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극장 - 지각
두뇌는 정보를 기계적으로 저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번 세상과 접촉할 때마다 계속해서 바뀐다. 매 순간 그것은 정보가 된다. 지각은 우리가 오감과 내부 인식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출입구다. 지각은 모든 경험의 시작이다. 이 극장의 문제는 종종 신체 발달 초반에 시작되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문제는 보통 나중에 좀 더 하류에서 나타난다. 지각 장애는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전의 과정을 급격히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각기관의 기형은 넓은 범주의 신경학적 기능에 손상을 가져온다.
지각 문제는 정서적 불안, 사교적 어려움, 파괴적 행동 같은 우리 삶의 주요한 초점에서 아주 먼 상류에 있다. 따라서 환자나 임상학자는 보통 지각 문제를 잘못된 인생의 원인으로 여기거나 상상하지 못한다. 정상적 지각에 대한 객관적인 표준이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잘못된 지각을 갖고 살다보면, 환자는 자신의 단점을 부끄럽게 여기고 반복된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다. 지각은 진단의 출발점이다. 정신적 삶은 기본적으로 두뇌가 이해하는 정보에 대한 반응에서 발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극장 - 주의/의식/인지
두 번째 극장은 한 개인의 세상에 대한 의식적 경험을 포괄한다. 개인이 매 순간 세상을 스스로에게 재현하고, 그 안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두뇌가 평생 잘못된 정보를 배우고 적용함에 따라, 상류의 지각 문제는 점차 인지 장애로 나타난다. 의식도 마찬가지로 손상 대상이다. 특히 주의와 작업 기억에 문제를 일으킨다.
잘못 형성된 지각이 제대로 조율된 주의 전환의 구조적 기반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잘못 형성된 인지 네트워크가 세상에 대한 혼란스러운 내면 표상으로 이어질 때, 한 개인의 내면 인식의 질은 황폐화될 수 있다. 이것은 두뇌를 계속된 잡음 상태에 빠뜨리고, 정확한 정보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의식적 인식을 탐구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그 사람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얻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사람의 이성 능력, 시회적 기능, 인지적 생존 능력을 이해하는 것은 두뇌와 마음의 문제를 치료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세 번째 극장 - 두뇌 기능
세 번째 극장은 두뇌의 기본적 기능들인 운동, 기억, 정서, 언어, 그리고 사회적 두뇌로 구성된다. 이 모든 것은 두뇌 반구 간의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과정은 직접적으로 순간순간 삶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지만, 적응은 비교적 천천히 이루어진다. 두뇌 기능은 의식적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그것에 의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두뇌의 네트워크들은 내부적, 외부적 환경이 피드백을 줌에 따라, 그들 사이의 연결성을 조율한다. 그리고 장기기억, 흥분, 감정, 반응성, 리듬, 시간조절, 동기, 정서적 신뢰 및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다른 자질들을 조정한다.
이 모델에서 두뇌 기능은 지각에서 의식으로 들어오는 각종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고 발전하기 때문에, 앞의 두 극장의 하류에 있다. 정신적 잡음으로 가득 찬 두 번째 극장은 세 번째 극장의 신경통로의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ADHD, OCD, 자폐증, 불안장애 등이 그 예이다.
이제 임상학자들은 두 번째 극장에서 세 번째 극장으로의 흐름이 약물 남용 치료와 관련 있는 것을 알아냈다. 가령, 알코올과 대마초를 과용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바로 약물이 두 번째 극장의 소음을 진정시켜주기 때문에, 약물을 남용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코카인과 니코틴이 주의와 단기기억을 향상시킨다. 두 번째 극장에서 세 번째로 흐르는 잡음을 억누르고 더 잘 집중하게 해준다. 일시적으로 두뇌의 기능, 특히 언어와 기억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약물을 사용할 때마다 육체적, 행동적 문제를 일으키고, 뉴런 간의 정서적 의사 소통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두뇌를 전반적으로 파괴한다. 따라서 잡음 수준에서 잠깐 향상됨으로써 일시적으로 얻는 이득이 전부 사라진다.
다른 극장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극장은 그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다. 언어, 시간조절 감각, 놀라는 반응, 흥분 수준, 신체적/사회적 예의범절과 관련된 문제이다. 상당수는 너무 복잡해서 오늘날의 약물 치료나 심리학적 치료로는 고치기 어렵다. 가령, 소뇌의 운동 조율 발달장애는 주의, 분위기, 이성, 언어를 손상시키고, 심지어 사회적 환경에서 대인 접근 능력을 해친다.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고칠 약물이나 치료법은 현재 없다. 비슷하게, 두뇌 언어중추의 다양한 기형은 정서 상태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어놓는다. 게다가, 배우자, 상사, 치료사와 이러한 상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도 변화시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극장에서 흘러든 잘못된 정보로 인해 더욱 혼란해 지기 때문에, 세 번째 극장의 문제는 보다 더 혼란스럽다. 가령, 질병 인식 불능증(anosognosia)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자신의 마비 증상, 시각 상실, 혹은 다른 심각한 부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강하게 부정한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지각하지 못하거나 부정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된다.
경미한 수준의 문제도 있다. 난독증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종종 읽기 능력이 손상을 잘 인식한다. 반면 '사회적 난독증'의 경우, 자신의 대인 기술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한 채 살면서 계속 실수를 한다. 정신과 의사들도 자주 이러한 단서를 놓친다. 원인은 잘못된 시각적 지각일지도 모른다. 혹은 운동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교적인 리듬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는 치료에서 다루어지지 않거나, 고칠 수 없는 성격 장애로 진단받는다.
네 번째 극장 - 정체성과 행위
네 번째 극장은 두뇌의 출력을 구성한다. 개인의 결정, 행위, 자아의식이 그것이다. 어떤 주어진 순간에 개인이 어떤 사람이 될지를 구성하는 신경학적/심리학적 자질의 총합이다. 어떤 의미에서 개인이 자신과 양육자에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차지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 정신의학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왜냐하면 초창기 외상, 자존감의 저하, 환상, 혐오, 행동상의 문제, 결혼 파탄, 성격 장애, 인성과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정확한 자기지식의 여정은 네 번째 극장에서 시작된다. 무론 분명한 문제는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잘못된 영향력이 자기관찰, 자존감, 자아, 기억을 변형한다는것이다.
네 번째 극장의 문제들은 우리 자신과 다른 이에게 명백히 드러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치료법을 찾게 만드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종종 조사와 치료의 유일한 관심 영역이다. 많은 임상학자들은 두뇌의 다른 극장을 관찰하거나 혹은 그것을 통해 바라보지 않는다. 인성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앞에 있는 극장의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표현된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환자에게 왜 도움을 청하는지 묻는 것은 분명 진단의 첫 단계이다. 하지만 네 번째 극장의 특징은 자주 내면의 병리적 증상이다. 환자가 "제 문제가 도대체 뭐죠?"라고 물을 때, 임상학자는 행동에 근거해 진단을 내리는 갈망을 자제해야 한다. 환자는 고통스러움으로 인해 질병으로 생긴 감정이나 행동을 없애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임상학자는 고통을 완화시키고 싶어 한다. 따라서 환자와 임상학자는 행위와 감정을 바꾸는 데만 집착하며 막연히 추측한다. 다시 말해, 상류 쪽에 있는 영향력의 강은 계속 흐르는데도 그것을 검토하지도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지막 극장은 다양한 생물학적 두뇌 처리 과정이 삶의 경험과 혼합되는 곳이며, 그 결과로 나온 인성은 복잡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이해하는 환자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삶이 앞의 세 극장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 때문에 어떤 식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매우 긴 여정이다.
더 나은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네 개의 극장의 개념은 복잡한 개념을 단순화시켜 설명한다. 그것은 신경학적, 생리학적, 행동적 영역을 통합하는 진단을 제공한다. 두뇌를 치료하는 전체적인 접근법을 만들어내려면, 이러한 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각 장애는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되고, 인지장애는 교육적 검사를 통해 진단될 것이다. 기본적인 두뇌 기능장애는 신경학적으로, 정서적 장애는 환자의 개인사를 행동적, 생리학적으로 이해해 진단해야 한다. 아마도 언젠가는 사회적 능력의 장애에 관한 실질적인 검사도 나올 것이다.
임상학자들이 환자를 조사헤 참여시킨다면 이러한 일은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비록 두뇌 활동이 일반적으로 자기관찰을 통해 드러나난다 해도,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면 큰 통찰력을 얻고 관찰의 힘을 늘릴 수 있다. 네 개의 극장은 임상학자와 환자에게 정확하게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을 만드는지 측정하는 유용하고 편리한 도구를 제공한다.
현대 의학의 관행은 환자의 자기 평가를 주관적인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실수다. 이러한 태도는 부분적으로 '통속 심리학'의 출현에 대한 반응에서 나타났다. 그것은 문화적으로 학습된 마음과 두뇌 문제에 대한 대중적인 설명이다. 너무 얄팍하고 일반적이어서 개인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엇을 찾고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환자가 듣는다면, 그들은 치료사는 접근 불가능했던 자신의 주관적 경험의 일부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게 드러난 사실은 각 개인에 딱 맞는 개입 방안을 만들어낼 열쇠를 제공한다.
두뇌는 다시 방향을 설정할 필요성을 요구하는 다중적인 과정이다. 극장 모델은 환경, 기본적 두뇌 기능, 자기 지식의 작은 변화가 커다란 발달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접근법을 제공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극장에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행위와 정체성이라는 네 번째 극장에 한정된 정신치료만 받고 끝나게 된다는 사실은 현대 정신의학의 불행이다. 이러한 관점의 치료법 틀 안에서는 환자는 불행가 좌절의 진짜 원인을 찾아낼 수 없다.
현재 치료법의 한계는 특히 아이들과 많은 생물학적, 생리학적, 사화적 변활르 겪는 청소년의 치료법에서 분명히 나타나다. 약물과 상담법은 대게 별 효과가 없다. 심지어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에도 그렇다. 젊은 신체는 화학물질에 너무 민감하다. 이 연령대의 환자들은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인지적으로 정확하고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만약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검사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장애를 제대로 살피고,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 손상되기 전에 자신의 단점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애의 생물학적 근거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고 결국엔 자기혐오로 이어진다.