 큰 차이점이다. 이런 매우 정서적인 사건들은 이야기 상태로 작업기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종 외상을 입은 사람은 괴로운 경험에 관한 통일적인 개념을 형성하지 못하고 조각난 감각 지각과 정서 상태의 형태로 경험의 강력한 정서에 계속 사로잡혀 있다. 

      외상 기억이 외현적으로 회상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장기 기억에 너무 깊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험 참여자가 사건을 회상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감각적 경험이 생생하고 고통스러운 세부사항들을 불러오며 방해한다. 편도체가 과잉 반응하고 언어와 연설에 중요한 브로카 영역이 닫힌다. 그 결과, 실험 참여자는 외상의 일화를 회상하려다가 멍해지면서경험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말로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어의 형성은 두뇌에게 기억해야 할 정보를 정리할 시간을 주며, 기능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단어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두뇌는 들어오는 자료들의 혼란에 압도당한다

   이론상 그런 사람이 외상 기억에 걸맞는 단어를 찾도록 도와주려면, 두려움을 처리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감각에서 벗어나 감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으로 전환되도록 도와야 한다. 정서적인 반응을 견딜 수 있으면 단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문제가 알려지고 명명되면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 그것은 심리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단 환자가 경험과 관련된 단어를 형성하면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편도체가 정서적 중요성을 감각 정보에 부여하면, 해마에 정서적 평가가 전달된다. 해마는 정보를 조직하고 비슷한 감각적 세부사항을 지닌 과거 기억과 통합한다. 편도체가 배정한 정서적 중요성이 더 클수록 기억은 해마에 의해 더욱 강력하게 영구적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제한이 있다. 만약 정서적 흥분이 너무 높으면, 해마는 적절한 범주를 나누고 외상 사건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방해를 받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화학적으로 설명해보자. 외상 경험이나 고통스런 기억과 관련된 높은 스트레스가 두뇌에서 코르티솔을 증가시킨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해마의 수용기 영역에 붙어 작동한다. 하지만 정서가 너무 격해지면 뉴런에 너무 많은 코르티솔이 연결된다. 하지만 맹공격은 세포의 신진대사를 지나치게 증가시켜 결국 과열로 죽게 한다. 그 결과, 해마는 외상 경험의 요소들을 통합해 조직할 수 없다. 결국 그 사람은 사건이 아니라 오직 고통스런 감각 조작들만 다시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외상 경험은 삶의 다른 경험들과 분리되고 무관한 것으로 기록되며, 특정 시기에 한정되지 않는 이질적 특질이 된다.

 

외상 기억상실에 대한 논란

 

    외상 기억상실은 1800년대 후반부터 기록되었다. 그 이후로 사례의 범위는 엄청나게 늘었다. 예를 들어, 콜크는 현재 외상을 입은 한 여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녀는 보스턴의 코코넛 그로브 나이트클럽 화재에서 겪었던 기억을 상실했다. 하지만 며년 그 날이 오면 그때 경험이 되살아났다. 또 다른 환자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인데, 전우가 죽은 날만 되면 경찰을 속여 총격전을 재현했다. 그 역시 외상 기억에 대한 의식적인 회상은 없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 때 겪은 외상일수록 더 길어지고 기억상실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심지어 실제 경험한 이야기는 숨겨지더라도 기억의 정서적/감각적 요소는 그 사람에게 평생 머문다고 한다. 친밀감부터 두려움과 성적 흥분까지 외상 경험과 관련된 감각 자극은 부정적 정석의 강력한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모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된다. 

    외상 기억상실의 논점은 뒤늦게 떠오른 기억 회상이 믿을만하냐는 것이다. 비록 근친상간, 가족, 사회적 도덕, 종교적 신념에 관한 논의들을 건드리는 복잡한 문제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기억의 정확성, 왜곡, 강요를 둘러싼 논쟁이다. 

     분명 일부 정신적 외상들은 일시적으로 잊혔다가 나중에 다시 기억날 수 있다. 가령, 우리는 아동 학대가 커다란 사회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학대를 늘 기억하고 있거나 자발적으로 떠올린 피해자의 기억에 의구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잘못된 아동기 기억에 관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실험이 증명하듯, 암시 치료법을 통해 새로 발견된 기억이 실제로 일어난 기억인지, 암시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진자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에르네스트 힐데가르트(Ernest Hildegard)와 존 킬스트롬 같은 지지자들은 분리가 외상 기억 상실의 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이론은 생각, 정서, 의식, 기억 시스템이 의사소통을 상실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다시 말해서 외상이나 스트레스가 이러한 시스템 사이의 연결을 깨고, 과거 사건의 단편화를 낳는다. 그래서 외상 경험은 결코 외현적으로 재구성될 수 없다. 

    억압은 힘든 경험의 의식적 회상을 방해하는 중요한 외상 방어 기제이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겔(David Speigel)같은 현대 정신의학자는 억압이 고립된 외상 경험에만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측, 과거의 전반적인 기억상실을 설명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피겔에게 외상 기억상실은 오직 분리를 통해서만 설명 가능하다. 

    분리 이론은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정상적인 실험 참여자의 경우에 반복된 경험은 기억을 강화시켯다. 따라서 학대가 규칙적으로 일어난다면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즉, 심각한 장기적 망각증이 되려면, 억압 기제는 반복이라는 기억 강화 작용을 극복해야 한다. 한편으로 여러 논문에 따르며, 하나의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력은 매우 높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레노어 테르(Lenore Terr)는 반복된 외상 사건이 자연적인 강화 경향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반복적으로 학대받은 아이는 의식적 인식과 경험을 분리하기 위해 능숙하게 억압을 사용한다. 더 나아가서 샥터는 사건과 관련된 세부 사항들은 희미해질지라도, 학대에 관한 일반적 지식은 그대로 보유한다고 밝힌다. 성적 학대를 겪은 사람들이 세부사항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요컨데, 일화적 기억은 희미해지고 의미적 기억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다른 두뇌 구조가 일시적으로 잊힌 외상과 장기기억상실과 관련해 작동하는 것 같다. 가령, 참전용사가 겪는 회상 현상은 되찾은 기억이 정확하다는 증거로 인용되지만, 이러한 기억은 종종 환상과 현실의 혼합을 반영하며 기대, 믿음, 두려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회상 내용은 실제 일어났던 일보다는 과거에 대해 믿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담고 있다. 그래서 단독 사건이 억압되는 동안에는 분리가 외상 기억상실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을 제공한다. 

    외상에 관한 찬반 논쟁이 더욱 격렬해진 것은 관련 소송 사건을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것은 1980년대 중반에 심리치료를 받다가 유년기의 학대 사건을 기억해낸 사람들의 소송이었다. 성적학대를 당했다고 기억한 그들은 가해자인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고발했고, 때때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심리학 교수인 제니퍼 프레이드도 아버지를 성적 학대로 고발했다. 그녀의 부모는 '거짓기억증후군협회'를 세웠다. 사악한 심리학자들이 순진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외상 기억상실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억누르기 위한 억압자의 시도라고 반발했다. 

    양 측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진짜 기억이나 가짜 기억에 관한 과학적 증거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잊곤 한다. 1995년미국 심리학협회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기억과 억압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정하고 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기억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아내는 것은 다른 보강 증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차이를 과학적으로 알아낼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위원회는 "기억을 되찾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일어날 수도 있다. 권고할 주요 사항은 그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관련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요컨데, 더 나은 연구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억에 근거한 유년 시절 학대에 관한 질문을 해결할 최적의 장소는 법정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노년기 건망증

 

    많은 노인들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할 수 없다. 기억이 지워져서가 아니라 단지 기억을 되살리려는 과정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기억의 실마리를 주면 조각을 맞추어 나간다. 그리하여 그들은 말, 이름, 행동을 기억하고 매우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노화는 기억을 손상시키는 가장 흔한 요소이며, 현재 그 영향력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되고 있다.

   노화에 따른 인지 변화는 무척 잘못 이해되고 있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기억 변화와 심각한 알츠하이머병의 임상학적 상태를 혼동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60~100세의 노인들 가운데 10~15퍼센트는 임상학적으로 노인성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유명 언론들의 지나친 보도 때문에 많은 노인들은 그 질병에 결렸다고 확신한다.

   부분적인 기억상실은 나이가 들면 흔히 나타난다. 그것은 치매와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노화가 되면, 한동안 쓰지 않았던 단어들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자 손녀들이 방문하면 이름을 헷갈려 한다. 반면에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컵이나 오븐 등 매일 보는 흔한 사물의 이름도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나이는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대게 70세 이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기억을 상실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뉴런들이 개체 감소, 세포 죽음,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관련 화학물질에 평생 노출되거나, 효율성 감소 등이 기억력 쇠퇴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또한 신경전달물질(특히 아세틸콜린), 신경전달물질 수용기, 도파민 등의 감소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모든 기억이 기능들이 똑같이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장기기억은 거의 손상을 받지 않지만 작업기억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너무 자극적이지만 않는다면 노인들의 정신은 잘 작동한다는 보고는 흥미롭다. 한 연구 결과는 노인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편안한 상태를 제공하면, 기억 및 인지 검사에서 젊은이만큼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젊은이에 비해 능력이 훨씬 떨어졌다.

     정상적인 노화는 인지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인지력이 갑작스럽게 감소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은 책임을 받아들인다. 인간은 경이로운 두뇌를 가졌지만 육체적으로 한계가 있다. 기억 붕괴를 경험했을 당시 맥길 대학교 심리학부 학과장이었던 헵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고, 새로운 실험실을 운영하며 광범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기억력이 위험에 처했다고 누가 의심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기억력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치매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일흔네 살이 되자 헵은 인지상의 더 큰 변화를 감지했다. 시력이 더욱 약해지고, 균형 감각이 불안정해지고, 건망증이 늘었다. 또한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도 감소하고, 사고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또 다른 논문에서,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 현상들은 피할 수 없는 인지력의 느린 손상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남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학자들도 노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즉, 나이와 관련된 기억은 피질뉴런의 전면적인 손실로 생긴다고 믿는 것이다. 현대 두뇌 검사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생각을 반박한다. 노화에 따른 뉴런의 손실은 미비하며, 외현기억(사실, 숫자, 얼굴, 사물에 대한 기억)과 긴밀히 연결된 해마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해마 위축의 한 가지 이유는 두뇌 전반에서 약간의 뉴런들이 상실되면서 해마에 아세틸콜린(혈압강하제)을 제공하는 전뇌 기저부(basal forebrain)가 현저한 기능저하를 보이는 것이다. 이 결론은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아세틸콜린이 없으면 분명히 해마 시냅스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논문을 살펴보면, 젊은이와 노인 모두 최근에 공부한 단어를 회상할 때 해마의 혈류가 증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단어를 되살릴 때는 전전두엽을 이용한다. 즉, 효과적인 기억에는 해마뿐만 아니라 전두엽이 작동하는 것이다. 무론 전두엽도 노화의 영향을 받는다. 혈류와 포도당 신진대사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해당 뉴런도 수축된다. 전두엽은 논리적으로 기억 조직을 배열하는 집행 기능의 중추이기 때문에, 빈약한 전두엽 기능이 일시적 명령과 회상의 붕괴를 가져오는 것은놀랄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시간의 순서와 시간을 기억하는데 애를 쓴다.

    도파민도 유연성과 기억상실에 책임이 있다. 시냅스 연결의 약화는 장기기억 시스템 강화(LTP)와 대비해서 장기기억 시냅스 저하 (Long-Term Depression, LTD) 라고도 부른다. 이는 시냅스 양 끝의 뉴런 수용기가 닫혀 메시지를 받는 것을 멈추면서 시작된다. 도파민은 계속 받아들이는 뉴런에 대한 화학적 보상과 지시자로 활동한다. 도파민의 존재는 시냅스를 개방하고 수용하게 만든다. 따라서 도파민 감소는 시냅스와 기억의 퇴화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어도 일반적인 세상사에 관한 지식과 말하는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65세 이후부터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때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기억은 정보의 조작이나 변화를 요구하는 작업에 관한 기억과 새로운 일상의 정립을 요구하는 작업에 관한 기억이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속도가 느려져도, 의식적으로 등록된 정보는 완전하게 회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회상 방법을 배울 수 있다. 

    1993년 모스는 70~79세 노인들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뛰어난 기억력을 지니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도 기억의 변화를 덜 경험했다고 한다. 학교생활이 기억을 기록하고 회상하는 최상의 방법을 배우도록 훈련시킨 것이다. 이를테면, 뛰어난 학습자가 패턴을 찾고 범주에 따라 정보를 모으려는 경향이 더 강하고, 더 효과적인 다양한 기억 전략을 사용한다. 모스는 그러한 정신 운동이 두뇌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해 기억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