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노트

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 - Chapter 6 정서, 두뇌와 신체의 접점

by 강대원 2024. 10. 31.


    수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정서는 순수한 정신적 활동이며, 다만 두려움 같은 일부 정서만이 신체에 의한 육체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이타주의처럼 정신적 처리에 의해 좌우되는 몇몇 독특한 정서를 뺀 나머지 정서들은 신체 때문에 유발된다. 

    일부 과학자, 임상학자, 심리학자들로 인해, 사람들은 정서와 두뇌와 신체의 움직임으로 생성된다는 점을 잊고 있다. 특히 토라진, 발륨, 리튬, 프로작 등 정신약리학 치료제가 나온 이후로, 정서에서 신체의 역할은 무시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서 분석에 신체를 포함시켜 생각한다. 

    역사적을 위세를 떨쳤던 또 다른 생각은 정서가 두뇌의 변연계에 모여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정서가 여러 두뇌시스템과 신체시스템의 결과라는 점을 배워가고 있다. 우리는 정서와 인지를 분리하거나, 신체와 인지를 분리할 수 있다. 인간은 항상 천국과 지옥같이 두 개의 왕국을 분리하고 정복해왔다. 하지만 신체와 두뇌를 분리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관점에 따르면 정서는 고립된 두뇌 기능이 아니다. 정서는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원시적이고 다듬어지지 않는다. 심리가 뒤엉켜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널리 분포된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과학계는 정서의 통로를 하나씩 찾아내고, 두뇌의 각 부분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내고 있다. 이제 희망이 생겼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정서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돕고 일상적 정서를 잘 관리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두뇌 혹은 신체?

 

    현대적인 정서의 연구는 윌리엄 제임스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자극과 정서적 반응 사이의 내부 통로를 설명하면서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인간은 상황을 인지적으로 판단해 정서를 불러오고, 시넻로 표현되는 반응을 지시한다. 우리는 재산을 잃으면 속상해하고 흐느낀다. 또 곰을 만나면 놀라서 도망치고, 경쟁자에게 모욕을 당하면 화를 내며 반격한다. 하지만 제임스의 주장에 따르면, 인체의 생리학적 변화가 정서의 본질에 대한 신호를 준 후에야 인지 평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울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고, 반격했기 때문에 화가 나고, 달렸기 때문에 겁이 나는 것이다.

    20세기 초반, 하버드 대학의 학자 월터 캐넌(Walter Cannon) 과 필립 바드(Philip Bard)는 흥분의 일반적인 상태들이 존재하며, 이들에 대한 인지적 평가에 따라 정서의 종류가 결정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부 경우에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쿵쿵 뛰는 것 같은 생리적 변화는 정서의 결정 요인이 되기에는 너무 느리다. 우리는 곰을 만나는 두렵다는 것을 걸 깨닫기도 전에 달아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생각은 물론 행동할 시간도 있다. 즉,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곰과 맞닥드릴까봐 두려워하며 포장된 길로만 다닌다. 캐넌과 바드의 정서 이론에 따르면, 정서적 자극에 대한 정보는 시상을 통해 두뇌로 들어간다. 이 때 두 경로를 따라가는데, 인지적 평가가 일어나는 두뇌피질로 가거나 신체 반응을 일으키는 편도체와 시상하부로 간다.

    1900년대 스탠리 샥터(Stanley Schacter) 와 제롬 싱어(Jerome Singer)는 논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들은 일반적인 각성 이론은 동의했지만, 두외의 각성 지각이 정서를 만들어내려면 사회적 환경인 현실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샥터와 싱어의 정서 이론에 따르면, 신체가 생리학적으로 흥분했다는 피드백을 두뇌가 받을 때, 두뇌는 그 정서가 무엇인지 평가하고 결정하기 위해 세상을 바라본다. 

     한편, 이러한 논쟁은 과도한 정서가 두뇌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진전되었다. 정서는 두뇌의 한 중추에서 생기는가? 아니면 정서시스템의 여러 부분들이 상호작용한 결과, 몸이 굳어지며 현기증이 나는 공포가 만들어지는가? 캐넌과 바드는 시상을 정서중추로 생각했다. 1937년 하인리히 클루버(Heinrich Kluver) 와 폴 부시(Paul Bucy)는 편도체를 정서중추로 제시한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정서시스템의 아이디어는 제임스 파페즈(James Papez)의 업적으로 봐야 한다. 1937년 그는 시상이 정보를 두 흐름으로 나누는데, 하나는 인지 평가를 제공하고 다른 하나는 생리학적 흥분과 자극에 대한 육체적 반응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1950년대 국립정신보건원의 폴 맥린(Paul Maclean)은 이러한 본능적인 두뇌를 변연계라고 명명했다. 변연계는 아직도 일반적으로 정서를 알아차리고 만들어내는 두뇌의 네트워크로 여겨진다

    비록 두뇌의 여러 조직이 정서를 담당하더라도 일부 조직은 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앤드류 영(Andrew Young)과 동료들은 최근에 한 여성 환자를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양쪽 반구의 편도체를 제거해야 하는 장애가 있었다. 제거 이후, 그녀는 인지적으로는 전혀 손상이 없었지만, 각종 정서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부족해졌다.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두려움이나 분노의 정서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신체 대 두뇌와 중심부 대 시스템에 대한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욕 대학의 조셉 르두(Joseph LeDoux)는 단일 중추 대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혼합했다. 즉, 하나의 영역이나 시스템이 있다기보다는 정서들마다 다른 통로가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어떤 정서들이 인간의 정서적 색체를 구성하는 기본을 이루는지에 관해서 모든 학자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려움, 화, 슬플, 기쁨 같은 네 가지 기본적인 정서가 있으며, 이 네가지가 혼합되어 여러 정서가 창조된다는 데에는 대개 동의한다. 가령 걱정, 근심, 스트레스는 모두 두려움에서 나오며, 화나 슬픔도 조금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일부 연구들은 놀람, 역겨움, 죄의식이 독특한 정서라고 주장한다. 뇌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관한 연구는 정서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욱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보였다. 환자들은 특정 부위의 자극이 타인의 존재와 반응을 포함한 복잡한 감정을 준다고 밝혔다. 가령, 그들은 칵테일파티에서 무례한 실수를 한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유형의 정서는 우리의 생리학적 기능에서 사회적 영역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정서는 우리 생각만큼 분명한 것은 아니다. 또한 정서와 분위기를 경험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종류의 정서, 그리고 적응성의 정도가 다양한 정서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졋다. 이러한 정서들에 내재된 기분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적자생존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이론은 일리노이 대학의 에드워드(Edward Diener)와 캐롤 디에너(Carol Diener)가 발전시킨 것으로 '조절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분과 관련해 타고난 조절점이 있다. 이것은 체중 조절점과 비슷하다. 조절점은 당신의 행복이나 슬픔의 기본 척도가 된다. 당신의 기분은 삶의 흥망성쇠에 종속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종의 기본선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생활환경이 극적으로 바뀐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동이 정서를 일으킨다

 

     '정서'라는 용어는 움직인다는 뜻의 그리스에서 나왔다. 외부로의 움직임(E-motion)을 뜻하는 정서는 가장 중요한 내면 상태와 욕구를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다.

     두뇌는 정서를 드러내도록 진화해했다. 그것은 감각 입력 정보와 운동 입력 정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차이는 정보를 처리하는 중간 상태에 있다. 확인된 사람의 얼굴에 대한 입력 정보는 얼굴의 정서 표현에 관한 정보를 거쳐 다른 통로로 전달된다. 정서적 정보는 편도체와 뇌섬엽으로 직접 이동한 뒤, 두뇌와 운동시스템에 맞추어 행동하도록 지시를 보낸다. 만약 당신에게 정보의 분열이 발생한다면, 사람의 얼굴은 알아보지만 정서적 확인을 못해 그 사람을 가까자로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카그라스 증후군이다. 

    영장류의 경우도 운동과 정서의 시스템은 동시에 진화했을 것이다. 바로 이아웃한 두 시스템은 서로 엮어 있다. 무척추동물이 신체를 전부 사용해서 공격을 경고하거나 짝짓기를 하던 것이 진화하여, 포유류와 영장류는 행동 패턴과 얼굴 표정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연계는 편도체, 해마, 내측 시상(medial thalamus), 측좌핵, 전뇌 기저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전두엽으로 가능 관문인 전측 대상화와 연결되어 있다. 번연계는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부엽과 연결된 정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운동시스템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정사는 급격한 심장박동과 같이 내부 운동 활동을 통해 육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미소나 찡그럼, 기쁨으로 방방 뛰거나 슬픔으로 죽쳐져 읹아 있는 식의 자세 변화를 통해 외부적으로 나타난다. 정서에서 도출된 외부 행동은 모두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신체적 표현 가운데 얼굴 표정은 아기와 어머니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서적 의사소소통의 첫 번째 수단이다. 키스나 찰싹 때리는 것 같은 움직임은 말에 정서적 의미를 부여한다. 일부 정서들은 말보다는 신체로 더욱 잘 표현된다. 다윈의 말대로 당신은 신체의 경직된 모습을 통해 누군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는 적절한 신체적 언어에 많이 의존한다. 

     다윈은 표정을 만드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은 유전된 행동 표현이라고 믿었다. 얼굴 표정을 통한 표현이나 울거나 웃는 정서 표현은 두뇌의 여러 신경회로에 의해 완성된다. 이러한 반응들은 원래부터 두뇌에 장착되어 있다. 훈련이 필요 없이 태어나자마자 나타나는 것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정서는 수 세대에 걸쳐 계속 반복되어 온 위험에서 탈출하거나, 음식을 찾거나, 짝을 찾는 행위의 결과이다. 소름이 돋거나, 으르릉거리거나, 머리칼을 세우거나, 깃털을 펼치거나, 깨무는 원시적 행동들은 원래부터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

     도전-도주 반응에 개입된 두려움의 정서와 움직임이 좋은 예가 된다.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경적, 화학적, 호르몬적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상호작용하는 평행적인 통로들이 활동한다. 자율신경계는 내부에서 내장의 활동을 만들어내는 반면, 운동통로는 싸우거나 도주하기 위한 외부 움직임을 활성화한다.

     상부 피질과 하부 변연계는 계속해서 의사소통한다. 크기가 작은 정서적 변연계에서 큰 논리적 피질로 들어가는 연결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많다. 정서가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 더 우세하다. 우리가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거나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려움이든 흥분이든 간에, 활성화는 운동 피질로 활동 명령을 속아 부어 운동 반응을 개시하고 이끈다. 동시에 들어온 정보를 평가하기 위해 흥분된 변연계에서 피질 영역으로 메시지가 보내진다. 피질에서 결정을 내린 후에는 행동할지, 진정할지, 아니면 행동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지를 알리는 지시를 편도체로 다시 보낸다. 가령, 두뇌는 덧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강도를 쫓기 위한 준비를 함으로써 반응한다. 전두엽이 끼어들어 강도가 침입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소리라는 것을 알려줄 때까지 말이다. 이후 편도체가 진정되면서 행동에 제동이 걸린다. 

     사싱하부는 편도체, 전측 대상회, 뇌간을 활성화한다. 편도체의 활성화는 분노와 위협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편도체는 제한된 감각 정보에 대한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범주화를 사용해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운동 반응을 만들어낸다. 가령, 밤에 거리를 지나갈 때 빌딩 옆 인도에 있는 희미한 그림자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러면 편도체가 전측 대상회와 시상하부를 활성화시키고, 자율신경계, 운동계, 내분기계를 통해 신체 기관들을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심장박동이 늘어나고, 심장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여 혈압이 높아지고, 폐의 기도가 열린다. 소화기관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골격근으로 혈류가 증가한다. 한편 화확적 신경전달물질은 몸 전체로 메시지를 보내고, 활성화된 호르몬들은 신경계 반응과 기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도전-도주 반응에 수반하는 생리학적 반응은 두려움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원초적이고 반사적인 정서 반응은 싸우거나 도주하는 데 필요한 격렬한 운동에 대비하게끔 해준다. 아울러 정서와 움직임이 친밀한 관계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 

 

정서는 어디에 있는가?

 

     행복과 슬픔 등 기본적인 정서는 별개의 작용들이며 두뇌 반구에서 정반대 패턴을 나타낸다. 가령, 두뇌 오른쪽 활동이 증가하면 우울증이 나타난다. 반대로 좌반구의 활동은 행복/희열/집착을 나타낸다. 위스콘손 대학의 리처드 데이비드슨(Richard Davidson) 은 좌반구 활동이 많은 사람이 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 반면에 우반구 활동이 많은 사람은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놀랍게도 한 연구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활발한 성향의 좌반구를 지니고 태어난 아기는 행복한 기질을 보이고, 우반구가 더 활발한 성향을 지닌 아기는 불행한 기질을 갖는다고 한다. 

     걱정과 관련된 신경 처리는 우반구에서 이루어진다. 존스 홉킨스 대학 학자들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가족의 비극, 직장 스트레스, 재정 문제 등의 근심사를 나열한 영상을 보여주며, 두뇌를 PET 검사로 관찰했다. 이때 계획과 결정을 내리는 우반구의 전두엽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평범한 일상적 일들을 묘사한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전두엽 활동은 상당히 감소했다.

     학자들은 좌우 반구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해서 정서의 기능과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1996년 힌두 대학교의 만달(M.K. Mandal)은 우반구가 손상된 환자들이 좌반구가 손상된 환자나 일반 환자에 비해 사진에서 정서적 표현을 찾아낼 때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 변연계에서부터 전전두엽에 이르는 정서처럼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만 있다면, 좌반구보다 우반구가 정서 처리에 더 관련이 있다는 논문들도 나왔다. 이러한 견해가 사실이라면, 좌반구가 언어에서 기본 역할을 담당하듯, 우반구는 정서의 이해와 생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측 전두엽과 좌측 전두엽은 둘 다 정서 통제에 중요하며, 사회적/개인적 영역에서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하다. 이들은 계획 영역과 행동실행 영역의 연결고리를 이르며 변연계와 운동피질을 연결한다. 변연계와 피질을 연결하는 전두엽보다 더 '상위' 통로가 대상회(cingulate gyrus) 에 존재할 수 있는데 이 영역에서는, 쾌락과 사회성이 처리된다. 편도체와 복내측 전전두엽 포함한 '하위' 통로는 자기보존 문제를 다루는 영역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한 한자는 복내측 전전두엽이 손상되었다. 그는 어느 겨울 아침에 다마지오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날은 길이 무척 미끄러워서 운전하기 위험한 날이었다. 그는 다마지오에게 많은 운전자들이 갑작스런 미끄러짐에 과잉 반응하며 자기 차 앞에서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과잉 반응을 보이지만, 그는 빙판길에 미끄러졌을 때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부드럽게 조작하여 사고를 피했다. 정서적 정보에 무딘 그의 반응이 생명을 구한 것이다. 즉, 인지적 판단을 통해 침착하게 행동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정신의학 역사에서 1948년 피네아스 게이지의 사례는 전두엽이 정서에서 차지하는 중대한 역할을 보여준 것을 유명하다. 철도회사에 근무하던 게이지는 길이 90cm, 두께 3cm 의 철근이 두개골을 관통하는 사고를 당하고도 살아남았다. 게이지는 다시 일터로 복귀했지만, 얼마 후에 너무 변해버린 성격 탓에 일자를 잃고 말았다. 본래 그는 책임감이 강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고 후로 도덕성이라곤 전혀 없는 안하무인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여자들 앞에서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욕설을 했고, 걸핏하면 싸워댔다.

    게이지는 자주 정사를 느끼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눈에도 정서의 상실이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과 직접 관련된 것 같았다. 정서가 없으면 정신적 판단과 사회화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나 다마지오와 토머스 그라보스키(Thomas Grabowski)는 게이지의 두개골 사진을 분석했다. 그리고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두뇌의 3차원 이미지를 재창조했다. 그 결과 철근에 의해 손상된 곳이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영역들인 좌전측 전전두엽과 전전두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려움

 

     두려움은 도전-도주 반응부터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까지 포함하는 보편적인 정서이다. 우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두려움은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는 표시가 아니다. 두려움은 침압자에 반응하기 위해 사용된 오래된 기술에서 나왔다. 고통스러운 자극은 아드레날린으로 신체를 준비를 시키고, 가능한 한 육체적으로 바르게 반응하도록 촉진한다. 두뇌가 두려움의 자극을 받으면,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호르몬이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시상하부로부터 즉각적인 정보를 얻고, 내부 항상성과 반응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피질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는 무시하고 그저 반응할 뿐이다. 두려움과 관련된 자극과 프로그램화된 반응은 동물들에게 위험하거나 새롭거나 흥미로운 상황을 알리고, 반응을 지시하는 편도체에 새겨진다.

    두려움에 관한 육체적, 정신적 반응은 원시인들의 생존에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에 강력하면서도 오래 지속되었다. 불행히도 이런 적응적 반응은 현대 사회에서는 좋게만 작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문명은 과잉 반응이 불필요할 정도로 진화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과잉반응한다. 사소한 문제에 자주 과잉 반응하는 것은 고혈압, 심장병, 궤양을 불러온다. 공포시스템의 역기능은 공황이나 혐오 같은 장애에서 나타난다. 일단 뭔가 두려워한다는 걸 느끼면, 두뇌는 그 자극을 같은 방식으로 기억하도록 프로그램화된다. 그러므로 조건화된 두려움은 없애기 어렵다.

     깜짝 놀라는 반응은 때때로 통제 불가능한 적응적인 공포 기제의 좋은 예이다. 갑작스런 소음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러한 유형의 소음은 위험과 연관되기 때문에, 즉각 경계태세로 들어가서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 필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큰 소리 같은 자극이 반복적으로 위험 상황과 일치된다면, 일부 사람들은 심하게 놀라는 반응을 발달시킨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주 놀란다. 참전용사나 학대에 시달린 사람은 일반인보다 육체적 고통에 더 자주 괴로워하고 암 발생률도 높다. 이는 낮은 면역 반응과 높은 코르티솔 수치와 연관되어 있다. PTSD 와 관련된 육체적, 심리적 증상을 추적해보면, 환자는 자주 놀라고 과다한 경계심을 보인다. 때로는 지속적으로 그런 상태를 유지한다.

    편도체는 두려움과 가장 깊이 관련된 두뇌 영역이다. 자극은 시상의 감각 여과기를 거쳐 편도체까지 직접 통로를 통해 보내진다. 그리고 뇌간의 연결들을 통해 신체반응을 촉발시킨다. 만약 당신이 어두운 창고에서 뱀처럼 생긴 것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편도체가 즉각 활성화되어 당싱이 이미지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반응할 것이다. 이미지는 먼저 신경세포를 자극해 두뇌로 신호를 보낸다. 피질로 가는 과정에서 일부 신호는 지름길을 통해 편도체로 간다. 당신의 몸 전체에 '긴급 사태!'라고 알리며, 수많은 반응을 불러온다. 심장박동이 솟구치고 혈압이 높아진다.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행동을 취할 준비를 한다. 

   충분한 시간이나 경험이 있다면, 이성이 행동을 제지할 것이다. 사실 두려움에 관한 느린 통로가 하나 더 있다. 두려움 자극에 대한 정보가 시상에서 전두엽을 거쳐 편도체로 가는 길이다. 당신이 본 것이 뱀이 아니라 낡은 코일로 된 차고문 용수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이 통로가 활성화된다. 그리고 두 번째 통로의 반응은 첫 번째 통로의 지시를 압도한다. 이제 모든 시스템이 거꾸로 진행된다. 혈압은 내려가고 심장박동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부 두뇌인 편도체와 변연계는 상부 두뇌에 의해 제지된다. 당신은 반응하기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 두 통로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 반응의 저차원 통로와 고차원 통로다. 시상의 투사를 통해 편도체로 직접 가는 통로 (저차원 통로)는 거칠고 조잡하지만 빠르다. 피질을 이용하는 통로(고차원 통로)는 더욱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신중한 반응을 내놓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폭발음이나 동물의 공격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갑작스런 자극에 대한 두려움 반응은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생득적이다. 하지만 두려움 반응의 상당수는 학습된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을 경이로워한다. 또 아이들이 차에 치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길을 건너기 전에 양쪽을 모두 살피라고 가르친다. 새로운 MRI 연구 논문에 따르면, 십대의 두뇌는 두려움을 파악하는 이성적 통로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십대는 정서를 조절하기 어렵다. 청소년의 두뇌는 배우고 성장함에 따라 본능적 영역에서 인지적 영역으로 정서적/인지적 처리의 점진적 전환이 일어난다. 전두엽의 활성화는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을 익히도록 도와준다. 부모나 친구들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지 않거나 갖고 있어야 할 두려움을 배우게 한다. 가령, 높은 곳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뱀의 예를 다시 살펴보자. 두려움은 맥락 조건화(contextual conditioning), 즉 뱀 이외의 여러 배경 자극에 대한 공포를 포함한다. 어둡고 춥고 지저분한 창고 구석은 거실 구석보다 뱀이 나오기 쉽다. 맥락은 많은 자극의 종합이며 상황에 대한 정확한 기억에 의존한다. 해마는 이러한 기능을 평가하는 두뇌 영역이다. 즉, 해마는 이미 피질에서 처리된 맥락과 공포 자극 등과 관련된 정보들을 받아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게 해준다.

    맥락 조건화는 공황장애나 뱀이나 개 또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공포증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자극 범람법'은 두려워하는 자극을 점진적으로 경험하는 단계별 과정이다. 환자는 뱀이나 개나 높은 곳이 꼭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먼저 환자에게 뱀의 흥미로운 피부 모양, 개의 귀여움, 다리에서 내려다본 멋진 광경 같은 경험의 가장 덜 무서운 측면을 상상하라고 한다. 그 휴식이나 명상이 두뇌에서 불안으로 인한 뉴런의 발화를 점차 느슨하게 해주고, 복부나 다리의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체로부터 공포 입력 정보를 완화한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두뇌와 신체 증상이 모두 치료되어야 한다. 이는 정서가 신체의 다양한 시스템에 의해 유지된다는 이론을 다시 한번 뒷받침한다. 

    자극 범람법의 과정은 직접적인 인지 행동 훈련이다. 높은 곳이 추락을 의미한다는 명제를 오랫동안 지지한 신경 연결을 줄이면서, 두뇌의 회로를 재배열한다. 반면에 안전하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회로는 강화한다. 점진적으로 재구성하면서 환자는 빌딩에서 추락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다시 집중한다. 이런 식으로 저차원(신체) 도로와 고차원(인지) 도로를 분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치료법의 핵심이다.

     두려움보다 약하지만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 걱정과 불안이다. 만성적 걱정은 우리를 매우 힘들게 만드는 정서일 수 있다. 불안장애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사회적 지위로부터 신의 구원에 이르기까지 가장 인간적인 관심사를 반영한다. 최근의 연구는 어떻게 불안이 두뇌에서 활동하는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국립정신보건원의 연구원인 데니스 머피(Dennis Murphy)와 동료들은 '불안 유전자'를 밝혀냇다. 500명을 연구한 논문에서 두뇌의 세로토닌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뇌의 제동 장치인 세로토닌은 두뇌가 걱정이나 불안으로 통제력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생존할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진정 효과를 내며 분위기와 자존감을 고양시킨다. 실험 참여자의 30퍼센트는 두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유전자의 길이가 좀 더 길었고 걱정 수준도 낮았다. 반면에 짧은 유전자를 가진 70퍼센트는 걱정 수준이 높았다.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더욱 불안함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환경에 반응할 준비가 더욱 잘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컨데, 건전한 걱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

 

분노의 표출

 

     두 번째 보편적인 정서는 화이다. 인간은 누구나 화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화를 쉽게 알아차린다. 어린아이가 화를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중요한 단계이다. 하지만 비율적으로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통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공격성은 자연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발정기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간의 폭력적인 혈투는 적자생존의 원칙에 맞아떨어지고 유전자 풀의 강점을 확인시켜준다. 어미는 약탈자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갖느다. 많은 동물이 보여주듯 인간의 화도 영역, 배우자, 그릭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진화를 통해 화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고유한 감정과 행동을 발전시켰다.

    진화론적 분석처럼 사람은 행동의 비용과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동물이 분노와 공격성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종의 다른 구성원을 이기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무차별적 살상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는 공격성에 대한 제어장치가 고장 난 예이다. 일상생황에서 타인에 대한 분노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앞으로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면 그 혜택은 엄청나다. 많은 비용 없이 큰 혜택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올바른 노선을 따라야 한다. 요컨데, 화에 대해 배울 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화를 내고 통제하는가이다.

    공격적인 사람은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고 지혜를 제공하는 전두엽 활동이 미비하다. 만약 그 부분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격렬한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이 결론의 부분적 증거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낮은 전두엽 활동이다. 그들은 분노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성이 개입해 부적절한 행동을 제시하는 것이 나은데도, 편도체는 피질에게 "가만 있어. 자동 항법장치로 움직이게 내버려 둬!" 라고 말한다.

    정상인들도 화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러지 못할 때를 한번쩜은 경험한다. 이 역시 전두엽의 활동 수준이 너무 낮아서 발생한다. 열띤 대결 속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두뇌가 너무 빨리 진행된다고 느낀다. 화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사건들이 기름을 들어붓는다. 전두엽의 제지 없이 생각은 멋대로 분출되어 곧 과도하게 자극을 받는다. 이러한 '잡음'은 이성적 방식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전전두엽은 필요한 수준보다 활동이 떨어진다. 저활성화된 집행 기능은 충동을 기민하게 제어하지 못하고 압도당한다. 결과적으로 행동을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불균형은 ADHD, 두뇌 외상,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같은 중독성 물질의 효과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생각이나 정서를 표현하지 못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공격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하는 것은 폭력을 막는 최선의 해독제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널리 쓰이는 치료법은 말로 표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충동대로 행동하면 일종의 안도감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된 경우, 낮은 억제와 과잉 반응의 순환을 깨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문제를 해결하고 좌절감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공격성에 중독된 경우, 화내는 사람을 변화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공격성의 화학작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세로토닌이 많거나 적은 것이 공격성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 임상학자들은 분노와 공격성을 프로작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를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즉, 선택적으로 세로토닌 수준이 낮은 사람의 두뇌에 그 양을 높이는 것이다.

 

슬픔

 

     슬픔은 두려움이나 화보다도 완화된 정서로 보이지만 미미한 우울함부터 통제할 수 없는 울음까지 넒은 범위에 걸쳐 있다. 슬픔은 각종 상실을 상징하고 나타내며 진화했다. 슬픔을 통해 우리는 잠시 멈춰서 재편성하고 재평가한다. 우리에게 충분한 고통을 주어 변화할 동기를 유발한다. 두뇌에서 슬픔은 좌측 편도체와 우측 전두엽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우측 편도체와 좌측 전두엽의 활동을 감소시킨다.

     오랜 슬픔은 편도체와 전두엽의 과잉 활동을 지속시킨다. 신경전달 물질이 고갈되거나 메시지를 전송하는 화학물질에 장애가 일어나면, 이 영역의 뉴런들이 극도로 피로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슬픔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강렬한 정서가 아닌 정서적 무기력함이 나타난다. 이것은 불안을 수반하는 우울과는 다르다. 불안으로 인한 우울은 지나치게 활동적이다 못해 자살까지 불러온다. 반면에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는 나갈 생각 없이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사람이다. 무리력은 적응적 행동이며, 끔찍한 상실을 겪은 상태에서 휴식시간을 줌으로써 다음 단계를 준비하거나 중대한 변화를 구체화할 수 있게 해준다. 

    우울증은 절망하고 죄의식을 느끼고 무기력하며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정서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집중하지 못하고 기억력도 손상된다. 뭄무게가 급격하게 늘거나 줄어든다. 자주 피로를 느끼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하며 매사에 흥미를 잃는다. 우울증은 보통 성인기 초반에 시작된다. 누구든지 한 번은 이런 일을 겪는데, 특히 살면서 커다란 외상을 겪으면 더욱 그렇다. 우울증은 특정 시기를 놓고 봤을 때 전체 인구의 3~5퍼센트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전체 인구의 20퍼센트가 생에 한 번은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심지어 대여섯 살의 어린아이도 임상학적으로 성인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다. 

     최근 PET 검사를 사용해 항우울제 치료에도 차도를 보이지 않는 우울증 환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정상인과는 다른 두뇌 부위를 찾아냈다. 전측 대상회 앞쪽 말단의 포도당 신진대사가 정상보다 떨어져 있었다. 현대의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을 따로 분리한 것은 그 집단에 맞는 치료를 찾는 중대한 걸음마를 내디딘 셈이다.

     오랫동안 상담요법이나 항우울제로 효괄르 보지 못한 환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전기충격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 을 사용했다. 두개골에 전기침을 꼽고 강한 전류를 두뇌로 흘려보낸다. 치료 효과를 보려면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전류여야 한다. 상당수 경우에서 성공을 거둠에 따라 1년에 5만명 정도가 ECT 요법을 받는다. 

    항우울제와 마찬가지로 ECT 는 두뇌의 화학작용을 변화시켜 기분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치료는 일주일에 세 번씩 몇 주일에 걸쳐 실행된다. 발작이 일어날 때 고통과 부상을 막기 위해 환자들은 보통 마취를 한다. 치료가 끝나면 환자들은 기억살실과 혼란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일부는 기억을 되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고작 3~6개월 정도만 기분이 나아진다. 

     심각한 우울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법은 정두개자기자극(TMS)이다. ECT 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끔찍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환자의 두피에 설치된 자석코일이 두뇌 내부에 자기장을 만들어 뉴런을 흥분시키고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수준을 높인다. 이 치료법은 마취도 필요 없고, 기억상실이나 다른 두뇌 기능장애도 없다.  ECT와 달리 두뇌의 특정 부분인 좌측 전전두엽만 대상으로 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이 부분의 활동이 정상보다 낮은 경우가 많기 대문이다. 

 

감각적 쾌락

 

     행복에 관한 초창기 연구는 우연히 시작되었다. 1950년대 제임스 올즈(James Olds)와 피터 밀너(Peter Milner)는 쥐의 사상하부에 전기침을 꽂았다. 쥐가 전기침에 연결된 막대기를 누르면 시상하부는 자극을 받는다. 연구원들은 쥐가 이 자극을 쾌락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 시간 무려 4000번이나 막대기를 눌렀고, 멈추느니 차라리 굶어죽으려고 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전기침이 바로 두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한 것이다. 그 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시상하부가 격막(septum)과 측좌핵 등 두뇌의 여러 쾌락중추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드러났다.

     신경전달물질과 엔도르핀도 쾌락의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핵심 인자는 도파민이다. 즉, 쾌락중추는 도파민을 신경전달물질로 사용한다. 만약 쾌락중추의 자극을 위해 레버를 누르도록 훈련시킨 뒤, 피모자이드(Pimozide)나 할로페리돌 등 도파민의 활동을 방해하는 약물을 주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쥐는 레버 누르기를 멈출 것이다. 도파민 수용을 막는 전형적인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쾌락은 종종 변형된다. 환각이나 망상을 멈추기 위해 이 약물들을 사용하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하거나 동기와 추진력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한편 코카인이나 암페타민은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도파민이나 다른 인위적인 대체물질의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경조증이나 조증이 나타난다. 

     지나친 행복감으로 인한 장애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행복감이나 내적 강화나 쾌락이 충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장애도 몇 가지 있다. 보상 결핍 증후군은 텍사스 대학의 케니스 블럼이 만든 개념으로, 중독과 충동적 행동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내부의 보상이 부족하면, 보상이 되는 물질이나 행동을 추구해 자신의 불행을 치유하고자 한다. 품행장애와 ADHD 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질병을 앓는 아이들은 알코올이나 약물에 중독될 가능성이 일반 성인보다 5.5배나 높다고 한다.

     인간 두뇌의 보상 과정에는 서로 다른 신경전달물질 시스템들이 접속되어 있다. 특히 측좌핵에서 도파민의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측좌핵은 동기 부여 및 보상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뉴런군이다. 선조체의 바로 앞에 있는 측좌핵은 움집임과 인지에 개입된 기저핵의 일부다. 만약 실험실 쥐의 측좌핵이 손상되었다면, 코카인 같은 중독성 약물을 얻기 위해 레버를 눌렀던 쥐는 더 이상 누르지 않을 것이다. 

     칼리아리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측좌핵 내부는 기능을 달리하는 하부구조들로 나뉘어진다. 니코틴의 중독 효과에 의한 결론을 지지해주는 논문을 살펴보자. 쥐의 두뇌에 직접 니코틴을 주입하자 측좌핵의 활동과 도파민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측좌핵은 마치 코카인, 암페타민, 모르핀에 의해 관리되는 것처럼 작용한다. 이 연구의 중요한 발견은 측좌핵의 표피핵(outer shell)과 심부핵(inner core)이 활동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표피핵은 정서, 동기부여, 중독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변연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중뇌와 전뇌 사이의 연결을 담당하는 확장 편도체의 일부이다. 

     이 부위는 학습할 때 매우 중요하다. 정보에 강도 신호를 달아놓아, 두뇌의 여러 부분에 어느 정도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준다. 따라서 전기침으로 이 부분을 자극하면, 더 빨리 배우도록 도와주고 더 많은 피질을 사용하게 된다. 이 확장된 편도체는 학습에 정서적 색체를 더함으로써, 여러 자극의 보살핌과 위험성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영향을 미친다. 

    기쁨의 정서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정서는 사랑이다. 러트거스 대학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Helen Fischer)에 따르면, 사랑에는 생리학적, 정서적으로 세 가지 범주가 있다고 한다. 바로 정욕, 매료, 애착인데, 생물학저긍로 짝짓기하려는 태초의 열망과 관련되어 있다. 피셔는 이 행동들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진화한다고 말한다. 정욕으로 인해 당신은 밖에 나가서 배우자를 찾도록 진화했다. 매료는 특정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에너지를 사용하게 진화했다. 애착은 선택한 사람과 함께 하고 짝을 이루어 자식을 기르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피셔는 MRI 검사를 이용해 정욕이 기본적으로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에 연관되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매료는 정서적 고조와 통합에 대한 갈망과 관련 있는데, 이는 세로토닌 같이 1개의 아미노기를 가진 아민 화합물질인 모노아민(monoamine) 과 연관된다. 장기적 애착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은 찾아내기 힘들다. 장기적 애착은 친밀한 신체 접촉, 분리 불안, 상대방과 함께 할 때 느끼는 차분하고 안정된 평화로운 정서로 나타난다. 

     피셔는 진행중인 작업 결과를 통해, 사랑의 단계가 두뇌 화학과 심리학에 근거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나아가 정서는 두뇌의 한 부분이 아니라, 두뇌와 신체의 작용을 한데 묶어주는 여러 시스템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할 것이라 기대한다. 

    육체적 감각은 두뇌 쾌락중추의 옥시토신, 엔도르핀, '사랑의 약'으로 알려진 페닐에틸라민(PEA) 같은 화학물질은 물론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가은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두뇌 화학물질들은 도취감과 연관되어 있다. 마라톤 같은 장거리 운동선수가 경험한다는 도취감이나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같은 약들이 주는 황홀감이 그것이다. 초콜렛에 있는 화학 성분은 니코틴 같은 역할을 하며, 쾌락중추에서 도파민 분비를 일으킨다. 

     물론 모든 기쁨이 생리학적 자극에 의해서 일어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칭찬을 받거나, 돈을 줍거나, 퍼즐을 완성했을 때도 행복해한다. 이러한 자극은 쾌락중추에서 소량의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을 나오게 만들어 기쁨을 자아낸다. 

     정서의 가장 즐거운 형태는 웃음이다. 하지만 웃음의 신경화학은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뭔가 재미있게 느껴질 때 웃지만, 긴장했을 때도 웃는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웃기 때문에 웃을 때도 있다. 웃음은 기쁨이라는 근원적 정서에서 나온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은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럽다. 

     메릴랜드 대학의 행동신경생물학자 로버트 프로빈(Robert Provine)은 무엇이 사람을 웃게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200가지의 웃음에 관한 일화가 나왔다. 그는 대부분의 웃음이 농담이나 웃긴 얘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확신했다. 분명 사회적 맥락이 중요했다. 사람들은 감명받을 때뿐만 아니라 긴장하거나 실망할 때도 웃는다. 우스갯소리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두뇌의 의식적 인지 영역이 웃기에 적당한 환경인지를 알려준다고 봐야 한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령에 의해 웃을 수 없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억누르지도 못한다. 우리의 의식에서 나오는 웃음은 두뇌의 원시적이며 전인지적인 부분과 연관된다. 즉,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 하겠다.

    최근 논문은 웃음이 기본적으로 좌반구의 기능인 것을 보여준다. 1998년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 대학 의사들은 좌측 전두엽의 작은 부분인 보조 운동피질을 자극해서 열여섯 살 난 소녀느 웃게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그녀의 간질 발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었다. 전류로 특정 부위를 자극하자 소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물체의 이름을 대거나. 독서를 하거나, 숫자를 세거나, 팔을 쭉 뻗는 식의 행위를 시켜보았다. 그녀는 어떤 행도을 하든 그 부위가 자극될 대마다 웃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소녀의 웃음이 전기에 의해 자극된 것이라도 매번 웃을 때마다 그녀다 다른 이유를 댄 것이다. 즉, 자신 앞에 있는 물건 때문이라든지, 당시 하고 있던 행동 때문이라는지 등이 그것이다. 

     프로빈은 미소나 찡그림처럼 웃음이 일종의 사회적 신호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사회적 환경에서 30배나 더 많이 웃는다고 한다. 심지어 웃음 가스라고 불리는 아산화질소도 혼자 있을 때는 효력이 많이 떨어진다. 웃음은 사람들이 편안해할 때 유발된다. 그리고 더 많이 웃을수록 무리 사이의 친목이 높아진다. 웃임이 '전염된다'는 오래된 속담은 신뢰할 만하다. 친한 사이에서 웃음이 나오고, 그것이 다시 유대를 강화시키는 피드백 관계다.

 

동기 부여

 

     '동기 부여'란 용어는 움직임과 관련된 라틴어 'movere' 에서 나왔다. 이 말은 행동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동기 부여는 우리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만들어내고 인도한다. 한 이론에 따르면, 동기 부여는 내부 본능, 음식, 성관계에 대한 기본적 욕구의 충동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은 인간이 각양각색의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긍하기 어렵다. 1930년대 월터 캐넌은 사람이 균형 상태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며 "생체항상성"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체에 수분이 부족한 사람은 갈증을 느끼고 마시려는 동기가 부여될 것이다.

    캐넌의 이론은 욕구 충족과 관련이 없거나 유익하지 않은 인간의 행동은 설명하지 못한다. 동기 부여의 유인 이론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외부 자극인 유인은 나무에 달린 잘 익은 사과부터 월급 인상 기대까지 개개인을 어떤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다. 에이브러험 메슬로(Abraham Maslow)는 이 이론을 시스템화, '욕구의 단계'  이론을 주장했다. 동기 부여 요인의 피라미드에서 기본적인 생물적 욕구가 제일 넓은 토대를 구성한다. 그리고 자아실현의 심리적 욕구가 최고 정점에 있다. 

     어떤 이론으로 설명하든 동기는 행동에 대한 압력이다. 동기는 목표 지향적 행동의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두뇌의 여러 단계들이 개입한다. 두뇌는 내부적 자극과 외부적 자극을 지각하고 평가해야 한다. 배고픔 같은 내부적이로 생리학적인 단서와 뜨거운 스파게티가 가득한 접시 같은 외부적이로 환경적인 단서 말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두뇌 조직도 동기 부여와 관련된다. 그래서 현재의 자극을 과거의 자극과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특정한 자극이나 상황을 정서적으로 분류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동기 부여의 핵심이다. 무언가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쪽으로 정서를 기울이는 것은 그것을 피할지 추구할지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이 능력을 담당하는 두뇌 구조는 기본적 쾌락중추인 확장 편도체이다. 동기 부여는 육체적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때문에 동기 부여를 만들고 유지하는 조직은 운동 기능과 움직임을 규제하는 조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측 대상회는 동기 부여와 정서를 연결하는 중요한 조직으로 처리된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정보 등 적절한 감각 정보를 이용한다. 또한 신체의 내부 상태를 반영하는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모든 정보를 얻은 후에는 행동 반응을 정하는 두뇌 부분으로 전체 메시지를 전송해야 한다. 전측 대상회는 운동 반응을 책임지는 기저핵과 생리학적 자극을 담당하는 뇌간에 정보를 보낸다. 또한 기억에 중요한 해마와도 관련이 있다. 전측 대상회는 환경의 동기적 측면을 평가해 기억과 비교한다. 들어오는 자극에 각각 다른 동기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스템은 무엇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여러 하부 정보들도 동기 부여와 관련이 있다. 변연계의 조직들, 시상, 기저핵은 환경 속에서 동기 부여적 영향력을 지각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하는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기 위해 상호작용한다. 이들은 다양한 동기들을 작업기억 속에 임시로 저장하고 그 동기들이 추구하는 목표들 간에 충돌이 없는지 비교한다. 최종적으로는 선택, 억제, 보상 추구로 이끈다. 

    이런 복잡한 과학이 실제 생활 속에서는 단순하게 이루어진다. 가령 프로축구 코치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팀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상대팀을 적으로 묘사해 하부 피질의 과잉 반응을 야기한다. 동기 부여 기제를 작동시켜 집중력, 에너지, 욕망을 강화한다. 

     보복을 살펴보면 동기 부여가 어떻게 정서를 행동에 연결시키는지 알 수 있다. 보복은 가장 훌륭한 동기 부여는 아니지만, 뚜렷한 충동과 목표를 가진 동기 부여이다.

 

감성지수(EQ) 논쟁

 

     정서는 인간의 정체성에서 중요하다. 우리는 정서가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자질이며 이성 능력에 꼭 필요한 것임을 알아냈다. 흔히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침착하고 조용하면서 모든 것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결단력, 충동, 직관이 특정 결정으로 이끈다. 정서는 두뇌 부위로 흘러들어가서 의식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감성지수는 1990년대 가장 논란이 된 심리학적 아이디어였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예일 대학의 심리학자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와 뉴햄프셔 대학의 존 메이어(John Mayer)가 만든 용어로 동정심, 자기인식, 정서통제 같은 인간 자질의 총합이다. 

     감성지수는 매력적인 개념이다. 폭력 범죄, 부부 갈등, 십대의 약물 남용 같은 현대의 전염병에 대한 편리한 희생양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만약 어린 시절에 감성지수를 높인다면 훗날 인생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믿게 한다. 하지만 감성지수를 높이는 방법에 관한 조언들은 대부분 평범한 상식에 불과하다. 분명히 분노를 통제하거나 동정심을 발달시키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