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언어, 행동 사이의 연관성은 이제껏 논쟁거리였다. 세 과정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의사소통은 물론 계획을 짜고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언어 사용 능력은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향상시켜 정교하게 만들고, 현재에서 벗어나서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대상들을 상징적으로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잠재적인 여러 결과를 생각하게 해준다. 잠시 멈춰 있는 시간은 계획된 행동에 매우 중요하다. 언어 덕분에 우리는 주위 환경에 의해 결정된 정서적 충동에 따라 즉각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을 기호로 만든 덕분에 우리는 자신을 정의하고,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정서를 평가하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언어는 자기통제와 자치권의 기반이 된다. 인간의 보편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우리를 강력한 공동체로 통합시켰다.
더 이상 언어를 명확하게 정의된 두뇌의 한 부위에 국한된 기능으로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 언어 기능은 두뇌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치도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다. 일부 기능은 너무 특수화되어 우스울 정도이다. 예를 들면, 야채 이름을 외우는 일을 담당하는 특정 부위도 있다. 기능이 분산되어 있는 덕분에, 우리가 그것을 재훈련시키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두뇌는 언어 문제를 교정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과의 대화
1781년 칸트는 사고를 '자신과의 대화'로 정의했다. 그리고 말의 조용한 구체화, 즉 자신과 대화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생각과 언어의 행동을 연결한다.
최근에 런던 대학 심리학부의 맥과이어 (P.K. McGuire)는 PET 검사를 사용해 자기대화를 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 부위를 확인했다. 그것은 좌측 하전두엽 (left inferir frontal cortex)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말하거나, 소리 내어 말을 할 때 작동하는 영역이다. 보다 진전된 연구에 따르면,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들도 생각과 계획을 처리할 때 자기대화를 사용하며, 역시 정상인과 같은 두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이 부위 앞에는 전전두엽의 중요한 집행 기능인 심사숙고하고 계획하는 영역이 있다.
언어를 사용해 행동을 이끄는 현상은 아이들에게 가장 잘 나타난다. 많은 논문에 따르면, 무슨 일을 할 때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고 크게 말하는 아이들은 그 일을 해낼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자기통제를 더 잘한다. 점차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개인적 대화는 속삭임으로 사라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내면화되어 말없이 속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학습장애아들은 여전히 자기대화를 소리 내어 크게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ADHD 아동들이 그렇다. 이러한 행동은 당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고려하고, 행동을 연기하고, 계획하기 위해 스스로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중요한 단계를 놓치게 된다.
자기대화는 공감, 이해심, 협력의 근원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사회적 존재로 만드는 규칙이다. 조금이라도 도덕적인 행동을 실천하려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면화된 말과 함께 나타나는 성찰 덕분에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여러 과정과 결과를 가늠해보고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충동이 제어되면, 비슷한 경험을 살펴보기 위해 잠시 뒤로 물러날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한 행동들의 새로운 조합을 모으고, 미리 앞서서 그럴듯한 결과를 생각해난다. 이런 식으로 기억과 목표는 현명한 행동을 하기 위해 정서와 함께 작용한다.
이것은 또한 도덕성의 밑바탕이 되는 과거 의식과 미래 의식이다. 만약 결과를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행동한다면, 의지나 자기통제는 불가능하다. 가치와 목표는 자연스럽게 행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시된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아이는 내면의 극장을 사용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 즉, 현실을 이리저리 바꾸어봄으로써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이 없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즉 여러 가지 가능성과 그에 따른 결과를 상상해보는 것은 인간의 지적 능력의 중추를 이룬다. 바로 이런 능력이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다. 만약 어린 시절에 행동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윤리나 도덕의 고려에 필요한 토대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다.
미리 계획하는 능력은 유년기에 들었던 이야기들을 통해 발달되기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종교 교육은 대게 성경 이야기를 통해 윤리를 반복해 가르친다. 많은 우화와 동화도 같은 목적을 달성한다.
자기대화 능력을 방해하는 요인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요인은 충동성인데, ADHD 아이들의 경우에서 주로 나타나듯 시간 감각과 반응 억제가 부족하다.
자기대화를 방해하는 두 번째 요인은 언어의 정확한 사용 능력을 방해하는 장애, 또는 자극과 행동 사이에 잠시 시간을 두는 능력을 방해하는 장애이다.. 난독증이나 언어장애가 그것이다. 분노를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생각과 행동 사이의 시간 지연을 만들어 줄 장치가 사라진다.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며 특히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를 예측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고 싶은 충동의 포로가 되고 만다. 부모나 교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진정 시간'은 잠시 생각할 틈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성인의 분노 관리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정서대로 행동하기 전에 자기 대화 형식을 통해 다음 행동으로 옮겨갈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기술, 언어
호모 사이엔스는 말을 만들기 위해 여러 조합들 속에 연결된 음소들을 이용한다. 인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4만 5000~ 6만개의 단어를 배운다. 그것들을 조합하고, 다시 구/단락/절로 재조합하여, 각각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44개 음소의 조합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마당 담당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가 된다. 각 음소에 내재된 본래 의미는 없으며, 복잡한 생각을 의사소통하는 조합체 속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이를 '기호의 임의성'이라고 부른다. 즉, 소리와 의미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통된 코드를 사용하기로 동의함으로써 의사소통할 수 잇다. 즉, 구와 단락과 절을 만드는 소리의 특정 조합을 공유해야 한다. 의미 없는 소리를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규칙들인 문법과 구문론은 새로운 사상을 이해하고 표현하게 해준다.
언어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싶어 한다. 불행히도 확실한 해답은 여전히 없다. 언어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신경학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우리는 이를 두뇌 구조, 성대에서 입술까지 연결된 공명관인 성도의 위치, 복잡한 도구의 사용, 종교 행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또는 동굴 그림으로 대표되는 추상적 생각을 통해 초기 언어에 대해 추측할 수도 있다.
화석에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초창기 호모 사피엔스는 10만년 전에서 20만년 전에 나타났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말할 때 사용하는 빠른 속도의 상징 언어는 고작 5만 년 전부터 사용되었다.
이렇게 복잡한 능력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진화할 수 있었을까? 두 가지 기본적 견해가 있다. 첫 번째 견해에 따르면,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선택은 상징적 사상, 의사소통, 고차원 인지 등에 가장 성공적인 유기체에 현재 두뇌의 창조적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의 문화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보편성과 구조의 일관성이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한다. 유년기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두 번째 견해는 언어란 전반적으로 피질이 커지면서 진화해온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초기 언어는 선조들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임무를 도와준 특정한 기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점을 제공한 다른 능력들이 신경시스템의 진화를 이끌어내 언어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초기 인류의 화석과 영장류의 두뇌를 비교하는 논문은 두 번째 견해의 증거를 제공한다. 더 큰 피질로 향하는 중간 단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 큰 피질은 더욱 적응적인 기능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영장류는 분명 물체와 이름을 연합하는 두뇌 구조를 가졌다. 명칭과 관련된 훈련을 받을 수 있고, 두 살짜리 아이 수준의 기본형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언어가 또 다른 인지 능력을 위해 재조직될 수 있는 두뇌의 부산물이라면, 우리는 그 능력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싶을 것이다. 그것은 개별 항목들을 모아 더 큰 조합으로 만드는 능력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마이클 코벌리스(Michael Corballis)는 이를 '생성 능력' 이라고 칭하며, 인간의 인지 진화에서 나타난 대변혁이라고 말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성 능력은 인간들이 도구를 만드는 데서 진화했다. 도구 제작으로 인한 사냥과 생존의 이점이 두뇌를 확장하고 재조직하여 언어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어려 논문들에 따르면, 손의 연속적 움직임을 통제하는 두뇌 부외와 말을 통제하는 두뇌 부위는 같은 과정에 의존한다. 코벌리스를 비롯한 학자들은 이러한 영역과 생성 능력이 언어 능력을 창조했다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기 위해 적절하게 연속 동작을 하는 가운데, 우리는 음소를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단어를 조합해 단락을 만들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언어를 개인 간의 의사소통 형태로 생각한다. 사회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가족들이 모여 큰 사냥 집단을 이루고 농경 정착 사회가 되면서, 위험을 경고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지식과 욕망을 공유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규칙을 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관념들의 표상 덕분에 인간은 종교적 믿음, 전통, 법체계, 과학적 발견을 총체적 기억 장치인 언어로 전달하게 되었다.
5000~6000년 전부터 쓰기와 일기가 나타나면서 사상과 기억의 공유, 보존, 축적이 더욱 쉬워졌다. 이것은 인간들의 총체적 힘을 크게 증가시켰다. 문화와 언어가 같이 진화하여 서로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끔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인류는 과거 수천 년 동안 급속도로 끊임없이 전진했다. 현대 문화는 언어에 의존하는 책이나 텔레비전 같은 기억 장치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컴퓨터가 우리 대신 저장하고 조직한다. 덕분에 우리는 주위 세상을 생각하고 설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이미 웹(World wide Web) 의 창조자는 '메타 정보' 소프트웨어를 제안했다. 이것은 웹사이트 사이에 만들어진 연결 패턴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아마도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람들과 정보들 간의 각종 연결을 밝혀줄 것이다.
언어는 진화 과정에서 직접 선택된 것일지도, 다른 기술의 부산물일지도, 아니면 지능의 전반적인 증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어의 출현이 전반적인 두뇌 구조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언어가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의 각종 차이를 유발한다고 본다. 다른 이들은 양쪽 반구가 함께 사용됨으로써 통합된 언어기능을 지니는 것이 당한 이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관점이 다 틀릴 수도 있다. 우리는 두뇌 기능을 어느 한 쪽에 배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우리는 선과 악, 논리와 신념, 좌와 우 같은 이원적이며 보완적인 기능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의 세상을 그려내고 통제할 수 있게 말이다.
만약 언어가 우리의 확장되어가는 능력의 근원이라면, 그것은 우리의 의식과 추상적 사고의 근본 토대로 봐야 한다. 언어학자 데릭 비커튼(Derek Bickerton)은 직접적인 감각 지각을 뛰어넘어 성찰과 새로운 사고를 가능케 해주는 '오프라인 사고' 를 하기 위해서는 언어 표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바로 자기대화의 확장이다.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의식과 신화를 표현한 동물 그림은 언어 출현을 드러내는 신호다. 인류의 시조들이 현재의 목적과 연관된 의사소통을 넘어서서 진화적 이점이 없어 보이는 의사사통으로 이동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이기적 유전자' 개념을 거부하는 우리 문화 공진화의 일부이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에 따르면, 모든 진화는 진화하는 이에게 이점을 주고, 이를 다음 세대에게 유전자를 통해 선별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촉진한다. 하지만 동굴 그림 같은 것은 직접적인 이득이 없어 보인다. 유전자에 의한 진화보다는 오히려 문명에 의한 진화로 설명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삶을 더욱 유쾌하고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려 하거나, 소설을 읽으려는 소망은 1차적 이득이 아닌 2차적 이득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두뇌가 주어졌을 때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상징적 의사소통을 성공적으로 사용하려면 폭넓은 기억이 필요하다. 언어가 진화하면서 두뇌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향상시키도록 적응해왔다. 긴 연설과 복잡한 서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연속성은 단기기억이 각 구절을 제대로 따라가야 가능하다. 그리고 각 단어의 의미, 연설 형태, 비유를 이해하기 위해 장기 기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애매모호할 때, 문법시스템의 규정들 사이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언어는 우리 두뇌의 분석 능력을 요구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가 언어 사용에서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내리는 결정은 거대한 기억시스템을 지난 가장 발전된 컴퓨터도 불가능한 일이다.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우리 선조들이 언제부터 말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언어가 생겨날 때부터 두뇌에 내재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학습된 것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과 더불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는 논쟁은 아마도 답은 두 가지 관점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아가 부모로부터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59년에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가 언어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언어 습득은 외부 지식의 학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과정이라는 증거를 제공했다. 여러 부류의 부모 아래, 다양항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이 하나같이 아주 어린 나이에 문법의 복잡한 규칙을 숙달했다. 때문에 촘스키는 유아들이 언어의 기본 규정을 다루는 경향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두뇌 속에 '보편적인 문법'을 갖고 있는데, 이는 양육 과정에서 학습한 특정 언어를 담당한다.
이 이론은 지난 40년간 학계를 지배했다. 그 가운데는 언어가 유전자에 부호화되어 있다는 다소 불합리한 주장도 있었다. 즉, 몇몇 언어는 다른 것과의 상호작용 없이 자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를 비롯한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언어 습득 장치'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른 인지 기능과 구별되는 두뇌의 유전적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작동시키려면 환경적 입력 정보가 있어야 하며, 그 덕분에 우리가 특정 언어의 단어와 문법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전적인 언어 능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살펴보자. 어떤 말에도 노출되지 않았지만 서로 교류했던 아이들은 매우 복잡한 구문론과 의미론을 지닌 언어를 만들어냈다. 이런 현상은 수화에 노출되지 않은 청각장애 아동에게서도 나타난다. 놀랍게도 누군가와 교류하는 한 그들은 독자적인 수화시스템을 개발해 복잡한 생각을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
언어 습득의 밑바탕에 유전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은 모든 문장이 새로운 조합이기 때문에 관찰만으로는 아이들이 언어의 이해와 생산에 필요한 모든 규정을 배울 수 없다는 전제에 근거해 있다. 촘스키 추종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본격적인 가르침 없이도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두뇌에 구문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어서, 들은 말을 통해 단어 조합에 대한 규정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증거는 세상의 모든 언어들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는 점이다. 언어마다 기본적 문법이 거의 같으며,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고 단어와 문법을 배우는 연령대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하지만 일부 언어학자들은 인간의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강조한다. 그들은 선천적 능력 없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즉, 아이들은 많은 말들을 비교함으로써 말의 패턴을 감지해 문법적 규칙을 찾아내며, 인간의 총체적 지능 덕분에 언어적 경험을 장기기억에 저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오래된 경험과 조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체스터 대학의 제니 샤프란(Jenny Saffran)과 동료 연구원들이 수행한 연구는 유아의 학습 능력이 기대 이상임을 보여준다. 그들은 8개월 된 아기들에게 의미없는 음절들을 2분 정도 들려주었다. 아기들은 간단한 통계를 이용해 연결된 말 속에서 단어의 경계를 찾아냈다. 그리고 전에 들었던 규칙과 같은 식으로 통합된 음절인지, 배열이나 단어가 새로운 것인지를 알아냈다. 8개월 된 아기들은 연결된 말을 2분 정도 듣고 말소리의 분명한 패턴을 감지했다. 가령, 'pretty baby' 같은 네 음절의 단어를 살펴보자. 첫 번째 소리인 'pre'에 이어 'y'가 온다. 그리고 'ba'에 이어 'y'가 따라 온다. 'y' 소리는 종종 단어의 끝을 알려준다. 아기들은 이러한 통계적 정보만 갖고 한 단어가 끝나고 새로운 단어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실제로 아기들은 단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높낮이, 강세, 리듬 같은 단서를 이용한다.
학자들은 아기들이 놀랍게도 어린 통계학자처럼 말소리에서 분명한 패턴을 빠르게 감지함으로써 단어를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뛰어난 '계산 능력'은 유아들이 언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UCSD 의 두 명의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그들은 언어가 선천적인지 학습된 것인지에 관한 오랜 학계 논쟁에서, 로체스터 대학의 연구가 학습 쪽을 지지하는 중요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로체스터 대학의 리처드 애슬린(Richard Aslin)도 이 연구 결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년 동안, 언어 습득은 부분적이나마 강한 선천적 요소를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기들이 언어를 아주 빨리 배우기 때문이다. 누구도 유아가 그렇게 빨리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유아가 말을 만들어내기 몇 달 전부터 어떤 소리들이 합쳐져 단어가 만들어지는지 재빨리 학습한다는 증거를 얻어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은 대화 속에 종종 나오는 복잡한 단어들도 기억한다고 한다. 이는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필수조건이다. '멧돼지'와 '악령' 같은 단어가 들어간 이야기를 녹음해 8개월된 아기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열흘 동안 들려주었다. 2주일 후, 이야기에 자주 나왔던 36개 단어를 아기들에게 들려줬다. 단어들이 이야기에 나온 순서와 달랐는데도 아기들은 쉽게 알아차렸다.
우리의 두뇌에 언어가 미리 내장되어 있든 아니든 간에, 어느 문화권이나 아이들의 언어 발달 연령대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이것은 일종의 언어 습득 장치를 갖고 있거나, 출생 시 모든 인간 두뇌에 내재된 언어 학습 능력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실제로 태어나기 전, 자궁에 있는 태아가 들은 말을 바탕으로 신경 연결을 할 때부터 시작된다.자궁과 어머니의 심장박동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고 저주파만 전달되는데도 충분한 청각 정보가 들어온다. 이 사실을 입증하듯 신생아들은 모국어를 들려주면 더 좋아한다. 가령, 생후 나흘 된 러시아 아기는 포르투갈어보다 러시아어를 들려줄 때 더 힘차게 젖을 빨았다. 또한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다른 목소리는 제쳐두고 어머니 목소리에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인간은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유대는 물론 어린아이의 언어 학습이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간에 80퍼센트가 아기를 왼쪽에 안는다고 한다. 이것은 유아의 왼쪽 귀에 소리가 들릴도록 하는 진화적 특징이다. 이것은 소리가 우반구, 즉 언어의 정서적 부분을 담당하는 중추에 의해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생 초기의 의사소통은 의미가 없는 순수한 정서일 뿐이다. 즉, 가장 먼저 발달하는 우반구는 부모가 신생아를 안고서 아기 옹알이의 운율적 톤을 해석하는 데 더 뛰어나다. 아기를 왼쪽에 안을 경우 어머니는 아기의 우반구는 서로 접하게 된다. 때문에 어머니의 우반구는 정서적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아기의 우반구를 활성화시키고 자극하고 육성한다. 우반구 사이의 의사소통은 정서적 유대 관계를 개시하고, 유대를 맺는 과정에서 처음엔 비언어적 중요성을, 나중엔 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준다.
언어를 파악할 때와 유사한 두뇌회로가 음악을 파악한다는 주장은 흥미롭다. 언어중추와 마찬가지로 음악중추가 두뇌 전체에 퍼져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논문들에 따르면, 좌반구가 언어 영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음악 영역은 우반구에 있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들어오는 소리를 음악으로 고려할지의 여부는 소리의 정서적 내용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아기는 생후 두 달은 울거나 칭얼거린다. 3개월 무렵이면 중얼거리거나 웃는다. 목구멍에 후두가 자리 잡으면서 혀 뒤의 강(腔) 이 열리며, 앞뒤 움직임을 이용해 모음 소리를 낸다. 생후 5~7개월의 유아들은 자음과 모음 소리를 내고 음절을 중얼거린다. 중얼거림은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말에 필요한 소리를 내도록 지시하고 근육, 혀, 목소리 기관을 힘들이지 않고 움직여 소리를 적절하게 내는 법을 배우게 한다. 6개월 무렵, 아기들은 음소를 모아 각종 조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10개월 무렵이면 음소를 모아 주변 환경에서 들려오는 언어에 들어맞는 음절만을 만들어낸다.
한 살에서 한살 반 무렵이면 아기들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짧은 문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두 살이 될 때까지는 문법적으로 오류가 많다. 초창기 단어의 절반은 신체의 일부 같은 사물의 명칭이고, 나머지는 행동에 관련된 던어나 '뜨거운' 혹은 '더러운' 같은 수식어다. 세살에 접어들면 점차 문장이 길어지고 구문이 복잡해진다. 또 과거, 현재, 미래, 단수, 복수를 나타내는 어미들을 더해서 사용한다.
아기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말은 제대로 못해도 구문은 이해하게 된다. 관찰을 통해 이미 배운 단어들을 조합할 무렵이면, 모국어의 특성 때문에 다른 언의의 특성을 배우기 힘들어진다. 가령, 영국 아이들은 영어의 불규칙동사를 힘들이지 않고 배우지만, 나중에 영어를 배우는 독일과 프랑스 아이들은 고생한다. 그 반대로 독일과 프랑스 아이들은 명사의 성을 바꾸는 것을 쉽게 익히지만, 이러한 언어를 성장해서 배운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아이들은 자라라는 환경이 달라도 발달 단계에서 똑같은 실수를 한다. 가령, 어느 나라 언어든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은 과거형 동사나 복수형 명사 만드는 것을 어려워한다. 영어권 아이들은 종종 모든 과거 동사에 'ed'를 붙이는 실수를 한다. 가령 'hold'의 과거형을 만들기 위해 'ed'를 붙여('held'가 아닌) 'holded'를 만든다. 그리고 'tooth'의 복수형을 만들기 위해 's'를 붙여 ('teeth 가 아닌) 'tooths'라고 표기한다.
모두 당신 머릿속에 있다. 그런데 어디에 있는 걸까?
최근 들어 MRI 와 PET 연구, 언어 능력과 손상에 관한 세부적인 임상실험 결과 등이 나왔다. 'da'와 'ta'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얼굴과 혀를 연달아 움직이는 능력과 듣기처럼 소리를 해독하는 능력은 두뇌의 브로카 영역에 있다. 이곳은 말의 생성과 이해가 별개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논문들은 두뇌의 '거울 뉴런' 에 관한 증거를 제시한다. '거울 뉴런' 은 우리가 공을 잡거나 던질 때도 작동하는 뉴런이다. 같은 단어를 말하거나 들을 때도 이 뉴런이 사용된다.
만약 특정 언어 기능이 특정 영역에 위치한다면, 어떤 식으로 통합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기능들은 언어 어해, 말하기, 쓰기 등으로 무리를 지어 모아놓을 수 있다. 혹은 말, 의미, 맥락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알폰소 카라마자(Alfonso Caramazza)는 문법, 의미, 단어 형태를 독립적인 두뇌시스템들이 담당하며, 그에 해당하는 장애도 각각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세 가지 복잡한 처리 단위 안에서, 언어 기능들은 더욱 특수한 임무들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기본적 구조는 특정 장애를 가진 많은 환자에 대한 관찰을 통해 더욱 잘 나타난다. 두뇌 손상 환자에게 눈사람 사진을 보여주자 그들은 개념은 정확하게 묘사했지만 '눈사람'이라는 실제 단어는 말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수량의 단어들을 이해하고 사용하지만, 의미 있는 문장으로 통합시키기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두뇌 손상이 특정 부위에만 한정된다면, 아마도 세 가지 시스템 가운데 하나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랫동안 두뇌의 언어 기능은 단계별 과정으로 여겨졌다. 물체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물제에 대한 내부 표상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표상은 표현될 수 있는 단어로 부호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의미는 이해하지 못해도 물체의 이름은 댈 수 있다. 특정 유형의 실인증(말 그대로 '알지 못하는'증상)을 앓는 사람들은 '인형'이라는 물건의 이름은 제대로 대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것은 개념이 단어를 형성하고 말을 생산하는 중추로 이동하기 전에 해독될 필요가 없으며, 물체 및 활자의 지각과 언어 생성 사이에는 의미 체계를 건너뛰는 직접적 연결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EG(ElectroEncephalogGaphy;뇌파검사) 검사 논문들은 이름 짓기 단계에서 활동하는 뉴런들을 밝혀냈다. 당신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그러면 측두엽과 전두엽의 작은 부분이 동시에 활성화되며, 당신이 '고양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까지 계속 활동한다. 두뇌의 한 부분이 특정 언어 기능을 담당하고 다음 임무를 위해 다른 영역에 보내는 단계별 과정이 아니라, 피질 전반의 수많은 부분들이 평행적으로 활동한다. 심지어 '고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도 언어 운동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두뇌의 한 영역에는 단어의 소리가 다른 영역에는 의미가 자리하는 식으로 단어들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모두 활성화된다.
우리는 두뇌의 언어 처리 모듈이 고정된 장소에만 있는게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신경학자들은 언어적 재주나 어려움이 언어 처리에 사용되는 두뇌 영역들의 조합에서 생겨난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더구나 우리가 똑똑해질수록 두뇌의 언어 지도는 바뀔 수 있다. 신경학자들은 이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언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언어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학습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언어 지도는 유사하지만 변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연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언어가 조각조각 나뉘는 방식으로 조직된다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왜 유기체, 보석, 섬유는 각각 다른 두뇌 영역에 저장될까? 우리의 실험이 아직 제한적이며 보다 폭넓은 논리적 연결을 찾아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름 짓기의 문제가 의미론적 지식 체계의 손상과 단어 회상이나 말의 생성에서 실수를 하는 행동의 내재된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작업들은 각각 다른 두뇌 영역에서 통제한다. '토스트'라는 단어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은 한곳에 저장되지 않는다. 토스트의 크기, 반짝이는 은빛, 토스트가 나올 때 '땡'하는 소리까지, 토스트에 관련된 자료들은 각각의 감각 영역에 저장된다. 각 단어는 형태, 모습, 사용, 구문을 저장하는 두뇌 영역에 연결되어 있는 한, 좌측 실비우스 영역 어디에나 위치할 수 있다.
운동과 정서, 그리고 언어
실비우스 열구 주위에 모여 있는 수많은 영역 이외에, 두뇌의 다른 영역들도 언어에 개입한다. 가령, 특정 영역에서는 일상 대화에서 벌어지는 움직임과 정서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근육 움직임이 특정 언어를 부호화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을 설명할 때 종종 손짓을 사용한다. 팔을 뻗어 사람을 가리키며 당신 쪽으로 검지를 구부리면, 그는 당신에게 오라는 의미를 알아차린다. 또 읽기를 배울 때 어려운 내용의 구문을 접하면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난독증 아동에게 읽기를 가르칠 때, 입으로 단어를 말하게 하는 것은 신체적 움직임이 학습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손짓과 말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어린 시절에 같이 습득되며, 실어증에 걸리면 같이 무너진다.
아기는 말을 시작하기 전부터 눈을 마주치고, 얼굴 표정을 짓고, 몸짓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다. 심지어 한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에 있는 아기들도 어른처럼 말과 함께 몸짓을 취한다.
몸짓과 말은 표현의 다른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둘의 조합은 청취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의사소통이 시작되면 몸짓과 말은 하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러한 일관성이 가능하다. 표현이 진행되면서 메시지가 밝혀지는 것은 많은 정보가 언어로 전달 되지만, 일부 정보는 몸짓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몸짓과 말이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에 대한 관찰은 음성 언어의 습득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임상학적으로 찾아내는 데 유용할 것이다.
언어에서 운동 기능의 중요한 역할은 청각장애 아동에게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시카고 대학 연구원들은 청각장애를 가진 네 명의 미국 아동과 네 명의 대만 아동을 조사했다. 이 아이들은 모두 표준 수화 교육을 받지 안았다. 하지만 각자 몸짓을 사용해 복잡한 문장을 만들며, 나름대로 부모와 의사소통을 발전시켰다. 연구원들은 아이들이 1만 가지의 몸짓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놀랍게도 청각장애 아동들의 몸짓은 비슷했다.
복잡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계획하는 전두엽의 보조 운동 영역은 언어에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얼굴, 혀, 후두의 복잡한 움직임은 정교한 운동이 필요하다. 사실상, 이런 이러한 운동 영역에 자극이 가해지면 말하는 능력이 차단된다. 언젠가 미네소타 대학에서 여섯 명의 성인 간질 환자들의 15개 두뇌 영역에 뇌혈류 자기장 자극을 주는 실험을 했다. 자기장이 언어 영역에 영향을 주자 환자들은 갑자기 말을 하지 못했다.
운동 영역은 심지어 언어 영역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페르시아어, 엉어, 프랑스어 등 3개 국어를 사용하는 환자를 관찰했다. 그는 심한 간질 때문에 뇌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당시는 수술 전이었다. 전류가 왼쪽 귀 뒤쪽의 내측 외후두측 두이랑(lateral occipitotempral) 부위를 건드리자, 그는 어떤 언어로는 사진 속 물건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들려주는 단어는 반복할 수 있었다. 물체나 사진의 외부적 단서 없이 단어를 회상할 때 보조 운동 영역도 활성화된다. 가령 우리가 1년 12달을 각각 회상할 때 운동 영역이 활성화된다.
예이 대학교에서의 MRI 실험은 운동 영역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난독증 환자들이 음소 검사를 받을 때, 음성 언어의 운동 출력 정보를 책임지는 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반면에 정상적인 사람은 변화가 없었다. 예일 대학의 학습 및 주의 연구소 공동 소장 샐리 셰비츠(Sally Shaywitz)는 난독증의 경우 언어 이해 영역의 장애를 매우기 위해 언어 운동 영역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논문들은 언어 생성을 복잡한 운동 기술과 연결 지었다. 이는 두 기능이 신경 네트워크를 공유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도린 기무라(Doreen Kimura)와 캐서린 마티어(Catherine Mateer)는 실어증은 복잡한 연속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가령, 못을 박기 위해서 망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환자는 제대로 얘기를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 망치를 주면 제대로 해낸다. 이는 언어와 학습된 움직임 사이에 불일치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경우에 손상을 입은 것은 언어적 명령과 관계된 연속 동작 능력이다. 그것은 언어의 원천이자 인간의 고유한 지능의 원천이다. 여전히 각 움직임을 분리해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환자들의 움직임 자체는 손상되지 않았으며, 단어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 때문에 더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각 부분의 연속 실행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말하기의 실행증이라고 불리는 상태가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니나 드론키스(Nina Dronkers)의 연구에 따르면, 전두엽과 측두엽의 아래에 있는 뇌섬엽이 언어와 움직임을 한데 묶어 연속 동작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녀는 뇌섬엽의 좌측 중심전이랑(left precentral gynus)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을 연구했다. 그들은 음성을 지각했지만 말하기 움직임을 통합해 말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움직임의 연속을 담당하는 영역이 인간 언어의 근원이라면, 우리는 음악, 춤,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물건 상상하기, 단계별 논리적 추론 같은 연속적인 움직임을 연습함으로써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의 논문들은 감각 통합과 지각 운동 훈련이 언어 학습을 향상시키는 효율성을 지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언어 문제를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한 운동 기술 향상을 꾀하는 프로그램은 상당히 많으며, 부모와 참가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1학년을 다룬 한 논문에 따르면, 전통 민요를 이용해 선율과 박자 요소를 강조하는 고다이 (Kodaly) 훈련을 받은 실험 집단은 훈련을 받지 않은 통제 집단에 비해 높은 독해 점수를 받았다. 더군다나 코다이 훈련을 1년 더 한 후에도 실험 집단은 여전히 통제 집단에 비해 우수했다. 음악을 통한 촉진효과 덕분에 음소적 단계에서 읽기가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두뇌의 정서회로도 언어 사용을 돕는다. 인간의 언어는 단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씁쓸한 보복부터 즐거운 환희까지 풍부한 정소도 이해시키고 전달한다. 정서적 언어는 실비우스 열구 외부에 있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언어의 정서를 변연계의 전측 대상회 영역과 연계시켰다. 좌측 실비우스 영역에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는 모든 언어 능력을 잃었지만, 정서적 언어는 변함이 없어다. 그들은 말은 전혀 못하지만 욕설은 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한 외상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의사는 그에게 어머니의 목소리로 녹음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자 그의 전측 대상회와 우측 중간 측두엽과 우측 전운동피질의 혈류가 증가했다. 비언어적 소리를 들려줄 때는 혈류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 전측 대상회의 정서 조직들은 원시적 음성화와 연결되어 있다. 즉, 침입자를 발견한 원숭이가 경고하는 소리와 마찬가지로 울음, 웃음, 고함은 모두 같은 두뇌 조직인 전측 대상회를 사용한다.
언어의 정서적인 부분 혹은 정서적인 운율은 말의 선율, 강세 변화, 음조, 다양한 속도 조절, 구절의 시작과 끝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에 따르면, 단어 자체의 의미를 이해해도 언어의 정서적 측면을 이해하거나 정서를 담아 말하는 능력은 손상될 수 있다.
언어 영역은 대부분 좌측이다.
연구에 따르면, 좌측이 언어를 거의 다스리기는 해도, 언어 기능은 양쪽에서 나타난다. 우리는 뇌량이 두 반구 사이에서 기능을 연결하는 중심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비대칭의 정도나 우반구의 역할은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오직 인간의 두뇌만이 기능과 구조면에서 상당히 다른 두 반구를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언어가 가장 한쪽으로 치우친 기능이라 하겠다.
사람들의 90퍼센트는 좌반구에서 대부분의 언어를 처리한다. 그리고 약 5퍼센트는 우반구에 주된 언어 영역이 있다. 나머지 5퍼센트는 양 반구가 서로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다. 이러한 분포는 유전적으로 좌반구가 우세한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우반구도 정상적 언어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신경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브로카 실어증과 베르니케 실어증이 처음 설명된 이래로, 거의 150년 동안 언어는 좌반구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반구가 손상된 뇌출혈 환자는 언어 능력이 손상되지 않았지만, 좌반구가 손상딘 뇌출혈 환자는 자주 언어 능력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상실했다.
자신이 어느 쪽에 치우친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이런 실험을 해보면 좋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면서 시 구절을 읇어보라. 왼손 손가락보다는 오른손 손가락을 두드리는 것이 훨씬 어렵다. 오른손 손가락의 움직임은 좌반구가 다스리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언어 영역을 담당하는 뉴런과 경쟁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의 경우엔 반대라면, 우반구가 언어를 담당하는 몇 안되는 사람에 속한다. 만약 양쪽 손가락 모두 잘 두드린다면 언어적으로 양손잡이다.
언어의 비대칭성에도 불구하고, 양쪽 반구가 뇌량을 통해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어서 더 나은 언어 기능들로 나타난다. 여자는 그런 연결이 남자보다 더욱 많기 때문에, 언어적 지능지수가 더 높다. 음소 검사를 받을 때 남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지만, 여자는 양쪽 다 활성화된다. 때문에 좌반구의 뇌출혈이 일어났을 때, 심각한 언어 능력 손상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남자에 비해 여자가 적다. 그리고 난독증을 보완하는 겨웅도 여자가 더 많다.
말더듬 같은 언어 장애는 언어 영역이 양쪽 반구에 동등하게 있는 소수에게 자주 나타난다. 아마도 조율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난독증의 경우도 좌우 반구의 언어 영역 크기가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 왼손잡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람들이 왼손잡이는 우반구가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왼손잡이의 20퍼센트만이 우반구 우세를 보였다. 따라서 왼손잡이는 언어 손상, 말더듬, 난독증의 발생률이 높다.
비록 한쪽 반구가 언어 기능의 대부분을 처리해도, 더 우세적인 반구도 여전히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대다수의 경우에 우반구는 단어 상징을 의미에 연결시키는 필수적 기능을 한 단계 넘어선 기능을 담당한다. 즉, 정서를 담당하는 우반구는 어조를 통해 화자의 정서 상태를 파악하고 은유와 농담을 이해한다. 또한 우반구는 전체 그림을 파악하고, 언제 의미를 전환해야 할지 파악한다. 우반구에 뇌출혈이 일어난 환자는 의사소통은 하지만, 종종 운율을 잃고 언어를 말 그대로 해석한다. 아울러 언어 형태, 어조, 농담, 정서 표현을 사용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두뇌의 좌측은 언어적 문맥에 맞게 얼굴 표정을 통제한다. "너 멋저 보이는데!"라는 말은 화자가 웃으며 말할 때와 인상을 찡그리며 말할 때의 의미가 달라진다. 반대로 두뇌의 우측은 멋지다는 말을 들을 때 반응하는 웃음이나 찡그림에 필요한 얼굴 근육을 활성화시킨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언어 처리의 여러 측면들이 딱 맞아떨어져 메시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두뇌는 자극에 따른 통합된 반응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처리회로들의 활동을 조율한다.
비록 우반구가 언어 기능에서 조연이긴 해도, 어린 시절에 좌반구에 문제가 생기면 우반구가 언어 기능을 이어받는다. 그런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스터지-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인지장애에 걸린 유아는 한쪽 반구를 제거해야 살 수 있다. 뉴욕 대학의 브루노 콘 (Bruno Kohn) 과 모린 데니스(Maureen Dennis)는 열 살이 된 그 아이들의 언어 발달 정도를 조사했다. 좌반구가 제거된 아이들은 적절한 언어 기능을 지녔지만, 우반구가 제거된 아이들에 비해 복잡한 문법이나 미래시제를 사용할 때 문제를 겪었다. 학업 수행 지능지수도 훨씬 낮았다. 만약 우반구를 제거했다면, 그들의 지능지수는 비슷했을 것이다. 이것은 좌반구에 언어 기능이 대부분 유전적으로 미리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두뇌가 초창기에 변화를 겪는다면, 우반구가 대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어 습득의 능력
두뇌의 가소성은 손상 이후에 신경 연결을 재구성하고 기능을 일부 회복시킨다. 개인마다 언어 기능의 위치가 다양한 것도 두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두뇌의 언어 영역은 환경적 입력 정보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는 모국어의 음소와 단어를 익힐 수 있다. 태아 두뇌의 영역은 모든 음소를 받아들일 수 있다. 6개월 정도 된 자궁 속의 태아는 어머니의 말을 통해 음소를 한데 모으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적응성은 감소하고 연결성은 강화된다. 좌반구 손상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좌반구가 제거된 성인은 많은 언어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환경적 입력 정보에 민감한 시기가 끝나서 두뇌가 더 이상 언어 기능을 재조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두뇌 손상이 두 살 이전에 발생했다면, 두뇌는 광범위하게 재조직하고 다른 영역에 언어 영역을 만들 수 있다. 네 살에서 여섯 살이 되면, 이미 학습된 언어의 대부분이 그대로 있을지라도 언어 가소성은 떨어지고, 뇌출혈이나 부상은 심각한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여섯 살 또는 일곱 살 이후가 되면, 대개 언어적 연결을 형성할 기회의 창문은 닫히고, 언어 상실은 영구적이 된다.
일곱 살 무렵에 새로운 언어 연결을 형성할 유연성을 잃는다는 사실은 큰 교육적 함의를 갖는다. 연구에 따르면, 이 나이가 지난 뒤 학습된 제2외국어는 모국어 영역이 아닌 다른 신경시스템 내부에 저장된다. 이 시스템은 좌뇌나 우나 한족에 치중하느 경향이 덜하며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다.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2개 국어를 한 사람은 모국어와 제2외국어를 같은 영역에 저장한다.
언어의 가소성은 시간이 지나면 부분적으로 상실될 수 있따. 특정한 언어를 해독하려면 영구적인 연결이 필요한데, 이는 가소성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생후 6개월 이전에 각국의 신생아들은 모든 언어에서 사용되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음소 범주가 형성되면, 두뇌는 그들이 들었던 것을 선택하고 듣지 못했던 것은 사라진다. 신생아는 동일한 것으로 지각하는 소리들의 미묘한 차이를 들을 수 있다. 어린아이는 성숙해지면서 비록 'pa' 와 'ba' 사이에 수많은 소리들이 있음에도, 각 음소를 하나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듣는다. 인간은 광범위한 범주를 만들어 화자가 소리를 말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처했다. 그래서 'pa'는 많은 음파를 대표하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영어의 'r' 과 'l'의 차이는 거의 없어지며, 둘 다 하나의 정신적 범주 안에 들어간다.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지나면, 환경적 입력 정보는 언어 연결의 재형성에 점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올바른 기능을 획득하려면 이 시기 전에 언어를 경험해야 한다. 침묵 속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아이는 결코 적응하지 못한다.
불행히도 기회의 창문이 너무 일찍 닫힌다는 사실은 청각장애인에게 공통된 문제를 만들어낸다. 아이가 청각장애로 밝혀졌는데 일찍 수화를 접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제대로 수화를 익히기 힘들어진다.
언어를 제대로 발달시키려면 어린 나이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야 한다. 고전적인 사례는 1985년 니카라과에서 발견되었다.
니카라과 정부는 루트거스 대학의 언어학자 쥬디 셰퍼드-키글(Judy Shepard-Kegl)에게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도와다라고 요청했다. 니카라과에 도착한 그녀는 그곳에는 고유한 수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산디니스트 정부의 교육 개혁 이전에, 청각장애 아동들은 고립되어 있었다. 실제로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학교는 거의 없었다. 키글은 청각장애 아동이 많ㅅ은 지역인 마나과(Managua) 의 한 직업학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어린 시절에 어떤 수화도 접해보지 못했던 십대 소녀들이 많았다. 그들은 수화르 전혀 모르는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녀들이 개발한 몸짓은 음성시스템보다는 물체와 사람들의 신체적 특성에 근거해 있었다. 그리고 조잡하고 간단한 언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같이 자라면서 훨씬 더 풍부하고 복잡하며 조리 있는 수화를 나름대로 개발한 청각장애 아동들도 있었다.
읽기와 쓰기
구두 언어는 수만 년 동안 존재해왔다. 하지만 기록된 상징으로 소리를 표현하는 능력, 즉 정보를 집단에 전달하고 세대를 넘어 보존해주는 쓰기와 읽기는 고작 5000년 정도 되었을 뿐이다. 인구의 상당수가 읽고 쓸 수 있는 상황은 지난 세기에야 가능했다. 읽기와 쓰이에 개입된 신경체계가 특별히 이러한 목적으로만 특수하게 진화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 피질에서 일차적 임무를 완수했을 때 이차적 방식으로 적응된 것 같다. 두뇌의 진화는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 두뇌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진화한 조직을 최적하여 또 다른 기능에 적용한다.
모든 문자 체제는 음소와 음절과 단어를 나타내는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알파벳의 발명 덕분에 우리는 기록 언어를 소리에 연결할 수 있다. 구두 언어는 어찌 보면 타고난 능력처럼 보인다. 하지만 쓰기와 읽기는 두뇌에 미리 존재하는 자연적인 능력이 아니다. 수년 동안 학교에 다니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연습을 해야 습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증거에 따르면, 읽기와 쓰기는 각각 다른 두뇌 영역이 담당하는 분리된 시스템이다. 철자를 파악하고 쓰고 정상적으로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리 배워도 읽기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읽기 장애는 유형이 다양하다. 일부 뇌출혈 환자들은 부사, 명사, 동사, 추상적 단어 등 특정 종류의 단어를 제외하고 뭐든 정상적으로 읽을 수 있다. 반면 쓰기만을 상실한 사람들도 있다. 이는 음성 언어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세부 영역이 읽기와 쓰기에 개입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의식이 있는 두뇌에 가해진 전기적 자극에 관한 논문은 읽기 영역을 정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읽기 영역은 이름 짓기 영역과 겹치기도 하지만, 항상 같은 영역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음성 언어의 이름 짓기 영역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위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읽기를 배우기 전에 명칭에 관한 것을 배운다. 만약 우리가 유전적으로 이러한 임무에 덜 효율적이라면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보다 큰 상측 두이랑의 신경 영역이 필요하다. 우리가 학교에 들어가서 읽기라는 복잡한 과제를 익히기 시작할 무렵, 상측 두이랑은 이미 이름 짓기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읽기 영역은 덜 적합한 중측 두이랑에 형성된다.
읽기 과정의 기본 모델은 이러한 기능이 두뇌에서 조직되는 방식을 잘 이해하게 해준다. 우리가 지면에서 보는 단어들은 한데 모여 단어를 구성하는 철자들의 시각적 표상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과정은 다른 것들의 시각적 지각과는 매우 다르다. 우리는 각각의 철자가 아니라 시각적 단위체로서 단어를 처리하고, 단어를 하나의 철자처럼 인식한다. 읽기는 단어의 규칙성과 과거 지식에 의해 더욱 속도가 붙는다. 빠른 읽기는 주로 문맥을 이용하는데, 앞서 보았던 단어들에 근거해 빨리 넘어가며 단어를 추측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고유한 신경계를 지녔고, 시각과 소리의 병렬 통로를 따라 시각적으로 단어를 처리한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기본적으로 시각에 의해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리에 의해 읽는 사람도 있다. 일본어에는 두 가지 별개의 철자들이 있다. 하나는 쇠에 근거한 표음문자이고, 다른 하나는 표의문자로 단어, 단어의 집합, 개념을 나타내는 문자에 근거해 있다. 놀랍게도 인간은 한 가지 표기법을 사용하는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다른 쪽은 그대로 갖고 있을 수 있다. 즉, 두 시스템은 다른 두뇌 영역에 근거해 있는 것이다.
발음 중심 학습법은 철자 발음, 소리 조합, 조합 규칙을 강조해, 글로 작성된 언어 구조를 가르친다. 아이들은 조각들을 하나로 묶어 단어, 문장, 생각을 만들고, 새로운 단어와 철자를 소리 내어 읽는 법을 배운다. 단어를 외우기보다는 써보는 식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양 통로를 동시에 사용하고, 두 가지 시스템을 혼용해 읽기를 배운다.
인간의 두뇌가 읽기와 쓰기를 위해 특별히 진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읽기를 가능하게 해준 것은 경험을 통한 우리의 학습 능력이지만, 반드시 교육이 있어야 가능하다.
통합 언어 학습법으로 가르치는 것은 읽기 과정에 효율성을 더하겠지만, 그것만 사용하기엔 부족하다. 소리와 상징을 연결시키는 데는 발음 학습법이 근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더욱 심도 깊은 발음 중심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만약 아이들이 말로 나타난 단어의 특정 부분을 파악한다면, 그 부분과 소리를 상징하는 절차를 잘 연결시키고 읽기 학습에 더 큰 성공을 거둘것이다.
난독증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보다 넓은 범주인 난독증군에 속한다. '난독증'이란 용어는 과다하게 사용되는 동시에 너무 단순화되었다. 또한 단순히 이웃하는 철자나 숫자 순서를 바꿔버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잘못된 의미로 사용되었다. 임상학적으로 난독증은 넓은 범위의 언어장애를 모두 포함한다. 임상학적으로 난독증은 넓은 범위의 언어장애를 모두 포함한다. 난독증이 나타나는 일부 사람들은 소리를 처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단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글로 적힌 단어에서 의미를 추출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각통로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여전히 단어는 파악하지만, 낯선 단어를 해독하거나 소리 내어 읽지는 못한다. 시각통로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발음을 이용해 단어를 해독하지만, 단어를 재빨리 파악하지 못한다.
임상학적 난독증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평균 이상의 지능에도 불구하고 읽기, 단어를 소리 내어 읽기, 철자 파악 등을 극단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두뇌의 구조적 차이를 지니고 태어난다. 정상인의 피질은 여섯 개의 기본 층으로 되어 있는데, 1번 층엔느 전혀 세포가 없다. 하지만 난독증은 일반적으로 1번 층에 세포 덩어리들이 있다.
이런 문제는 임신 중반기에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선천적 위치 이상'이라는 신경세포의 작은 부분이 잘못 위치해 실비우스 영역에서 언어 영역이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난독증은 소리와 시각의 지각에 관련된 시상의 핵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관련 유전자는 밝혀지 못했지만, 이러한 비정상 형질을 발달시키는 성향이 유전적으로 전해진다고 여긴다. 현재는 장애가 유전적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는 중간 단계에 와 있다. 이런 장애는 특정 염색체와 연관되어 있는데, 난독증은 여섯 번째와 열다섯 번째 염색체와 관련되어 있다.
이렇게 잘못 위치한 조직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와 소리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들어온 입력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열 살의 한 소년은 정상인 또래에 비해 빠르게 움직이는 시각적 물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렸다. 논문은 이러한 소년들이 각종 빠른 처리에서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짧은 언어 손상들은 음소의 빠른 변화를 잘 듣지 못하는 유년기부터 생겨난다. 정상인 아이들은 'pa'의 'p'와 'a' 같이 아주 짧은 시간차를 두고 이웃하는 소리의 빠른 조합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청각 처리 문제가 있는 난독증 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읽기 문제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영어 같은 발음 중심의 쓰기는 철자에 소리를 맞추어야 배울 수 있다. 이 아이들의 경우, 고차원적 읽기 과정은 손상되지 않은 것 같지만, 새로운 단어를 소리 내어 읽거나 철자로 쓰는 것을 어려워해서 학습이 더디다.
난독증은 소녀보다 소년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 아마도 소녇ㄹ의 뛰어난 뇌량이 난독증을 더 잘 보완해, 장애가 감지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각시스템은 다른 종류의 난독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 난독증 환자는 글자가 '지면 위에서 흔들거려' 읽기 힘들다고 불평한다. 그들은 단어 하나만을 쳐다보면 집중할 수 있지만, 단어들을 좌우로 훑으면 희미해지거나 흔들거려 집중하기 어렵다고 한다.
신경학자 마거릿 리빙스턴은 이 보고를 듣고 외측 슬상체에 대세포 성 세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각시스템에서 외측 슬상체는 청각시스템에서 내측 슬상체와 짝을 이룬다. 그녀는 1990년대 초반ㅇ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힘든 시기를 거쳤다. 그 분야에서 모드들 문제의 근원을 청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녀는 하버드 대학의 알 갤러버다(Al Calaburda)를 설득해, 외측 슬상체의 변형을 찾는 데 사용하는 사후 견본에서 외측 슬상체를 검사하도록 했다. 그 결과 리빙스턴의 뛰어난 직관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듣기가 보기가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는 원인으로 대세포성 세포가 제시되자, 인간의 진화상 이점에 대한 각종 추측이 이어졌다. 슬상체의 다른 세포, 즉 소세포성 세포는 느린 처리자로 빠른 처리를 담당하는 대세포성 세포보다 두뇌에서 늦게 진화한다. 대세포성 세포는 빠른 움직임을 잡아내는 데 능숙하며 생존에 필수적이다. 소세포성 세포는 어조, 감촉, 모양, 색깔의 모호함을 구분한다. 화가, 음악가, 건축가들은이러한 특징을 지각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최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언어와 인지의 관계
언어와 인지의 밀접한 관련은 언어를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언어는 내면의 사고, 정서, 정체성과 엮여 있다. 일부 이론은 언어가 인지와 같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언어학자 데릭 비커튼은 인간의 말이 인간의 사고라고 말한다. 언어 덕분에 가능해진 조합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없다면, 추상적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의 신경학적 언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은 의사 소통적 언어체계와는 구분되며 반드시 음성이나 문자로 된 의사소통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지식의 상당수는 비언어적이며, 언어에 개입된 신경 영역의 외부에 저장된다. 여러 종류의 장애가 증거를 제공한다. 아마도 첫 증거는 150년 전에 기록된 브로카 실어증일 것이다. 이는 말과 관련된 기관, 말에 대한 이해, 지능 등이 손상되지 않았는데도 말을 하지 못하는 뇌출혈 환자를 가리킨다. 다른 지능이나 발달 문제가 없는데도 심각한 언어장애를 보이는 단순언어장애(Specific Language Impariement, SLI) 도 언어와 사고의 분리된 정체성을 보여준다. SLI 를 겪는 아동은 정상적인 언어 습득에서 뒤처진다. 그리고 문법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종종 성인 때까지 이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언어 습득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동사의 사용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장애는 가족력을 띤다. 정상인에 비해 반구 사이의 비대칭성을 더 크게 만드는 유전자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손상되지 않은 추론 능력을 이용해, 다른 아이들이 쉽게 습득하는 언어규칙을 파악해 다소나마 보완한다.
최근 SLI 아동과 정상적 언어 능력을 가진 아동을 대상으로 MRI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상적 언어 능력을 가진 경우엔 측두평면(Planum temporale)과 브로카 영역의 일부인 삼각부(pars triangularis)가 우반구 보다 좌반구에서 더욱 큰 반면, SLI 아동은 크기가 비슷하거나 정반대였다.
고차원적이고 지적인 사고가 상실됐는데도 언어는 유지되는 또 다른 인지장애도 있다. 지적 장애의 심각한 형태인 윌리엄스 증후군과 뇌수종이 그것이다. 이러한 장애의 결과는 완전히 바뀐 두뇌와 낮은 지능지수로,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 놀랍게도 이러한 사람들은 유창한 대화가 가능하다. 심지어 그들은 평균 이상인 문법이나 언어 이해와 언어 생성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비전형적인 장애를 가진 브라더 존이라는 남자를 연구한 논문이 있다. 그는 발작을 하면 언어 기능을 모두 상실하는 간질 환자다. 하지만 발작 동안 더 고차원적인 지적 기능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사례는 언어가 인지와 같은 신경 연결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충해준다. 존은 어떤 언어도 없이 여전히 사건들을 측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반응을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복잡한 기술을 배워서 사용하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브라더 존의 인지 능력은 발작이 없는 시간 동안 사용하는 언어 능력에서 발달해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언어 습득 능력은 구체적 개념을 추상적 개념으로 바꾸고, 조합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단 인지 능력이 있으면, 그것은 언어 기능이 없어도 지속된다.
언어와 다른 인지 능력의 연결에 관한 더욱 깊은 통찰은 음성 언어가 유아의 두뇌 개발에 놀라운 영향을 미친다는 1997년 논문에 나타난다. 일부 학자들은 유아가 날마다 듣는 단어의 수가 훗날 지성, 시험 합격, 사회적 능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까지 말한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러한 단어는 열정을 가진 주변 인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듣는 단어들은 소용없다. 그저 상호작용이 계속되는 가운데 성인의 말을 들려주면 된다.
캔자스 대학의 베티 하트(Betty hart)에 따르면, 차근차근 계속 들려주는 소리는 뛰어난 사고와 이성 추론으 위한 초기 두뇌 발달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트와 알래스카 대학의 토드 리들리(Todd Ridley)는 <<미국 아동들의 일상 경험에서의 중요한 차이(meaningful Diffrence in the Everyday Experiene of Young Amenrican Children)>> 라는 책을 냈다 그들은 전문직과 노동직, 그리고 사회보조를 받는 부모를 둔 42명의 아이들을 조사했다. 학자들은 생후 2년 반 동안, 한 달에 한 시간씩 각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과 들려주는 말을 모두 기록했다. 이윽고 세살이 되자 아이들은 표준검사를 받았다.
전문직 부모를 둔 아이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음성 언어가 핵심 요인이었다. 이 아이들은 한 시간에 평균 2100 단어를 듣는 반면, 노동자 부모를 둔 아이들은 한 시간에 1200 단어를 들었다. 또 사회보조를 받는 부모의 아이들은 한 시간에 겨우 600 단어를 들었다. 게다가 전문직 부모를 둔 아이들은 한 시간에 30번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이는 노동자 부모의 아이들보다 2배가 많으며, 사회보조를 받는 부모의 아이들보다는 무려 5배나 많았다. 한마디로 보상적인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 뭐 했니? 우리가 뭘 봤지?"라는 말을 듣는 아이들이 "그만해!" "이리와!" 같은 말을 듣는 아이들보다 부모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법이다.
아이들이 두 살 무렵이 되면 모든 부모들은 더 많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쯤 아이들 사이의 차이는 크게 벌어져서, 뒤처진 아이들은 따라잡으려 애써야 할 정도이다. 아이들 사이의 학문적 성취 차이는 초등학교 내내 나타난다. 그 결과를 통해 하트는 인간의 두뇌 발달의 열쇠는 초기 학습의 정도라고 추정했다. 즉, 무엇을 미리 타고 나는가가 아니라, 초창이 두뇌가 얼마나 연결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언어와 사고가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언어는 우리가 현실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한한 조합, 의미, 범주를 허용한 구문은 우리의 사고를 조직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효과적으로 타인과 의사소통하게 만든다. 상징을 통해 외부 세계의 물체를 표현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두뇌에 새로운 방식으로 물체와 생각을 저장하고 조작하고 생성해내는 별도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상징들은 즉각적인 상황에서 물러나 필요한 내면화와 성찰을 하고, 과거와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요컨데,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언어는 지연 기능도 담당한다. 우리의 생각을 재배열하고, 정서대로 행동하지 않고 말로 표현할 시간을 준다.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사라은 흔히 충동대로 움직인다. 아내와 논쟁을 하다가 분노를 터뜨리는 남편은 자신의 정서를 말로 표현하지 않고 의지를 걷어찬다.
쓰기는 더 큰 지연 과정을 제공하고, 행동 전에 생각을 더욱 잘 조직하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종이에 적으면 생각이 더욱 잘 정리되고 새로운 업무를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읽기 쓰기는 정서에 따라 행동하거나 사회적 상황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기 전에, 두뇌를 훈련시켜 속도를 늦추고, 생각하고, 음성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유용한 재활 도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